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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Love and. 13화

룬드의 겨울

이곳에 있음에 감사하다

by 안종현


북유럽에 살고 있지만, 스웨덴 남부 지방에 지내다 보니 겨울에 눈을 본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설국 같이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한 번쯤 살아보는 것도 좋을 듯한데, 여기서 도통 눈을 구경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비가 많이 올뿐이다. 춥고 비 오고 금방 해가 지는, 그래서 곧장 우울해질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 드는 그런 날들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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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눈이 왔다. 아침부터 내리는 눈을 보고자 서둘러 카메라를 챙겨 들고 타운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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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인구가 많은 도시지만, 눈이 온 만큼 모두들 조심스러워졌다. 지난번 첫눈이 룬드에 왔을 때, 멋 모르고 자전거로 달렸다가 보기 좋게 넘어지는 바람에 지금은 나도 미끄러운 땅바닥을 조심히 걷는 버릇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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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마켓 앞에서 자전거에 묶인 개가 주인을 기다라고 있었다. 얌전히, 그러나 슬픈 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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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오고 가던 길거리였지만, 오늘따라 조금 더 멋스러워졌다. 문득 감사한 마음이 든다. 지금 이곳 스웨덴의 작은 도시에 살고 있음에 감사하다. 점점 이곳이 특별해지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 건물 하나 하나와 그 날의 풍경이 아름다움을 다시 발견한다. 처음에는 뭐가 뭔지 몰랐다. 그래서 그 아름다움이 미처 몰랐나 보다. 어쩌면 나란 사람은 뭔가가 익숙해져야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그런 종류의 사람인가 보다.


이곳이 익숙해지고 난 뒤, 점점 정이 들기 시작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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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친구와 길을 걷다가,
"세상에 저 건물 좀 봐. 너무 이쁘다. 그렇지?"
라고 말하는 나를 발견했다.


점점 아름다워지는 이곳, 정점 정이 들어가는 이곳,

룬드에 있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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