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실 웃으며 천 미터

실천

by 최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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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2일 05:30 기상 직후 물 한잔을 마셨다.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뒤 일기예보를 확인했다. 비가 내린 뒤 흐림 그리고 다시 비. 창문을 여니 거센 바람이 불고 있었다. 당장 비가 내리지 않아 달리기 시작했다. 6시에 장갑을 착용하지 않았는데 손이 시리지 않았다. 추운 겨울에도 매일 달렸더니 결국 따스한 봄이 찾아왔다. 바람은 계속해서 거세게 불어왔으나 얼굴도 따갑지 않았고, 손도 시리지가 않았다. 완연한 봄이었다. 오늘로 정확히 ‘매일 10km 달리기’ 200일째 되는 날이다. 작년 8월 15일, 무더운 여름에 시작한 매일 10km 달리기 시스템이 선선한 가을에는 바스락한 낙엽을 밟으며 달렸고, 추운 겨울에는 눈길에 미끄러지면서도 달렸다. 따뜻한 봄을 기다리며 매일 달리다 보니 오지 않을 것 같던 봄이 왔다. 10km 달리기 20일째가 기억난다. 매일 같이 땀을 뻘뻘 흘리며 20일을 하루도 쉬지 않고 달렸다는 나 자신에게 뿌듯했다. 50일째가 되던 날에는 ‘어? 50일 연속 10km가 달려지네? 조금만 더 달려볼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하루하루 달리다 보니 가을 내내 달렸고, 100일 가까이 달렸을 때에는 이미 하프코스 1회, 풀코스 2회를 완주한 마라토너가 되어 있었다.


달리기를 시작했을 무렵,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러너들을 보면서 ‘얼마나 훈련하면 대회에 나갈 수 있을까? 10km는 그나마 뛸 수 있을 것 같은데 하프코스나 풀코스는 일반 사람이 달릴 수 있는 게 맞아?’라는 생각을 종종 했다. 걱정이 앞서면서도 마라톤 대회에 대한 호기심은 계속되었다. 호기심이 생기면 해소해야 한다.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보기로 했다. 10년 전에는 마라톤 대회가 30초 컷, 1분 컷, 서버다운 현상 등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원하는 대회에 개인 일정만 맞으면 다녀왔었는데 이제는 대학교 때 인기 과목 수강 신청하듯이 알람을 켜두고 때를 기다리다가 광클릭해야 하는 실정이다. 대회마다 코스마다 참가인원이 다르고 함께 대회에 참가하기로 한 지인이 접수에 성공했는데 내가 접수에 실패하는 경우도 생긴다. 물론 대회 본 접수 이후 취소자들이 생겨 추가 접수 기회가 생기는 대회가 있지만 러닝 붐이 상당한 요즘, 대회에 참가하여 달리고 싶어도 달리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러너마다 달리는 목적이 다르긴 하겠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여 개인 기록을 단축하고 싶은 마음보다는 끝가지 걷지 않고 달리겠다는 일념이 더 크다.


달리기 기록에 연연하지 않으니 몸이 한결 가벼워진다. 인상을 팍 쓰지 않고 웃으며 달린다. 오늘도 출발 당시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지만 4km를 지나니 하늘에서 비가 서너 방울씩 떨어진다. 예전 같았으면 ‘이러다가 비 쏟아지는 것 아냐? 집 방향으로 슬슬 가야겠다.’라며 얼른 귀가하는 방향을 바꾼다. 결과적으로 비가 세게 내리지 않았다. 봄을 알리듯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나만의 페이스를 지켰다. 비를 맞으며 실실 웃었다. 이 정도의 비는 나를 멈추게 할 수 없었다. 춥지 않았고, 덥지도 않았다. 오늘도 10km를 달렸으니 실실 웃으며 천 미터를 열 번 달린 셈이다.


휴일에 달리고 와서 안방 문을 열었다. 아내와 아들, 딸이 아직도 꿈나라였다. 뭔가 시간을 번 느낌으로 형용할 수 없는 희열을 느낀다. 휴일에 한두 시간 덜 잔다고 해서 하루를 보내는데 큰 타격이 없다. 이른 시간에 달리는 삶을 지속하려면 실천해야 할 것들이 많다. 일찍 일어나려면 일찍 자야 한다.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은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행위다. 6시에 일어나려면 늦어도 11시에는 자야 한다. 5시에 일어나려면? 10시에 자야 한다. 억지로 잠드는 것이 아니라 밤 9시 30분 정도가 되면 아이들과 함께 잠든다. 수면도 습관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일찍 달려 놓으면 그날은 마음껏 먹어도 되고, 퇴근 후에 육아를 하거나 개인 시간에도 마음 편히 보낼 수 있다. 일찍 일어나면 저녁 식사 후 8시만 넘어가도 자연스럽게 졸음이 몰려온다. 억지로 참을 필요가 없다. 잠이 오면 오는 대로 자면 된다.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꼭 5시가 아니더라도 3~4시경에 눈이 떠지는 경우가 있다. 그런 날엔 일찍 나와 책을 읽거나 필사를 한다. 방심하고 스마트폰을 켜는 순간 나도 모르게 쇼츠 영상에 빠져 30분을 훌쩍 보내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바엔 자는 게 낫다.


모든 것이 실천의 연속이다. 그 연속이 쌓여 습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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