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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뮤 Sep 11. 2024

48살에 시작한 필라테스 석 달 후기

의외의 소득

지난 봄, 마흔여덟 인생에 처음으로 필라테스를 시작했고, 어느덧 석 달이 훌쩍 넘었다. 1:1 코스 한 달 한 것도 포함하면 정확히는 넉달이다. 두리번거리며 모든 게 신기했던 신입사원의 모습은 이제 사라졌다. 어느 순간부터는 표정 없는 얼굴로 학원에 가서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허우적거리다가 지친 얼굴로 돌아오는 생활을 루틴처럼 반복하게 되었으니,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회사원의 그것과 비슷하다.


회원들이 왜 인사도 주고받지 않고 조용히  드나드는지 알 것 같았다. 운동을 통해 느끼는 희로애락을 음미하다 보면 말이 없어지고 두 눈은 초첨을 잃게 되는 것이다. 운동으로 인한 변화와 성취, 보람은 모두 지극히 개인적인 것, 뽀얗게 부유하는 먼지 속 한줄기 빛과 같은 것, 나머지 대부분의 감정은 고통을 견디며 그저 묵묵히 나아가는 우리네 인생과 비슷하다는 걸 다시금 배우는 요즘이다.




초반에는 선생님의 동작을 따라 하기도 벅찼는데, 한 달 반쯤 될 무렵에는 선호하는 선생님이 생기게 되었다. 우리 원에는 총 3명의 선생님이 있는데, 사람이 각각 다른 것처럼 가르치는 스타일도 3인 3색이었다.  세 분 모두에게 가르침을 받은 결과 나는 A 선생님, B 선생님과 잘 맞는 듯하다. 두 분 다 단순 명료한 스타일이다.


A 선생님은 코칭 틈틈이 이 동작이 근육을 어떻게 발달시키는지 간단한 설명을 붙여주는데 그 점이 참 좋다. 건강 음식도 몸 어디에 좋은 지 알고 먹으면 더 약이 되는 느낌인 것처럼, 이 힘든 동작이 그런 의미가 있구나 생각하면 좀 더 견뎌볼 만해지는 것이다. B 선생님은 그런 설명은 없지만 수업 때마다 처음 해보는 동작을 많이 넣는데 대부분이 재미있게 느껴진다.


‘동작’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필라테스를 하다 보면, 이 단순한 기구를 활용해서 끝없이 많은 동작을 만들어 내는 게 놀랍다. 엉뚱하지만 고문의 역사를 생각하게 된다. 인간의 고문기술이란 정말 기상천외해서 단순한 물건 하나로도 죽음 직전, 또는 죽음까지 가게 만들지 않는가. 땀범벅이 된 채 신음을 참으며 필라테스 기구에서 버둥거리다 보면  필라테스야말로 인간의 똘끼가 그대로 담긴 운동법 중에 하나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선생님 얘기로 돌아와서,

미안한 말이지만 C 선생님은 나와 궁합이 맞지 않은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MBTI가 외향형 E 일거 같은 C 선생님은 토끼 같은 외모에 말투 자체에 애교와 상냥함이 배어있다. 친절하면 좋은 거 아니냐고 할 수 있는데 이게 운동에서는 딱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코칭 사이사이에 붙는 멘트들 예를 들면 “00님 지금 얼굴이 엄청 빨게요 “, ”00님 오늘은 땀이 별로 안 나네요. 괜찮으신가 보다 “’, ”00님 완전 뽀송뽀송! “


나의 상태를 알려주는 인사 겸 격려 같은데 뭐라고 답해야 할 지 애매하다. 특히 ”지금 어디가 힘들어요 ?“라고 자주 질문을 덛지는데, 자세 잡느라 죽겠는데 어디가 힘든지, 즉 이 자세를 취하는 궁극적 목적에 맞는 대답을 그 와중에 고르느라 머리를 굴리는 것 자체가 꽤 번거로운 것이다.

지루할지언정 부위별로 느껴지는 감각에 온전히 몰입만 하고 싶다.


