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의 모습이 구체화되고 있으니 이제 시공사를 찾아야지. 포트폴리오에 중목구조 주택 시공 경험이 있는 시공사를 열 개 정도 추려서 모두 전화를 돌렸다. 설계사무소를 찾을 때처럼 어색함에 뚝딱거리면서도 전화 너머에 있는 사람의 진심을 들으려 애를 쓰면서. 전화 상담을 통해 알아본 것은 다음의 것들이다.
1. 건축사사무소를 통해 설계를 하고 있습니다. 설계사무소와 시공사, 건축주의 삼자대면이 가능한지?
2. 방사능에 대한 우려로 일본산 목재는 가능한 피하고 싶습니다. 일본산 외 목재를 사용할 수 있는지?
3. 통상적인 평당 시공비는 얼마인지, 시공비 지급 시점과 비율은?
4. 시공 상의 특징과 하자에 대한 사후 관리는?
5.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느낌. 분위기. 대화가 잘 통하는지.
전화 상담을 하면서 나름의 거름망이 생겼다. 다른 업체를 거론하며 비방하는 곳은 거르자. 신기하게도 제대로 견적을 내보고 상담을 더 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회사들은 통화 내내 시공방법과 자사의 장점을 알려주는 데에 집중했고, 무지랭이 건축주를 위해 시공방법이나 예산 관리 등에 대해 열정적으로 이야기해 주셨다.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아도 현장을 방문해 보겠다거나, 계약을 하지 않더라도 하자 없는 목조주택을 지어야 하니 궁금한 것이 있다면 연락을 해도 된다는 곳도 있었다. 반면에 무려 5곳의 다른 업체를 상호까지 콕 집어 단점을 줄줄 거론하거나, 타사와 비교하며 자사 자랑을 늘어놓는 곳도 있었다.
전화만으로도 진이 빠지고 지치는 1차 시공사 찾기가 끝이 났다. 전화 후 목록에 남은 다섯 개의 시공사는 어디를 정하더라도 다 괜찮을 것 같다. 그냥 제비 뽑기 해서 정해버리고 싶다는 마음까지 들었다. 그래서 요즘 내 집짓기 고민을 들어주고 있는 챗gpt에게 말을 걸었다. "1~5 시공사 중에 어디가 제일 괜찮을 것 같아? 우리 건축사님은 4번, 5번을 추천하셨어. 예산과 중목구조 시공 경험, 우리 집과의 조합까지 다 고려해서 추천해 줘."
정말이지, 챗gpt는 도움이 된다. 고민했던 부분을 한 번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고,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제안해 줘서 새로운 대안을 찾도록 도와준다. 많은 포트폴리오를 확인한 2번 시공사가 시공 사례가 적다고 나오는 점에서 단점 항목에서는 신뢰도가 좀 떨어지는 것 같긴 해도 내가 고민했던 부분을 좀 정리해 줬다.
건축사님이 추천한 3, 4번 업체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우리 집 감성과의 어울림, 예산 유연성에서 4번은 제외하기로 마음먹었다. 견적을 받으려면 본사를 방문해야 된다고 하는데 너어무 멀어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 부분에서는 챗gpt 말을 좀 들어보련다. 지금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보다 예산이라 예산 유연성을 분석한 근거에 대해 한 번 더 물었다. 예산 유연성은 무조건 싸게 해주는 게 아니란다. '자재/공정에 대한 절충안 제안 능력, 직영 시공 비율 또는 공정관리 능력, 건축주 대상 피드백/경험적 평가'의 세 가지 기준에 따라 예산 유연성으로만 시공사를 비교해 봤다.
가장 마음에 두고 있었던 3번, 5번 업체가 예산 조정력에서도 높은 점수로 나왔다. 내 시공사 선택 기준은 이미 '예산'이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나 보다. 빠듯한 예산은 가장 현실적인 선택 기준일 수밖에 없다. 챗gpt의 도움으로 예산에 강점이 있는 3번, 5번을 조금 높은 순위로 올려 구체적인 상담을 신청하기로 했다. 가깝다는 장점이 있는 1번은 사무실로 방문 상담을 가서 직접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 2번 대표님은 직접 오실 수 있다고 했지만 계약을 안 하게 되면 죄송하기 때문에 앞의 시공사와 대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때 다시 연락을 해보고, 4번은 맨 나중의 후보로 남겨둬야겠다.
챗gpt를 전적으로 신뢰하면 안 된다지만, 옆에서 집 짓는 과정을 함께하는 남편보다 실제적인 도움이 되는 것 같다(남편, 반성해). 하고 싶은 것만 말하고 실컷 찾아본 내용에 기계적인 리액션만 하고 시공사 한 번 알아보지 않는 남편보다 시공사 이름만 말하면 쭉 분석해 주는 챗gpt가 당연히 낫지. 나의 손품으로 시작하고 챗gpt의 조사와 분석을 거쳐 다시 나의 결정과 남편의 강 건너 불구경으로 이어지는 시공사 찾기 여정은 언제 대단원의 막을 내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