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주택개량사업으로 대출 이자를 지원받으려면 150m², 평수로는 45평 이내의 집을 지어야 한다. 스무 평도 안 되는 집에 살고 있으니 45평은 아주 크겠다고 생각했는데 원하는 공간과 동선을 풀어놓고 나니 그렇지만도 않다. 처음 설계 사무실을 찾아다닐 때 우리 이야기를 듣고 제법 큰 프로젝트가 될 거라고 말한 어느 건축사님이 떠오른다. 건축사님과 남편은 이왕 집을 짓는데 면적을 꽉꽉 맞춰서 짓자 한다. 건폐율도 충분하니 법적인 문제도 없다. 그런데 문득 ‘집이 너무 크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좁아진 마당과 허덕이는 예산을 생각하니 고민이 되는 것 같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는 걱정을 하고 있다.
나의 걱정과 별개로 설계는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기본적인 형태는 직사각형으로 확정했다. 최근 ㄱ, ㄷ자로 꺾인 형태의 집을 구경하고 왔는데, 집안에서 자꾸만 시선이 끊기고 복잡한 느낌이 들었다. 다녀오는 길에 남편과 일자로 쭉 이어지는 직사각형으로 만들길 잘했다며 만족했다. 현관을 넓혔다. 아파트에서는 보통 현관이 앞쪽으로 좁고 길게 이어진다. 하지만 우리 집은 현관문을 열면 가로로 긴 공간이 펼쳐진다. 들어와 바로 외투를 벗고 손을 씻을 수 있게 옷걸이와 세면대도 두었다. 현관에서 기차놀이를 하지 않고 나란히 앉아 있을 수도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랐다. 왼쪽으로는 주방과 연결되는 팬트리, 오른쪽으로는 화장실이 있어서 실제로 느끼는 공간감은 더 넒을 것 같다.
우리 집엔 데크가 아닌 마루가 있다. 데크와 마루가 건축에서 어떻게 다른 건지는 모르겠다. 그냥 우리말과 영어의 차이인가? 나름대로 데크와 마루의 차이를 생각해 봤다. 데크와 마루는 둘 다 외부이기도, 내부이기도 한 공간이지만, 마루는 좀 더 내부에 가까운 쓰임새인 것 같다. 누워 뒹굴거린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느낌이랄까. 말에서 느껴지는 감성의 차이일 수도 있는데 ‘마루에 누워있다’라고 하면 리틀 포레스트, ‘데크에 누워있다’라고 하면 노숙 느낌이다. 그래서 설계도를 보며 이야기할 때 우리는 중정을 대청마루, 마당을 향한 곳은 툇마루라고 부른다.
그러고 보면 우리 집에는 한옥 느낌이 좀 묻어 있다. 대청마루와 툇마루도 한옥에서 볼 수 있는 요소이고, 툇마루를 덮을 처마도 그렇다, 남편이 원하는 거실과 다락 천장의 노출 서까래와 중목구조라 구조적으로 필요한 보와 기둥도 한옥의 느낌을 준다. 개념적으로도 한옥을 찾을 수 있다. 사적인 공간과 좀 더 개방적인 공간으로 나눈 건 안채와 바깥채의 개념과도 비슷한 것 같다. 칸칸이 구성된 방의 모습이나 텃밭 구석에 만들게 될 아주 작은 수공간도 크게 보면 한옥과 연결할 수 있지 않을까.
건축사님에게 대청마루를 만들고 나니 계속 한옥의 느낌을 넣고 싶어 진다고 말했더니 어느 정도 동의하셨다. 중목구조 주택이라 한옥의 느낌이 날 수밖에 없다고 하셨다. 내가 생각한 우리 집의 추구미는 삼시세끼, 리틀 포레스트, 킨포크, 피카, 휘게, 코티지… 이런 것들이었는데 한옥 느낌을 한 스푼 더하며 가까워지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사실 네모네모한 평면도와 입체적이지만 그림 같은 3D로는 아직 와닿지 않지만, 단순하고 효율적이지만 아늑함과 따뜻한 감성이 있는 집을 만들어 가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