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로봇키친 (예: 치킨을 튀겨주는 로봇, 패티를 구워주는 로봇 등)을 개발 중인 한 스타트업의 발표를 들은 적이 있었다. 수제버거집 같은 곳에서는 꽤 반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런데 어떤 분의 질문이 꽤 흥미로웠다. "저는 제가 자주 가는 치킨집/햄버거집 등에 로봇키친이 들어서면, 저는 그 식당은 더는 안갈 것 같습니다. 제가 원하는 분위기는 아니어서요"
'AI가 사람을 대체할지도 모르고, 이미 조금씩 대체해 가고 있는 현 시점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응해야할까?'가 링글을 운영하며 방향성을 정하는 핵심 고민이었는데, 해당 발표장에서의 경험 덕분에 AI와 사람에 대한 고민을 조금 더 다채롭게 했던 것 같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식당은 맛도 좋지만, 인간미가 느껴지는 곳들이 꽤 많았다. 조리실 내에서 느껴지는 부산함/열정도 그 중 하나였다. 그리고 꽉 꽉 들어찬 곳에서 맛있고 열심히 식사하는 손님들 사이에 있다는 것도 그 맛을 더해준 것 같다. 나도 AI 가 내가 좋아하는 식당들에 들어온다고 하면, '더 저렴하고 더 균일한 음식을 맛볼 수 있겠군' 보다는 '예전 느낌이 덜 난다' 생각하게 될 것 같았다. (물론 어쩌다 한 번 가는 곳은 AI 가 있건 없건 크게 신경 안쓴다)
가끔 커피를 마시러 가면, 키오스를 통해서가 아닌 직접 주문을 하는 경우가 있다. Specific 한 사항은 직접 주문하는 것이 편해서일 때도 많고, 때로는 인사하고 주문하고 또 인사하는 것이 무의식적으로 편하고 좋아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키오스크 주문을 도입한 식당/카페에서는 들어가면서 나올때까지, 나 역시 '효율적'으로만 생각을 해서 그런지, 기억에 특별히 남는 순간이 많지 않았다.
나는 우버와 Airbnb 의 초기 성공 핵심 요소 중 하나는 '인간미'에 있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오늘 만날 운전자 분은 누굴까? 함께 동승할 사람들은 누굴까?가 기대되던 순간들이 있었다. 오늘 Airbnb 를 통해 방문할 가정집은 어딜까? 또 어떤 만남들이 이어질까 기대되던 순간들도 있었다. 두 서비스는 다양한 이동/숙박 옵션을 더 좋은 quality 로 더 저렴하게 제공하는 특징이 있었는데, 그 quality 중 하나는 해당 서비스를 통해 만나는 평범한 이웃들에 대한 설레임이었다. 다만, 요즘은 직업적으로 우버/airbnb 를 하는 분들이 너무 많아져서, 과거의 그 설레임이 느껴지지는 않고, 특별한 서비스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나는 반복적이고 AI/기계가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은 AI 가 꽤 많이 대체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서비스/점포가 가지고 있었던 '인간미' 한 수푼은 여전히 유지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치도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Ringle 하면서 진단 등은 AI 를 정확도와 효율성을 높여가고 있는데, AI 가 진단을 담당하게 하는 이유 중 하나는 튜터는 유저에게 사람으로서 줄 수 있는 가치 제공에 더 집중하기를 바라는 측면에 매우 강하다. 그리고, 아마추어지만 순수함과 열정이 있는 튜터 pool 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려고 하는 것도, 링글이 지켜야 하는 가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전히 Ringle 팀이 유저 분들을 가까이에서 더 많이 오프라인 등 통해 만나려고 하는 것도, 여전히 사람 대 사람으로 다가갈 때 얻을 수 있는 진심어린 피드백이 있기 때문이다.
AI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링글이 Tech 회사가 되길 진심으로 바라는 창업자의 마음 깊숙한 곳에는, '사람과 사람 간 학습이 더 의미있게 다가오고 더 오래 기억남게 하기 위해서는 Tech 의 support 가 매우 필요하다'의 마음이 있고, 그 중심은 Tech 가 아닌 사람을 향하고 있음을 스스로 느낀다. 여전히 인간미를 유지하면서도 Tech 와의 협업으로 그 가치가 더 제대로 구현되는 서비스들이 많아졌으면... 개인적으로 소망한다.
크리스마스도 더 인간적으로 포근하게 다가오고, 자주 이용하는 서비스에서도 예전에 느꼈던 그 느낌이 더 온전히 다가올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