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는 마음, 첫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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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돼지가 집을 짓는데 짚으로 차곡차곡 집을 짓는데
늑대가 나타나 후~ 무너져 버렸대요. 와르르!
둘째 돼지가 집을 짓는데 나무로 차곡차곡 집을 짓는데
늑대가 나타나 후~ 무너져 버렸대요. 와르르!
셋째 돼지가 집을 짓는데 벽돌로 차곡차곡 집을 짓는데
늑대가 나타나 후~ 꿈쩍도 안 했대요.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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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까지 아무 생각 없이 신나게 불러온 이 동요가 이리도 무서운 가사였단 말이야? 우리 집을 나무로 차곡차곡 지을 건데 와르르라니. 벽돌이 최고라니. 왜 굳이 목조로 집을 짓냐는 목수면서 목조를 반대하는 내 동생을 비롯한 목조주택 반대파의 의심은 모두 어릴 때부터 동화로, 동요로 들어온 아기돼지 삼 형제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아기돼지들아, 니들이 원망스럽다.
건축사사무소를 결정하는 것이 그렇게 힘들었던 이유도, 앞으로 시공사 선정이 까다로울 거라 예상하는 것도 모두 우리가 지으려는 집이 목조주택이기 때문이다. 전원주택 카페나 건축 잡지를 둘러봐도 경량목구조 집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여러 시공사의 마케팅에서도 목구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우리 지역의 건축사들은 왜 그리도 목조주택을 반대하는 걸까? 상담을 위해 자리에 앉아 목조주택을 지을 거라고 운을 떼기 시작하면 열에 일곱(말 그대로 열 곳 중 일곱 사무소!)이 철근 콘크리트 구조는 어떠냐며 회유를 했고, 그중 여섯은 목조주택의 단점을 줄줄 읊었으며, 심지어 그중 다섯은 목조주택을 짓고 싶은 이유를 들은 후 코웃음을 쳤다.
이 지역에는 기술자가 없어요. A급 기술자는 다 경기도나 전라도는 가야 있지. 누가 여기까지 온다고 하겠어요. 좀 살다 보면 누수되고 나무 다 썩어요. 관리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 지진 때문에 예민하다고요? 나도 예민한데 철콘 집에 살아요. 목조는 원하는 대로 모양이 안 나올 거예요. 친환경? 그러면 집을 지으면 안 되죠. 비염? 아토피? 도배풀, 본드 전부 화학제품 들어갈 거라 별 차이 없을 텐데. 그 예산으로는 못 지어요. 차라리 샌드위치 패널로 짓는 게 낫죠. 목조주택은 한다는 사람도 없었고, 해본 적도 없어요.
모두 우리 지역 건축사사무소와 상담을 하며 들은 말들이다. 상담을 할 때는 이런 말을 듣고도 사람 좋은 척 웃어넘겼지만, 나무로 집을 짓겠다는 게 이렇게 핀잔을 들을 만한 일인가 싶었다. 내가 얼마나 속이 상했으면 틈틈이 구경하던 목조주택 시공사 블로그에 '지역 건축사들이 목조주택을 반대하는데 이 지역 건축사 추천 좀 해달라'는 댓글까지 남겼겠는가. 건축사들의 입에서 목구조의 단점을 하도 들으니 진짜 목조주택은 둘째 돼지 집처럼 늑대의 큰 숨 한 번, 유명한 우리 동네 똥바람 한 번에 와르르 맨션이 되는 건가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지역의 수많은 빌더(이 단어 멋져)들의 글과 사진, 그 속의 전문성과 열정을 보며 의심을 거두었다. 결국 비아냥과 반대를 이겨내고 목조주택에 어느 정도 진심을 보여준 건축사님과 무사히 설계 계약을 마쳤다.
아기돼지 삼 형제 동요를 흥얼거리다 문득 건축사 상담을 하던 그때의 서러움과 억울함이 떠올라 글을 써봤다. 이제부터는 딸에게 둘째 돼지의 나무집도 튼튼하다고 알려줘야겠다. 집을 잘 만드는 사람들이 둘째 돼지의 나무집을 멋지고 튼튼하게 지어주었다고 말해주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