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복원측량. 여기서 저기까지 우리 땅!

by 슬슬

시공사를 찾는 동안 또 다른 행정 절차를 하나 해치우기로 했다. 바로 경계복원 측량이다. 건축 허가를 받을기 위해 꼭 필요한 절차이기도 하고, 지난 1월 인근 경계말뚝을 기준으로 현황측량을 했을 때 인접 도로와 논, 옆집에 물려있는 것으로 확인된 우리 땅의 경계를 정확히 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현황측량 과정이 궁금하다면 아래의 글을 참고↓


사실 조금 복잡할 거라 생각하고 측량을 미뤄두고 있었다. 나의 회피성향이 발동한 거였지만, 바빠서 그랬던 거라 합리화를 한다. 하지만 더 싫은 일이 생기면 갑자기 미뤄둔 일을 하고 싶은 욕망이 생기는 법! 대학원 수업이 유독 힘들던 날 딴짓을 시작하며 지적측량을 검색했는데 웬걸? 생각보다 쉽네? 지적측량바로처리센터에 가입하니 아주 간단하게 측량 신청을 할 수 있었다.


지적측량바로처리센터에 회원가입을 하고 지적측량 신청을 눌러 정보를 입력하기만 하면 된다. 측량 종목과 측량 소재지를 입력하면 측량 수수료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우리 땅은 413㎡로 84만 얼마의 측량수수료가 부과되었다. 의뢰인(=나)의 정보와 측량 희망일까지 작성하면 기본적인 측량 신청이 끝난다. 신청을 한 다음날 한국국토정보공사에서 전화가 왔다. 측량 목적과 일정을 다시 확인하는 내용이었다. 이후 카톡으로 측량수수료 입금 안내가 왔고, 입금 후 측량일정 확정 안내 알림톡이 왔다. 측량 의뢰인은 나였지만 당일 입회는 남편이 할 예정이었는데 신청 시에 당일 입회자에 대한 정보를 입력해 두니 측량기사님의 연락은 남편에게 바로 갔다. 일정 잡기도 수월하고 일처리도 빨라서 아주 만족했다.


측량일을 잡은 후에는 남편이 옆집에 측량일에 입회해 주십사 말씀드리러 방문했다. 측량 기사님도 콕 집어 옆집 분들도 입회하면 좋겠다고 하셨다. 아마도 분쟁 예방을 위함이겠지? 전 땅주인 할아버지께서 이미 옆집과 논 주인께 땅이 물려있으니 집 지을 때 다 찾아갈 거라고 이야기를 해두셨다고 해서 마음은 편했다. 남편이 옆집에 갔을 때도 아주 친절히 대해 주셨다고 한다. 멀쩡히 쓰고 계시는 창고와 담장, 마당이 우리 땅이니 불편해하실 만도 한데 참 다행이었다.


대망의 측량일. 세 분의 측량기사님이 오셨다. 어디선가 보긴 했지만 알 수 없는 도구들을 가지고 땅 주변 이곳저곳을 다녔다. 처음 뵌 옆집 분들은 팔순이 넘으셨다지만 정정하신 노부부셨다. 기분이 좋지 않을 수도 있는 상황인데 너무나도 다정하셔서 대문은 동대문이 좋다, 논 쪽에는 차를 대면 딱 좋겠네, 이 나무는 살구다 하시며 편히 대화를 나누었다. 어르신 댁 마당까지 말뚝을 박아야 했는데 할머니는 흔쾌히 직접 만드신 닭장과 텃밭, 창고까지 열어서 구경시켜 주시고 다음엔 집에도 와서 커피 한 잔 하고 가라고 하셨다.


할아버지는 측량 기사님들께 가지고 계신 산을 측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반대편 옆집과는 경계가 어떻게 되는지 물어보시기도 했다. 곤란해하시면서도 친절히 설명해 주시던 츤데레 재질의 측량팀장님과 담장을 올라가고 땅을 빙 돌아 뛰어다니시던 측량 기사님들, 신기한 장비들까지. 도로에서 측량하는 모습을 가끔 목격하긴 했지만 자세히 지켜보자니 측량이란 게 참 신기한 거였다. 아무것도 없는 땅에 테두리를 긋는 일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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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점마다 옹기종기 모여 확인하던 측량팀과 남편, 옆짚 할아버지


바닥과 담, 논, 옆집 텃밭에 말뚝을 여러 개 박고 사진을 찍은 후 측량이 끝났는데 한 시간 반 정도가 걸렸다. 우리 땅의 경계를 확실히 알고 나니 신기한 마음 사이로 묘한 싱숭생숭함이 몰려왔다. 건축허가를 위한 작업을 하나 해치웠는데 아직 정하지 못한 시공사, 진도가 나가지 않는 듯한 설계, 허가 후 신청해야 할 전신주 이설과 도시가스 인입 신청 등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일들에 대한 걱정이 함께 든 탓이었다.


그래도 이웃이 좋은 분들임을 알게 되었고, 우리 땅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정확히 알게 되었으니 간편했던 측량 신청처럼 모든 단계를 쉽게 넘어갈 수 있길 바라본다. 그나저나, 건축사님, 저희를 잊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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