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은 건축가를 만나기

by 슬슬

우리의 집을 지으려면 어디를 찾아가야 할지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점심시간에 가볍게 산책을 하던 중 사무실에서 가까운 건축사사무소 창문에 붙은 건축문화제 포스터를 보게 되었다. 아, 건축은 문화라고 했었지! 주택에 살기로 마음먹은 후 그렇게나 읽어댄 책들이 집을 지을 땐 건축사를 만나라고, 건축에는 이야기가 들어있어야 한다고 외칠 때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며 동의해 놓고 나는 왜 애먼 곳을 찾아다닌 것인가.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 당연히 지하주차장과 전시장이 연결되었을 거라는 생각으로 우산을 챙기지 않고 차에서 내렸다. 하지만 전시장이 아닌 밖으로 연결된 당연하지 않은 동선에 쫄딱 젖은 채 건축문화제가 열리는 전시장으로 뛰어들어갔다. 젖은 머리의 물기를 대충 털어내고 전시장 한편에 마련된 건축상담 부스를 찾아 앉았다. 상담 부스에서의 크게 만족스럽진 않은 짧은 대화 후 혼자 전시를 둘러보는 나에게 다가온 한 건축사님과의 대화 끝에 나는 건축사와 집을 짓기로 결심했다. 그제야 우리 가족의 집 짓기가 제대로 된 길을 찾은 기분이었다. 건축사가 집을 설계하고, 시공사는 집을 짓는 것. 책에서 읽은 바로 그 당연한 길.


건축가를 통해 집을 설계하는 것으로 마음을 고쳐먹은 후에는 또다시 험난한 건축가 찾기 여정이 시작되었다. 건축문화제에서 받은 명함 몇 장, 건축상을 받았다는 우리 지역의 유명한 건축사사무소, 그리고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올리며 잘 관리된 건축사의 SNS, 아키히어라는 건축사 중개 사이트를 통해 컨택한 인근 지역의 건축사까지. 스무 개 정도의 연락처를 수집해서 연락을 돌리기 시작했다. 몇몇 건축사(나중에 인허가 위주의 사무실이라는 걸 알았다)는 포트폴리오를 볼 수 있냐는 질문에 해달라는 대로 해준다며 원하는 걸 가져오라고 하기도 하고, 고급 주택을 주로 설계했다는 말만 강조하는 곳도 있었다. 전화를 통한 첫 대화부터 소통이 되는 건축사를 만나고 싶었는데, 그건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막상 건축사와의 상담을 하면서 나는 조금씩 실망하기 시작했다. 그냥 그럴듯한 하우징업체를 다시 찾아봐야 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잠깐씩 들기도 했다. 나의 이야기와 우리 가족의 필요가 부정당하는 듯한 질문과 독단적이라고까지 느껴지는 답변들.


- 왜 목조주택을 지으려고 해요? 친환경? 꼭 그렇지만도 않은데. 콘크리트도 괜찮아요.

- 주택에 살아봤어요? 근데 왜 주택에 살려고 해요? 지진? 나도 진동에 예민한데 아파트 살아지더라고요.

- A급 인부를 쓰면서 예산에 맞출 수는 없어요. 기술자 찾기도 힘들고 관리도 힘들어요.

- 목조로 할 거면 시공사는 무조건 000으로 해야 돼요.

- 농촌주택개량사업? 그게 뭐예요? 이율이 좋네요. 나도 땅을 가진 게 있어서.


내가 생각했던 건축가와의 대화는 이런 게 아니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여러 건의 실망스러운 상담을 거쳐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듣고 그걸 구현하는 걸 "재밌겠다"라고 표현해 주는 건축가를 만났다. 건축 관련 책이나 TV 프로그램에서 봤던 건축가와 대화하는 듯한, 예술성과 현실감을 함께 가지고 있는 듯한 분들을 후보로 추릴 수 있었다. 드디어 설계를 할 수 있는 걸까.


그런데, 건축사? 건축가? 건축설계사? 어떤 것이 맞는 호칭인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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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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