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저 확산 관련 제조업/서비스업, 그리고 IT 업의 차이.
유저 확산 관련 제조업/서비스업, 그리고 IT 업의 차이.
대학교 시절 High-Tech 마케팅 수업에서 IT 업에 나타나는 Chasm 에 대해 배운적이 있다.
High-Tech 마케팅의 *유저의 기술/제품 수용 모델 관점에 따르면,
*기술/제품 수용 모델: 제품/기술 이용자는 그 순서에 따라 innovator (신규 서비스에만 반응하는 유저 집단) --> early adopter (브랜드/인지도 보다는 나에게 맞는 서비스를 더 중시하는 초기 이용 집단) --> early majority (기존 이용 서비스 만큼이나, 막 뜨기 시작하는 서비스를 주저없이 사용해보는 집단) --> late majority (대세가 된 서비스를 사용하는 집단) --> laggards (주변 사람들 다 쓴 이후에야 사용하는 집단) 로 구분할 수 있다는 이론.
제조업은 보통 innovators --> early adopter --> early majority --> late majority --> laggards 의 흐름에 끊김이 없는 경우가 많다. 휴대폰/의류 등의 경우, 유저가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눈에 보이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쓰면 쓸수록, 주변 사람들 눈에 더 많이 띌 수밖에 없고, 눈에 띄면 띌수록 구매를 더 고려하게 되기 때문에, 각 stage 별 이동이 비교적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서비스업의 경우에도, SNS 의 발전으로 인해, 음식점/미용실 등의 경우 유저가 많아질수록 관련 후기/사진이 SNS 에 더 많이 올라오고, 그럴수록 예약하기 힘들어지고, 예약하기 힘들어질수록 입소문은 더 나서 더 많은 유저가 줄서고 방문하게 되는 선순환이 비교적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다만 앱/웹 등의 IT 업은, 업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내가 앱/웹을 이용하는 것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에, 특히 초기에 특정 사람들이 이용한다고 해도, 이를 다른 사람이 알아채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 관점에서, Innovator --> early adopter 로 넘어가는 과정 및 early adopter 에서 early majority 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Gap (Chasm)이 존재한다.
앱/웹의 '눈에 잘 띄지 않음'을 극복한 대표적 업은 모바일 유통이다. 다수 오프라인 유통사들이 동네 상권까지 침투하며 '눈에 더 띄고, 접근성이 더 용이한' 환경을 만들어 놓았을 때, 쿠팡/컬리 등 모바일 유통을 조금씩 & 점점 더 눈에 띄게 만든 것은, 내 옆집 앞에 높인 '상자'의 로고 (쿠팡 로고, 컬리 로고 등)였다고 한다. 상자가 더 많이 눈에 띌수록, 궁금해서 검색을 해보게 되고, 사용 후기를 확인하게 되며 이용을 고민하다가, 지인의 '추천 할인 코드'를 받는 순간 가입 후 결제하여 서비스 이용을 시작하게 되는 과정을 통해 Chasm 을 성공적으로 극복했다.
다만, 1:1 화상영어를 제공하는 링글은, Chasm 극복 난이도가 꽤 높았다. 1) 1:1 교육업은 유통과는 달리 transaction 및 제품 사용이 빈번하지는 않았다. (매일 사용하는 서비스는 아니었다) 2) 동시에, 맛집처럼 서비스 이용 사실을 SNS 등에 자발적으로 뽐내고 싶은 업도 아니다. (오히려 서비스 이용 사실을 숨기고 싶어하는 분들도 많다). 3) 그리고, 가격이 꽤 높게 형성되어 있고, 각자 수준도 다르기에 '적극적 추천' (상대방이 굳이 언급하지 않았는데도, 이용자가 먼저 나서서 추천을 하게 되는 경우) 보다는 '수동적 추천' (누군가 '나 영어공부 좀 해야하는데..' 언급하면, 그 때 '사실 링글이라는 서비스가 있는데..' 며 추천이 진행되는 경우) 많기에, 서비스 만족도가 높아도 추천 빈도가 낮게 형성되는 어려움이 있었다. 4) 마지막으로, 1:1 교육업은 수업이 표준화되기 어려워서 (예: 튜터마다 스타일이 다르다) 추천이 발생해도 이용으로 이어지는 데 장벽이 존재하기도 했다.
그래서 성장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던 것 같다. 그 과정에서, 타 서비스들이 innovator/early adapter 단계에서 무너지는 것을 보기도 했다.
이 과정을 넘어서기 위한 링글의 전략은, 퍼포먼스 광고 등 '필요조건'에 해당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1) 유저 꾸준히/더 많이 만나기, 2) 제품 꾸준히 고도화 하기, 3) 제품의 한계를 꾸준히 이벤트/챌린지로 보완하기 등 '충분조건'에 해당하는 노력을 꾸준히 경주했다 (꾸준히가 핵심이었다)
1) 온라인으로만 이어진 관계는 쉽게 끊어진다. 데이터 기반으로 상대방의 profile 을 알 수는 있으나, 그렇다고 관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직접 만나면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유저의 솔직한 서비스 이용사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유저의 마음에 링글이 '앱'이 아닌 '사람'으로 각인이 되어, 자발적 홍보대사가 되어주시기도 했다.
2) 꾸준한 제품/기술 업데이트는, 이용을 멈추다 다시 돌아온 유저에게 'wow factor'가 되기도 했고 (저는 링글을 멈춘 지난 6개월 간 성장하지 않은 것 같은데, 링글은 그 사이 성장했네요..?), 재결제를 고민하는 유저 분들이 '한 번 더 해보자' 결정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3) 챌린지/이벤트는 앱/웹 서비스의 큰 어려움인 '앱 내 유저가 많다고 하지만, 나는 나 혼자 이용하는 것 같은데?' 느낌을 다소 없애드릴 수 있었다. 건전한 Peer Pressure 를 만들어내고, 스터디 모임 등 커뮤니티를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더 해야겠다'는 유저를 만들어 낸 듯하다.
덕분에, 최근 링글 내 B2C 유저들이 사내 HR에 어필하여 B2B 가 별도 영업 없이 빠르게 성장 중인데, 링글이 조금 씩 Chasm 을 이겨내고 있다는 신호로 생각 중이다. 그리고, '링글을 한다는 것'이 '숨기고 싶은 사실'이 아닌 '밝혀도 괜찮은 경험'이 되어가는 듯 해서, 유저에 의한 서비스 노출이 점점 많아짐을 느끼기도 한다.
7~8년을 했어도 Chasm 을 넘어서기 쉽지 않지만, 더 좋은 서비스 개발, 더 유저 중심의 서비스 운영을 통해, Chasm 을 이겨나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