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승훈 Hoon Lee Aug 04. 2023

제품 하나에 all-in

실리콘밸리에 살면서 항시 명심하는 것 중 하나는,

'제품 하나에 all-in' 이다.


물론 미국 시장의 압도적 크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유니콘, 데카콘이 될 때까지 제품 하나로 버티며 성장을 이어나가는 현지 스타트업들을 볼 때마다,

'더 많은 유저를 품기 위해 (또는 시장을 확대해 나가기 위해) 여러개의 제품을 만들어 출시/운영/관리하기 보다는, 기술/UX 고도화 기반 1개의 제품으로 다수 유저 대상 개인 맞춤 서비스 이용 경험을 제공하고, 그 과정에서 전 세계 사람들을 품을 수 있는 월드 클래스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회사들의 집념'을 느낀다.


위와 같은 회사들을 주변에서 보고 배울 수 있음이,

특히 교육업에 종사하는 링글에게는 큰 시사점을 준다.


교육업은 유달이 회사의 크기 대비 다수 상품을 보유한 곳들이 많다.

건물 한 층을 임대해 쓰는 규모의 학원에 기초반, 심화반, 상위 1% 반, 유학 대비반, 쪽집게 반, 3개월 토플 완성반, 고급 영어회화반 등 다양한 상품이 운영되고 있다.

많은 업체들은 '신상 커리큘럼'을 찾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이용하여 (새로운 커리큘럼일수록 최신 정보/트렌드/기술을 반영했을 것이라는 기대 심리),

본질적인 교육 경험을 혁신하고 기존 제품을 끊임없이 개선해 나간다기 보다는,

패키징과 브랜딩을 바꾸고, 새로운 느낌을 더하여 신제품을 주기적으로 선보이고, 

그 과정에서 적정 규모의 학생을 새로이 모집하며 그 규모를 유지해 나가는 곳들이 솔직히 꽤 많이 보인다.


그런데, 중소규모의 회사가 많은 제품을 동시에 잘 만들고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큰 회사들도 제품 하나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데에 수 백명의 인력을 투입해도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회사의 규모가 작은 상태에서 제품을 여러개 만든다는 것은, 제품 하나의 Quality 를 지속적으로 높여나가며 기존 유저의 만족을 높여 나가는 전략을 취한다기 보다는,

'시장'을 보며, '적정 규모의 유저'가 있는 곳에 '신제품'을 던져, 기존 제품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수요를 모집하는 play 에 가깝다.


물론 시장 기반 play 를 하는 것이 업체의 정체성이면, 시장의 신수요에 부합하는 제품을 한 템포 빠르게 자주 출시하는 것은 매우 똑똑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다만, 1차적으로 상대적 소수의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해당 제품의 문제해결력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여, 더 많은 유저의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 가능한 제품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세대를 넓혀나가고 지역을 넓혀나가며 굉장히 궁극적으로 세계적인 규모의 회사를 만들어 나가는 play 와는 거리가 있다.


다양한 신상품이 매월 끊임없이 출시되는 교육산업에서, 

'제품 하나로 승부를 본다'는 전략으로 버텨나가는 것이 쉽지 않은데,

그래도 실리콘밸리에도 팀을 운영하며, 

'제품 하나의 힘'을 지속적으로 리마인드하고, '제품 하나에 all-in'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특히 링글은 더 많은 돈을 버는 것 보다는, 세계적 서비스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훌륭한 회사를 만드는 데에 관심이 있는데, 그 관점에서 이 곳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이 초심 유지 및 마인드 관리 차원에서도 좋다.


여러 제품의 난립으로 너무나도 Fragmented 되어버린 Market 을,

많은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 가능한 하나의 제품을 완성해 나감으로써,

스타트업이 제품력 하나만으로도 Scale-up 가능한 산업으로 바꿔나가는 기적을 만들어 보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