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숍에서 휴지가 필요했다. 냅킨이라고 불리는 사각형 휴지를 손짐작으로 뽑았지만 원했던 만큼보다 훨씬 많이 뽑아지게 되었다. 다 들고 와봤자 사용하지 못하고 쓰레기가 될 것 같았다. 휴지를 그냥 대충 올려놓을까 하다가 조금 정성을 들여 나름대로 다시 잘 넣어두었다.
공공장소에 있는 정수기들에 비치된 납작한 종이컵이 있다. 주둥이를 만들어 펼치면 컵이 되는 종이컵. 내가 다니는 체육센터에서는 다른 장소에 비해 유난히도 잘 못 뽑아 대충 놓고 간 듯한 종이들이 많이 쌓여있다. 아무래도 힘든 운동 중 빠르게 목을 축이려 동작이 섬세하지 못해 여러 개를 뽑아 놓고 필요한 종이컵만 집어 사용하고, 나머지 것들은 대충 위에 올려놓는다. 누가 봐도 사용하지 않은 것이지만 아무래도 새것을 직접 뽑아 쓰는 게 자연스럽다. 그 누구도 대충 올려져 있는 새 종이컵을 사용하려 들지 않는다. 얼마 전 물을 먹으려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그 불편한 생각들이 떠올랐는지 새로 뽑는 컵 대신 그 종이를 사용하게 되었다. 역시나 아무렇지 않았다. 그 생각이 떠 올라 잘 못 뽑은 여러 개의 냅킨을 잘 넣어 두었다. 10분도 되지 않아 휴지가 더 필요한 상황이 오자 내가 잘 넣어뒀던 그것들은 내가 다시 사용하게 되었다. 실소가 지어졌다. 정말 한 치 앞을 모르는 게 인생이구나. 나는 이런 소소한 행동들에 대해 의미부여되는 것들을 즐겨한다. 삶이 풍요로워지는 건 의미부여를 해서 그런 것 같다. 미물이라는 것을 누가 정의할까? 명명하기 나름이다. 너무 작고 사소해서 누구에게 말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남기게 되는 일도 감사하고 즐겁다. 그래서 브런치가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