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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돈 Dec 22. 2023

삶에 대하여 2

고우영 선생의 만화 삼국지를 참 좋아했다. 그 긴 필독서를 빠르게 소화해 내는 가장 부담 없고 재미있는 방법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죽여라.”

“뎅강!”


압축률이 워낙 높고 진행이 빠르다 보니 별수 없는 일이었을지 모르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많은 사람이 지나치게 쉽게 참 덧없이 죽는다.


영화 '서울의 봄'도 그렇다. 아무 선택의 여지 없이 공연히 반란군이 되고 진압군이 되었던 젊은 사병들. 이 와중에 허무하게 목숨을 잃은..


어떻게든 역사에 이름을 남겨 보겠다는 욕심이 사방에 차고 넘친다. 하지만 결국 인명사전에 오를 이름이 과연 몇 개나 될까? 검색엔진에서 검색되는 소수의 이름 가운데 하나가 되는 것도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닌데..


다들 딱 한 번 사는 인생! 돈은 얼마나 벌면 될까? 지위는 얼마나 높아야 하나?


모두 특별한 존재가 되기를 원하고 그 뜻을 이루기 위해 기를 쓰고 산다. 하지만 대부분 갑남을녀에 그치고 말 뿐..


이런저런 분류 속에서 내가 어떻게 따져도 하위권은 아닐 것 같은데 나 또한 여전히 힘들고 매우 불안하기만 하다. 한 해 두 해 나이를 먹어가며 갈수록 힘이 부치는 것을 또 느낀다. 나름 애써 이뤘다고 생각했던 것도 덧없이 잊히기 십상이고..


낙심될 때 성경 전도서가 늘 큰 도움이 된다. 그런데 전도서는 대뜸 이렇게 시작한다.


전도자가 이르되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전도서 1:2)


‘헛되다’는 뜻을 가진 ‘vanity‘란 단어는 전도서 흠정역(KJV)에 무려 28절에 걸쳐 33회씩이나 반복해 등장한다.


내가 보니 지혜가 우매보다 뛰어남이 빛이 어둠보다 뛰어남 같도다 (전도서 2:13)


지혜서답게 지혜의 유익을 거듭 언급하면서도


지혜자도 우매자와 함께 영원하도록 기억함을 얻지 못하나니 후일에는 모두 다 잊어버린 지 오랠 것임이라 오호라 지혜자의 죽음이 우매자의 죽음과 일반이로다 (전도서 2:16)


지혜로우나 바보스러우나 결국 죽기는 다 마찬가지라고..


욕심으로 가득한 사람들이 성취의 복만 빌며 살다 보니 이런 얘기에 유심히 귀를 기울이는 사람을 찾기 매우 힘들지만, 이것이 바로 성경이 얘기하는 우리의 삶이요 현실임에야..


단순히 눈높이를 낮추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근본부터 생각을 바꿔야겠다. 잘 산다는 게 너무 힘들기만 한 세상. 이 와중에 모든 사람들이 지극히 가능성 희박한 횡재를 목표로 삼아 살고 있다니..


사람이 여러 해를 살면 항상 즐거워할지로다 그러나 캄캄한 날들이 많으리니 그 날들을 생각할지로다 다가올 일은 다 헛되도다 (전도서 11:8)


삶에 대한 흔한 기대를 갖고 살기에 지극히 어려운 세상이다. 그게 정답이다. 하지만 이 글만이라도 해피엔딩이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면..


여호와께서 정의를 사랑하시고 그의 성도를 버리지 아니하심이로다 그들은 영원히 보호를 받으나 악인의 자손은 끊어지리로다 (시편 37:28)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우리를 사랑하시고 영원한 위로와 좋은 소망을 은혜로 주신 하나님 우리 아버지께서 너희 마음을 위로하시고 모든 선한 일과 말에 굳건하게 하시기를 원하노라 (데살로니가후서 2:16-17)


삶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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