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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박 May 17. 2020

치즈 곰팡이

곰팡이 이야기 29

사람들에게 곰팡이를 친숙하게 알리기 위하여 한국균학회에서 ‘한국의 곰팡이 100선’ 작업을 하고 있다. 우리 생활에 가까운 곰팡이 100개를 골라 한글이름을 붙여 주고 2페이지 분량으로 설명해주는 작업이다.     


그 중에 치즈를 숙성시키는 로크포르 푸른곰팡이 (Penicillium roqueforti)가 있었다. 2페이지 설명 작업을 위하여 여기저기서 자료를 모으는데, 자료들 간에 서로 많이 달라 어느 것이 제대로 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시간을 투자하여 논문도 읽고, 외국 전문가에게 문의도 하여 나름대로 정리할 수 있었다. 묵히기에는 아까워 그 결과를 공유하고자 한다.  


      

치즈란?    


우유는 카제인(casein)단백질과 유청(whey)단백질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에서 카제인 단백질이 응고된 것이 치즈인데 cheese의 어원도 라틴어 caseus(카제인)에서 유래하였다.

  


위 그림에서 털 달린 공모양의 단백질이 카제인인데 이 털부분이 물과 친해서 물에 녹아 액체인 우유가 된다. 그런데 여기에 단백질 분해효소인 카이모신과 펩신의 연합체인 레닛(rennet)을 넣어 주면 이 털들이 떨어져서 카제인은 물과 섞이지 않고 자기들끼리 응고된다. 이것을 커드(curd)라고 하는데 연두부와 같은 모양이다. 이 커드에서 유청부분을 빼버리고 말리면 치즈가 된다.   

 

치즈는 두부와 매우 유사하다. 콩에는 글리시닌 단백질이 주를 이루는데 콩을 갈아서 끓이면 글리시닌이 물에 녹아 나온다. 이 때에 비지를 뺀 콩물에 마그네슘과 칼슘 같은 양이온 응고제를 넣어 주면 글리시닌들이 응켜서 순두부가 되고 물을 짜내고 단단하게 하면 두부가 된다.


두부를 영어로 콩커드(soybean curd)라고 한다. 서양사람들이 우리 두부를 콩커드라고 했으니 우리는 치즈를 우유두부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가 힘이 쎄면 치즈가 우유두부가 될 수도 있다(^-^).    



두부를 만들 때에 간수를 넣어 주는 방법과 매우 흡사한 방법으로 치즈를 만들 수도 있는데 산(acid)을 넣어 주는 방법이다. 평소에 카제인 단백질은 음전하를 띄어서 카제인 단백질 간은 서로 상극이 되어 뭉칠 수가 없다. 그런데 산을 넣은 주면 카제인 단백질이 중성이 되고 따라서 서로 응고될 수가 있다.     


산을 넣어 주는 방법은 레몬즙, 식초, 구연산과 같은 산을 직접 넣어 주는 방법이 있고, 유산균을 넣어 산을 생성하는 방법이 있다. Lactococcus, Lactobacillus, Streptococcus 같은 유산균을 넣어주면 이들이 우유의 유당(lactose)을 유산(lactic acid)으로 바꾸고 pH가 4.6이하로 떨어져 카제인들이 서로 응고된다.      


  

흰곰팡이 치즈 - 카망베르 푸른곰팡이(Penicillium camemberti)    


우유로부터 연두부, 커드가 만들어지고 물기를 뺀 후에 원반형 누룩과 같은 모양을 만들어 숙성에 들어간다. 이 때에 치즈의 바깥에는 다양한 곰팡이가 자라는데 이 중에서 유독히 유산균이 만들어 놓은 유산(lactic acid)을 잘 먹는 곰팡이가 있다. 이 곰팡이가 유산을 먹으면 치즈의 pH가 다시 올라가고 응고되었던 카제인들이 다시 분리되면서 치즈는 부드럽고 연한 크림상태가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치즈는 흰곰팡이치즈(white mold cheese), 흰곰팡이연질치즈(soft and bloomy rind cheese) 등으로 불린다. 대표적인 흰곰팡이치즈로는 카망베르(Camembert), 브리(Brie) 등이 있다.  

  

흰곰팡이치즈를 만들 때에 사용되는 곰팡이로는 Penicillium candidum과 P. camemberti가 언급되고 있는데 이들은 서로 같은 곰팡이로서 현재는 P. camemberti 만이 유효한 이름이다(Samson 등, 2010). 1906년 미국의 농촌진흥청에서 근무한 유명한 푸른곰팡이 학자 C. Thom이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의 Camembert라는 소도시에서 만든 치즈에서 곰팡이를 분리하여 Penicilllium cammemberti로 이름 붙였다.   

 

P. cammemberti라는 학명이 비록 카망베르에서 유래하였다 할지라도 Cammembert, 브리(Brie)를 포함한 모든 흰곰팡이치즈를 만드는 곰팡이에 이 학명을 사용한다.   

 

P. camemberti의 한글이름은 카망베르 푸른곰팡이로 제안한다.  Camembert는 국립국어원 외래어 표기용례에 카망베르로 규정되어 있다(한글 프로그램에서 카망베르를 치면 아래에 빨간 점선이 그어지지 않는다. ^-^).    

 

흰곰팡이치즈를 만드는 카망베르 푸른곰팡이는 위의 사진에서 보듯이 흰곰팡이가 아니고 푸른곰팡이이다. 다만 이 곰팡이가 치즈의 외피에서 자랄 때에는 푸른곰팡이 특유의 푸른색의 포자를 만들지 않거나 소수만 만들고 주로 균사로만 자라기 때문에 흰곰팡이처럼 보인다.     


