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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와 꾀꼬리 소리

중년의 호강

by seungmom

산 중턱에 이사를 와서 이제 일 년이 되어 간다.


전원생활을 접고 도시로 나가자고 집을 찾기 시작해서 2년이 걸렸다.

정해진 생활비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는 것과

가까운 곳에 공항버스가 있어야 하는 것을 우선으로 했는데

오래된 집 내부가 문짝 빼고 전부다 리폼이 되어 있어 만족을 했었다.


집에 대한 욕심도 없었고 주변 환경에 대한 환상도 없는 편이어서

혼자서 쉬엄쉬엄 살아가는 데에는 최상이라고 생각 되었었다.

그것이 내려다 보이는 집들과 그 너머로 보이는 바다에는 쾌재를 부르면서

버스를 타고 평지로 내려가면 그냥 처량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파트를 나서려면 반드시 내 자전거가 눈에 들어온다.

이삿짐으로 와서 그대로 그 자리에 있는 것이다.

이 자전거는 아이 둘을 태우려고 거금을 들여서 차로 치면 벤츠급이라며 자랑을 했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엔 아이들의 친구들까지 한 번에 5명을 실어 나른 적도 있었는데

그것을 그대로 놔둔 채로 미국에 갔고 다시 돌아와 부품 교체와 수리를 해서 썼다.

논길을 달리면서 버스가 적은 시골의 교통수단으로 항상 나와 같이 움직였었는데

그런 자전거를 이제는 쓰지 못하는 것이다.


평지에서 달리는 자전거를 보면 왜 그렇게 자유로워 보이는지

아이들을 앞 뒤로 태우고 달리는 엄마들을 보면 아련한 무언가에 젖어 쳐다보는데

이제 평생 이 자전거는 탈 수 없는 것인가 하는 궁상도 떤다.


작년 봄에 이사를 와 처음 들었을 때엔 정말 황홀했었다.

산 중턱에 세워진 이 아파트의 옆으로 계곡이 있는데 거기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전원생활에서도 듣지 못했던 새소리가 너무 예뻐서 옆집 사람에게 물으니 꾀꼬리라고..

도시로 이사를 와서 꾀꼬리 소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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