무념무상으로 운동하는 와중에 유일한 재미를 꼽자면 역시 사람구경이다. 얼굴 생김새가 저마다 다르듯, 사람들의 체형도 제각각이라는 게 새삼 신기하다. 비슷한 키에 비슷한 몸무게일지라도 단순하게는 팔다리 길이부터, 어깨와 허리, 엉덩이의 곡선, 발달된 근육이 모두 다르다. 나름의 강한 동작도 제각각이다. '이 힘든 동작을 어떻게 저렇게 쉽게 하지' 감탄이 나오다가도, 나는 꽤 할만한 동작인데 상대방은 너무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이면 ‘아니, 이게 왜 안되지’ 싶은 거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기가 잘하는 것을 좋아하게 된다고 한다. 그러므로 어느 분야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그것을 잘하게 되어서 긍극적으로는 좋아하게 만들라는데,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 같으면서도 곰곰이 생각하면 이만한 진리가 없다 싶다. 특히 이 진리를 필라테스를 할 때마다 느낀다.  이 동작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면 영락없이 못하는 동작이다. 못하니까 하기 싫고, 대충 빨리 마무리하고 싶다.


마지못해 하는 동작은 점차 나아진다고 해도 그 속도는 느릴 수밖에 없다. 반면에 잘하는 동작은 재미있고, 더 오래 하고 싶으며, 자세의 완성도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짧은 시간에 더 잘할 수밖에 없게 되는 이유이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근육질의 탄탄한 몸이 되었는가라고 물으면 반은 맞고 반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몸이 탄탄해졌지만 근육이 외관으로 보일 정도는 아니이다. 눈에 보일 정도로 근육을 발달시키려면  일주일에 두세 번 수업으로는 부족하다 싶다. 더 강력한 덤벨 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병행해줘야 할 것 같다.


특히 복근은 정말 만들기 힘들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마흔여덟에 복근 만들기란 무지개 너머 어떤 꿈과 같은 것이었다. 이를 악무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 나이에 그렇게까지 할 이유는 찾지 못하고 있다. 의외의 소득은 올라붙은 엉덩이이다. 유난히 하체를 집중적으로 괴롭힌 날, 집에 돌아와 의자 위에 앉아 있는데 느낌이 이상했다. 둔부와 허벅지 뒤에 어떤 보형물이 들어 있는 느낌. 낯선 감각이었다. 거울을 보며 만져보니 엉덩이가 기존보다 2센티 정도 위에서 시작되는 느낌이다. 나만의 느낌은 아닌 게 선생님도 수업 중에 “뮤뮤님, 힙업이 꽤 되셨네요.”하고 알아봐 주셨다. 와우!


이렇게 업된 엉덩이는 난생처음이므로 신기했다. 운동 직후가  근육이 제일 땡땡하게 올라붙어 있으므로 집으로 가면서 엉덩이 근육을 점검해 보는 루틴이 생겼다. 전날보다 얼마나 올라붙었는지, 양쪽이 균형 있게 발달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별내동에서 대낮에 자기 엉덩이를 주물럭 거리며 걷는 여자를 목격한다면 뮤뮤가 맞을 것이다.  




지난 주로 등록권이 끝났다. 3개월 연장권을 끊을 것인가 아니면 이제 혼자서 해볼 것인가 고민의 기로에 섰다. 몸근육 말고도 만들어줘야 할 근육이 너무 많다. 일단 얼굴 근육도 신경 써줘야 한다. 탄력 없이 늘어진 심술보는 갖고 싶지 않다.  한 성형외과 의사는 어떤 비싼 시술도 생활운동으로 만들어지는 얼굴근육을 따라올 수가 없다고 했다. 시술을 받아도 얼굴근육 운동을 해주지 않은 사람은 몇 년후 또 병원을 찾는다고.


‘은‘이라고 발음하면서 미소 짓는 것 같은 표정 운동을 해주면 얼굴근육이 생긴다고 한다(표정을 오래 유지하는 게 관건). 해보니 나름 어려워서 그냥 볼펜을 최대한 오래 물고 있어본다.


몸과 얼굴살이 올라붙어도 마음근육이 흐물거리면 그것도 안 될 것이다. 명상과 독서, 글쓰기로 마음근육이 느슨해지지 않게 관리해줘야 한다. 특히 글쓰기는 운동과 같아서 매일 한 문장이라도 써…  

하아...  많이들 들어보셨을 테니 그만하겠다. 나부터가 엄마 잔소리처럼 물린 문장이다.

글쓰기도 운동도 ‘꾸준히’를 먹고 자란다. 그렇게 믿고 싶다. 예전에 쓴 글을 보았는데 그때 글이 나은 것 같은 두려움을 느낀 적이 있어 부러 해보는 소리이다.




필라테스 이야기 전편

https://brunch.co.kr/@seul0830/325



사진출처 - 우리 필라테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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