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직영공사는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by 슬슬

신혼집은 셀프 인테리어로 리모델링을 했다. 제이쓴 님을 필두로 하여 많은 사람들이 셀프 인테리어를 하던 시기였다. 공정별로 업자를 섭외하고 공사 일정을 조율하는 일은 그럭저럭 할만했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아 우리가 처리해야만 하는 일들이 힘들었다. 예를 들면 문지방을 없애고 난 후 텅 빈 바닥에 시멘트를 발라야 한다던가, 공사 기간 동안 전기를 새로 들여야 한다던가, 곰팡이가 생긴 베란다의 우수관을 새로 손 보는 일이었다. 퇴근 후 불 꺼진 거실(인데 아직 시멘트 바닥인)에서 화장실 수납장이 될 나무에 오일스테일을 칠하고, 주말에 무거운 시멘트를 나르고 개고 바르던(일명 공구리) 경험은 분명 즐겁고 설렜지만, 분명한 교훈을 남겼다.


집을 짓는다면 절대 직영공사는 하지 않는다.


20평도 안 되는 작은 집을 꾸미는 데에도 애로사항이 많았는데 맨 땅에다 평생 살아야 할 집을 짓는데 셀프? 직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맞벌이인 우리에게는 그만한 능력도, 할애할 시간도 없다. 반드시 집 짓기의 전 과정에 함께 해줄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누구와 집을 짓느냐는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설계사, 시공사 등의 기본 지식도 머릿속에 없을 때 가장 먼저 관심을 가진 것은 '모듈러 주택'이었다. 인스타의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을 타고 나에게 '농촌주택개량사업'을 알려준 것이 바로 모듈러 주택 업체였다. 큰 공장에서 나무를 조립해 현장에서 조립하면 뚝딱 집이 생기는 과정이 신기했다. '조립식 주택=컨테이너'라고만 알고 있었던 내 얄팍한 건축지식이 한 계단 올라간 기분이랄까. 게다가 농촌주택개량사업을 통해 건축할 수 있다는 홍보에 혹해 한동안 모듈러 주택의 형태와 건축 방식, 실제 건축주들의 후기까지 열심히 찾아보았다.


파면 팔수록 이것은 내가 원하는 집 짓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장에서 조립을 하는 집에 대한 신기함은 공장식으로 찍어져 나오는 집이라는 인식으로 변해갔고, 나는 우리의 생활을 담는 공간을 원하는 것이지 대량으로 찍어 판매하는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기성품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실제로 모듈러 주택 업체가 홈쇼핑을 통해 집을 파는 것도 봤다! 각종 부대공사나 기타 비용이 많이 추가된다는 불확실성은 예산이 적은 우리에겐 불안한 요소였고, 전원주택 카페에서 몇몇 부정적인 후기를 보기도 했다. 누군가에게는 좋은 선택이겠지만, 우리는 결국 모듈러 주택을 선택지에서 지워버렸다. 하지만 모듈러 주택을 공부하며 집을 짓는 결심의 씨앗이 점점 싹트고 있었으니, 좋은 경험이 되었다.


다음으로 눈을 돌린 것은 설계부터 시공까지 한 번에 해준다는 하우징업체였다. 이 또한 알고리즘의 영향이다. 하우징업체들은 제법 공격적으로 보이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었다. 자신들의 포트폴리오를 멋진 영상과 건축주의 후기까지 더해 홍보하고 있었다. 농촌주택개량사업을 설명하는 콘텐츠를 올리기도 하고, 실제로 농촌 개량주택 사업을 통해 지은 집을 포트폴리오에 올려두기도 했다. 대략적인 건축비를 안내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외장재에 대해 설명하기도 해서 하우징업체를 알아보면서도 많은 공부가 되었다. 무엇보다 깔끔하고 단순한 형태, 트렌디한 인테리어가 많아 눈길이 갔다.


하지만 하우징업체와 집을 짓고 싶지도 않았다. 건축박람회에서 몇 군데 업체와의 상담, 눈여겨보던 업체와의 전화 통화, 3시간 거리를 달려 다녀온 또 다른 업체의 오픈하우스까지 하우징업체와 이야기를 나눌수록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대뜸 "몇 평으로 지을 거예요? 40평? 평당 1000만 원은 생각해야 돼요."라고 말한다거나, 원하는 대로 무조건 다 된다며 박람회 할인가로 계약하라는 건 그래도 이해할 수 있었다. 들뜬 벽지와 마당 한 중간의 정화조 뚜껑, 한 중간을 실리콘으로 티 나게 메꿔 놓은 아일랜드 식탁 상판이 지나치게 거슬리는 현장을 오픈하고도 "그건 원래 그래요"라는 말로 대충 넘기는 곳에는 도저히 마음을 줄 수 없었다.


또 하나, 건축사와 목수, 기술자처럼 집을 짓는 데에 직접 관여하는 사람이 아닌 아닌 '건축 매니저'라는 이름의 상담 직원들을 채용하거나 마케팅으로 나가는 비용을 생각하면 우리 집을 짓는 데에 집을 짓기 위한 비용 외에도 많은 비용이 포함되어 있을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케팅이라는, 매니징이라는 티가 나지 않는 명목에 우리의 예산을 할애하기에 우리의 통장은 너무 빠듯했다.


그래서, 대체 내 집을 지으려면 누구의 손을 잡아야 하는 거지?

keyword
금요일 연재
이전 03화땅이 팔렸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