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청, 은행, 아무튼 전부 내 편이 되어줘

by 슬슬

집을 짓기로 결심하고 나서 나의 충동성과 무계획의 P 성향은 날개를 달았다. 평소에도 생각나는 것이 있으면 바로바로 찾아봐야 직성이 풀리는데, ‘집’이라는 주제는 생각을 해도 해도 또 생각하고 고민할 것이 떠오르니 겉으로는 평온해 보여도 머릿속은 팽팽 돌아가는 혼자만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실제로 가족 중에 나만 바쁘기도 하고(보고 있나, 남편?). 휴대폰의 메모장에는 떠오를 때마다 적어두는 집 구조와 인테리어에 대한 메모가 쌓이고 있고, 인스타에는 저장해 둔 게시물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은 이런 중구난방의 행동에도 불구하고 실낱같은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는 것이다.


농촌주택개량사업은 12월에 이듬해의 수요조사를 한다고 한다. 23년, 24년 사업 내용을 살펴봐도 수요조사에 신청한 물량 전부를 선정하고 있었다. 그러니 12월 수요조사를 꼭 챙기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군청의 농촌주택개량사업 담당자에게 문의하니 면에 거주하는 1주택자가 동일한 면에 주택을 신축할 경우, 준공 후 최종 대출 전에 기존 주택을 처분하면 사업 대상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큰 문제없이 선정될 수 있으니 수요조사에 참여하라고 확인을 받았다.


우리 면에서 농촌주택개량사업 대출을 담당하고 있는 지역 농협에서도 사업 선정만 되면 대출에는 큰 문제가 없고, 다만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며 알려 주었다.

- 토지 구매 시 담보대출을 받으면 농촌주택개량사업 대출 한도에서 담보대출 금액을 제하고 대출이 가능함. 담보대출 이자가 더 높기 때문에 불리할 수 있음. 그래서 우리는 토지구매 시 신용대출을 이용하기로 했다.

- 신축에 들어간 비용 중 설계비, 자재비, 인건비 등은 당연히 사업 실적으로 인정을 해주지만 싱크대, 욕조 등은 비용으로 인정을 해주지 않음. 이 부분은 군청의 사업 담당자에게 정확하게 확인을 해봐야겠다.

- 농촌주택개량사업 대출금액은 정책자금이라서 DSR 규제를 받지 않음. 자금이 많이 부족해서 영끌을 해야 하는 우리에게는 매우 희소식!

- 방공제가 있어서 최종 감정가에서 방 1개 당 2500만 원을 제하고 대출을 해줌. 방을 4개 정도 계획했는데 이 부분은 나중에 설계 시에 체크해야 한다.


지성아빠 카페에서 농촌주택개량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글을 읽어온 터라 사업 자체에 대한 걱정이 많았는데, 우리 관할 군청의 사업담당자나 농협 직원 분이 굉장히 친절하고 상세하게 설명을 해줘서 마음이 편해졌다. 기준에만 맞으면 사업 선정이나 대출을 해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말을 양쪽에서 들었다. 야호.


마음에 드는 토지는 200평의 땅 중 110평 정도를 분할해서 매수하기로 했다. 애초에 집이 있었던 땅이라 크게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토지이음에서 해당 토지에 ‘도시관리계획 입안 중’이라는 문구가 떠서 혼란에 빠졌다. 군청에 문의하니 지구단위계획이라 시청 관할이라고 해서 시청 도시계획과에 전화하니 용도가 변경되는 정도의 계획이라고 했다. 건축에는 큰 문제가 없을 거라고 해서 안심이었다. 해당 토지가 분할이 가능한지, 건축이 가능한지 물어보기 위해 군청을 세 번 정도 들락거렸다. 땅에 붙은 도로가 구거이긴 하지만 현황도로로 되어 있고, 4미터 정도라 도로 중심선에서 1m 정도 내주고 집을 지어야 한다고 했다. 최종 결론은 분할 후에도 건축허가에는 문제가 없는 걸로.


토지이음, 건축허가, 용도변경, 구거와 현황도로, 도로 중심선에서 내 땅을 내주어야 한다는 내용들이 처음부터 이해가 쉬웠던 건 아니다. 토지와 건축에 관련된 여러 용어와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 틈틈이 책을 찾아보고 검색하며 공부했다. 위에 쓴 몇 문단으로 요약되는 손품과 발품의 과정이 실제로는 마음에 드는 땅을 발견한 후 거의 세 달에 걸친 긴 과정이었다. 출퇴근 시간에 차에서 통화하고, 점심시간을 쪼개 여기저기를 방문하기를 몇 달. 그래도 집을 짓겠다는 마음이 사그라들지 않고 점점 커지는 걸 보니 이번엔 정말 뭔가 해내겠구나 싶다. 앞으로는 더 험난하고도 즐거운 과정이 펼쳐지겠지.


+ 덧붙이는 글: 브런치북 연재를 위해 이전에 쓰던 글을 수정해서 재발행하고 있습니다. 독자님들이 저의 집 짓는 과정을 생생하게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쓴 시점을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두려고 합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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