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재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인이 된 제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정말로 ‘인서울’이 옳은 것이냐고 물었다. 뜬금없는 질문에 잠깐 어리둥절하다가 대부분 제자들은 고개를 흔들면서 상위권 대학이 아니라면 굳이 서울로 대학 갈 이유가 없노라고 하였다. 전북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간 제자들에게 불리함이 있느냐고 묻자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으나 지금은 없노라 대답하는 거였다.
어느 중고등학교에든 서울의 명문대를 나오신 선생님도 계시고 지방의 사립대를 나오신 선생님도 계신다. 학창 시절, 나는 나의 은사님들의 출신 대학을 몰랐고 어쩌다 알았다고 해도 출신 대학과 좋은 선생님을 연결시켜 본 적이 없다. 교사가 된 후, 동료 교사를 보아도 출신 대학과 좋은 선생님과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었다. 수 년 전, 의사고시 수석 합격자가 지방 사립대학교 의과대학에서 많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A약국의 약사는 서울대학교를 졸업하였고 B약국의 약사는 지방 사립대학교를 졸업하였음에도 B약국보다 A약국에 손님이 더 많고 평도 더 좋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서울대학교 졸업하고 고시에 떨어지기도 하고 지방대학교 졸업하고 고시에 합격하기도 한다.
현재 자기가 사는 지역의 대학에 가면 좋겠다. 특목고에서 공부하고도 수능에서 3등급 4등급을 받는 학생이 많고, 일반고에서 공부하고도 수능에서 1등급 2등급을 받는 학생이 많은 것처럼 서울의 명문대를 졸업하고도 초라하게 생활하는 친구들 많고 지방대를 졸업하고도 훌륭한 인재가 되어 행복을 누리는 친구가 많음을 인정하면 좋겠다. 대학교 이름이 삶의 질을 결정하지 않는다고 노래 부르면 좋겠다. 나는 서울이 특별한 동네가 아님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일 것이다. 내가 없애버리고 싶은 신조어 중 하나가 ‘인서울’인 것이.
말해주고 싶다. 재수생 N수생을 뺀 고3 수능 평균 점수는 17개 시도가 비슷하다는 사실을. 작은 차이이긴 하지만 서울은 중간 정도고 제주도가 1등이라는 사실도. 서울이 별거인 것 같지만 진짜는 서울이 별거 아니라는 이야기다. 인서울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좋겠다. 고향 사랑의 마음으로가 아니라 나라 사랑의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