   

블루 치즈 - 로크포르 푸른곰팡이 (Penicillium roqueforti)  

  

프랑스 남부 산악지역에서 한 청년이 먼발치에 나타난 아름다운 여성을 보고는 먹던 빵과 치즈를 내버려 둔 채 쫓아갔다. 몇 개월 후에 다시 그 자리에 와 보니 빵과 치즈에 파란 곰팡이가 피었는데 먹어 보니 그 맛이 매우 우수하였다. 치즈의 왕이라 불리는 로크포르(Roquefort)의 기원에 관한 일화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름다운 여성이 역사를 만든다. ^-^)    


프랑스의 로크포르, 이탈리아의 고르곤졸라(Gorgonzola), 영국의 스틸턴(stilton)과 같이 내부에 푸른곰팡이가 자란 치즈를 블루치즈라고 한다.   

 

 

블루치즈에서는 곰팡이가 바깥에서만 자라는 흰곰팡이치즈와 달리 곰팡이가 내부에서 자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산소가 공급되어야 하기에 치즈에 다수의 작은 구멍을 만들어 준다.

    

블루치즈의 내부까지 침투한 곰팡이는 치즈의 카제인단백질과 지방을 펩타이드, 아미노산, 지방산 등으로 분해한다. 우유지방의 분해산물인 뷰티르산(butyric acid)은 특유의 자극적인 향으로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거부감을 주기도 한다. 카제인 단백질의 분해산물인 글루탐산이 일부 치즈에서는 치즈 중량의 1%까지 생성되는데 이는 된장과 간장에서 감칠맛을 내는 대표적인 아미노산이다.     


결국 푸른곰팡이에 의한 치즈의 발효는 메주곰팡이에 의한 장류 발효와 유사하다. 다만 치즈 발효는 시작이 카제인단백질이고 장류 발효는 시작이 글리시닌 단백질이 주라는 것이 차이다. 그리고 치즈는 푸른곰팡이가 발효에 관여하고,  메주는 아스페곰팡이(Aspergillus)를 포함한 다양한 곰팡이가 발효에 관여하는데, 실제 우리나라 메주에서는 블루치즈를 만드는 P. roqueforti도 자주 분리된다.    

   


치즈의 왕 로크포르는 Roquefort-sur-Soulzon 지역의 Combalou산의 동굴에서 만들어진 치즈에 한하여 그 이름을 사용할 수 있다. 이는 마치 순창에서 만들어진 고추장에 한하여 순창고추장이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블루치즈를 만드는 곰팡이는 Penicillium glaucum, P. roqueforti, P. multicolor(한국의 식품원료목록)가 알려져 있으나 P. roqueforti만이 유효한 이름이다(Samson 등, 2010; Cobus 등, 2016).

    

미국의 농촌진흥청에 근무하였던 C. Thom이 1906년에 프랑스 남부 지방의 로크포르(Roquefort)에서 분리한 곰팡이에 P. roqueforti 라는 학명을 부여하였다. Thom은 이 곰팡이를 NRRL 849의 번호로 미국의 농촌진흥청에 기탁하였는데 한국에 도입되어 KACC 41354번으로 보존되어 있다. 교육 및 연구용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분은 농업미생물은행(KACC)에 분양신청하면 받을 수 있다.


P. roqueforti는 Roquefort 뿐만이 아니라 고르곤졸라, 스틸톤 등 모든 블루치즈를 만드는 곰팡이의 이름에 사용된다.    


P. roqueforti의 한글이름은 로크포르 푸른곰팡이로 제안한다. 한글명 로크포르는 국립국어원에서 아직 외래어로 규정하지는 않았지만, 네이버 사전 등에서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된다.  



요약


1) 우유의 카제인 단백질을 응고시켜 치즈를 만든다. 응고 방법은 단백질분해효소인 레닛을 넣어주는 방법과 레몬즙, 식초, 구연산 등의 산을 넣어 주는 방법, 유산균을 넣어 산을 생성하는 방법등이 있는데, 이들을 적절히 혼합하여 사용한다.


2) 치즈의 질감과 풍미를 향상시키기 위하여 곰팡이를 사용하는데 흰곰팡이치즈의 카망베르 푸른곰팡이(Penicillium camemberti)는 유산을 제거하여 치즈의 내부를 부드럽고 연한 크림상태로 바꿔준다. 흰곰팡이 치즈를 만드는 곰팡이는 모두 까망베르 푸른곰팡이다.


3) 블루치즈의 로크포르 푸른곰팡이(Penicillium roqueforti)는 치즈의 단백질과 유지방을 펩타이드, 아미노산, 지방산으로 바꾸어 특유의 향과 감칠맛을 더한다. 이는 콩을 메주곰팡이가 발효하여 감칠맛을 내는 것과 유사하며 실제 메주에는 로크포르 푸른곰팡이가 자주 발생한다. 로크포르 푸른곰팡이는 프랑스의 로크포르뿐만이 아니라 이탈리아의 고르곤졸라, 영국의 스틸턴 등 모든 블루치즈를 만드는 원인 곰팡이이다.

   

<곰박, 2019. 5.17.>


참고 문헌


Samson RA, Houbraken J, Thrane U, Frisvad JC, Anderson B. 2010. Food and indoor fungi. CBS-Fungal Biodiversity Centre.

Visage CM et al. 2016. Fifteen new species of Penicillium. Persoonia. 36: 247-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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