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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미다 Nov 22. 2023

나의 온기를  너에게 전하다.

    추운 겨울, 아침 해가 늦장을 부리는 요즘 아이들은 이불 속을 파고들며 겨울잠을 잔다. 이 어린놈들에게도 고단함이란 단어가 소복이 쌓였는지 더더욱 눈뜨기 힘든 나날이다. '조금 더 눈 좀 붙이렴.' 밤새 차버린 이불을 덮어주며 사랑의 온기를 준비한다.



    

    첫 번째 온기는 '누룽지'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아침은 꼭 먹고 등교했던 지난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아침은 꼭 먹여 보내는 엄마가 되었다. 유아식을 시작했을 때는 아침부터 밥과 국, 반찬 3종류의 식판 식을 차려 먹였다. 눈뜬 지 얼마 되지 않아 들어갈 리 없지마는 어린이집에서 뭐 얼마나 많이 먹고 오겠나 싶어 속을 꽉 채워줘야 기분이 든든했다. 지난 저녁 밥상에서 잘 먹었던 반찬을 주면 싹싹 비우기도, 때론 똑같은 반찬에 입 한번 벙끗하지 않기도 했다. 그래도 개중에 몇 입이라도 먹고 가면 오전 할 일은 다한 듯 뿌듯함이 몰려왔다.

    이제는 육아 연차가 쌓인 건지 실랑이가 싫은 건지, 아침밥에서는 어느 정도 타협이라는 게 생겼고, 삼시 세끼 든든히 먹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았다. '그래, 뭐라도 먹고만 가면 되지' 되뇌며 누룽지, 시리얼과 우유, 과일, 국에 말아 주는 밥, 참치에 꼬들단무지와 김 가루를 버무린 주먹밥을 주로 먹인다. 이 중에 내 맘을 가장 편하게 하는 건 누룽지인데 추운 가을과 겨울, 뜨뜻하게 데운 누룽지에 짭조름한 반찬 몇 가지를 얹어주면 속에 난로를 들여놓은 듯 마음이 놓였다. 먹는 사람과 주는 사람 모두 온기가 생기는 누룽지. 아침식으로 이만한 게 있을까 싶다.

    

<친정에서 직접 만든 누룽지만 먹는 아이들>

    

    두 번째 사랑의 온기는 하교길 미니 붕어빵이다.

    하교 시간 보다 20분 미리 붕어빵 가게로 향한다. 때로 손님이 많으면 대기 시간이 길어져 내 마음에 타이머가 작동하기 때문에 부지런히 전화 주문을 해놓는다. 아이들이 먹기 좋은 미니 사이즈에 달콤한 슈크림이 들어간 붕어빵을 소중히 들고간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붕어빵을 '하하' 또는 '호호' 불며 입천장 대어가며 먹는 그 맛은 하교길 나의 기쁨이기도 하다. 달려나올 아이 얼굴에 빙긋이 웃음이 걸릴 걸 생각하니 연인의 마음 못지않다. 역시나, 아이는 신발도 제대로 신지 않고 가방은 간신히 어깨와 팔 그 어딘가에 걸치며 "엄마!"하고 반가이 뛰어 나온다. 방방 뛰는 아이를 보니 저 구름빵같은 엉덩이를 어떻게 붙이고 있었을까 싶어 웃음이 난다. 붕어빵을 집어 드는 아이 역시 '하하' 또는 '호호' 입김을 불며 요리조리 야무지게도 먹는다. '나중에 커서 미니 붕어빵을 보면 엄마의 사랑을 떠올려 줄래?' 내심 바래보지만 아이는 이미 붕어빵에 정신없을 뿐이다.

<아직 뜨거운 김이 서리는 붕어빵>


    세 번째 온기는 아이의 포옹이다.

    온기를 나누어 주다 보면 하루를 마무리 할 즘 방전이 된다. 지친 마음을 이끌고 침대로 뻗는 순간, 아이의 온기가 나를 채워준다. "엄마, 충전!"하며 와락 안기면 반사적으로 온몸에 힘이 들어가 숨이 '헉'하고 뱉어진다. 이제는 마냥 가벼운 체중이 아니기에 가슴이 캑캑거리지만 이런 시간이 또 얼마나 남았나 싶어 찌푸린 미간을 다림질로 편다. '그래, 이놈아. 엄마도 충전!'이라며 둘이 포개져서 서로를 포옥 안는 이 시간. 하루의 마무리로 내일의 온기를 가득 충전한다.


    

  육아를 하다보면 별것 아닌 일상의 연속이고 어제와 다름없는 나날이 이어진다. 이런 일상은 늘어지는 테이프 같기도 하고 같은 구간만 반복 재생되는 CD 같기도 하다. 내 인생은 언제 빌보드차트에 오를 수 있을까 고개를 꺾어 하늘을 쳐다보지만 엄마를 부르는 소리에 급격히 현실로 떨구어진다. 그리고선 별일 없이 지나간 일상을 애써 고마워하게 된다.

    매일의 반복 속에서도 오늘의 온기를 찾아서 내 삶의 온도를 높이는 것. 그것이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며 단조로운 일상에 다정한 위로를 건네는 방법이다. 또한 서로가 옆에 존재한다는 것 만으로 채워지고 따스해지는 경험이, 가족 말고는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합법적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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