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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bee Nov 14. 2024

'태안' 쭈꾸미 나들이(2)

'고딩'?? 아니, '딩고'!!!

굽이진 길을 돌고 돌아 산속 깊은 곳으로 들어가니 나온, 동화 같은 펜션!

이미 다들 바비큐 굽기에 한창이었고 우리도 그 대열에 끼기 위해 재빠르게 준비하기 시작했다.


역시 유정이란... 광주 여자. 초고추장에 볶음양념장까지 야무지게 챙겨 와 준 덕분에, 삼겹살을 곁들인 오늘의 요리는 바로 '주꾸미 숙회'와 '주꾸미 볶음'!!!

어쩜 이리 야무질까, 난 손대지도 못하는 주꾸미를 요리조리 손질하고 밀가루로 야무지게 해감(?)까지 하는 친구들을 보며, 사실 배워야겠다는 것보단^^ 야무지게 맛있게 먹을 수 있겠단 생각을 했다:)

장 보며 사온 미나리와 주꾸미가 삶아지니 그 향이 야무지게 퍼져나가 초고추장에 찍어 한입 가득 베어 먹으니, 여기가 천국이구나. (전라도만 초고추장에 먹나요...?)

'고보라'를 찾아보세요!

우리로 말할 것 같으면, 막 서울에 상경했을 때, 삼각지역의 유명한 동태탕 집에 고추냉이 간장만 제공되는 걸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아 슈퍼마켓의 초고추장을 사 와 양해를 구하고 찍어먹은 아이들이다. 

그 뒤로 단골집이 되어, 이모님이 keep까지 해주셔서 갈 때마다 편하게 먹을 수 있었는데, 젊은 친구들이 야무지게 먹는다고 많이 좋아해 주셨다.

여하튼, 그런 초고추장 러버들이란 뭐, 부가설명이다.

주꾸미 볶음, 캬 이건 말할 것도 없이 소주 안주였다.

'시원한 소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 찰나, 센스 있는 사장님의 아이스바켓 서비스!

'와 여긴 찐이다!!!!!!!!!!" (어딘지 안 알려줌, 나만 알고 있을 거예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내가 술을 먹는지, 나를 술이 먹는지. 

오랜만에 만난 우리는 쉴 새 없이 떠들고 먹고 보라와 놀고, 키우시는 고양이들과 놀며 어느덧 찬기가 도는 새벽이 되어 드디어 방으로 입성했다.

다들 아시죠? 만취한 채로 따뜻한 방에 들어오면?

 네, 잠듭니다.

한 명씩 돌아가며 씻고 먹자며 뜯은 새우깡 봉지와 뚜껑 딴 소주를 상위에 뒤고 다음날 닭 우는 소리에 일어난 우리:)

놀랍지도 않다 이젠, 그냥 흘러가는 시간이 아쉬울 뿐.


이 펜션은 조식도 제공해 줘요! 얼큰하게 한소끔 끓여내 주신 북어해장국에 밥을 말아 야무지게 먹은 후 근처의 애견 카페로 출발했다.

이름 모를,,, 제과제빵 명인이 만드신 빵이 있는 대형 애견동반 카페에서 '고보라 엠버서더' 반팔티를 맞춰 입고 사진도 찍고, 이름 모를 착한 리트리버와 보라가 맘껏 뛰어노는 것도 구경했다.

날씨도 좋고, 꽃도 좋고, 자연도 좋고, 우리도 좋고!

아참, 우리 모임 이름도 드디어 만들었다.

"딩고"!

발 밑의 '고보라'를 찾아보세요!

들개라는 뜻으로, '자유롭게 하고 싶은 걸 하며 살자'라는 마음과 거꾸로 읽으면 "고딩", 고딩때 만난 우릴 추억하는 이름이다.

내가 지었지만 참 잘 지은 것 같다. 뿌-듯

그럼 자,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에 또 만나요~~~

(아, 빵은 괜찮은 맛이었던 것 같다. 좀 비싸긴 했지만)


몇 년만의 좌충우돌 '딩고'들의 1박 2일 서해안 주꾸미 낚시 여행은 이렇게 막을 내린다.

허물없이 지낼 수 있어 오래간만에 마음이 정말 편한 여행이었고,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고 있음에 서로 축복하고 감사할 수 있었던 시간들이었다.

마음이 힘들 때, 삶이 버거울 때,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을 때.

혼자도 좋지만 같이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벗들과 함께 P처럼 편하게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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