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어지럼증
이틀 전에 심하게 어지럼이 왔다.
머리를 벽에 붙여 흔들리지 않게 고정을 하고
움직일 때엔 머리를 붙잡고 다녔다.
그리고 어제는
조금 살만해서 벽에 기대어 글도 다듬어 올리고
친구들의 메일에 답장도 보내며 전날보단 조금
인간답게 보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빨리 좋아지지 않는다.
보통 어지럽다는 것을 느끼고 그대로 조심하면
거의 다음날에는 정상의 인간의 모습이 되었는데
이번엔 몸이 약해서 그런지... 내 모습을 아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약해 보이지 않아 웃겠지만
귀에서 나는 소리도 엄청 커졌다.
그저 잠이 오면 자고 잠이 안 오면 안 자는 그런 시간을 사는데
잠이 안 오면... 너무 자서 잠이 안 오는지 할 수 없이 일어나 앉아 컴퓨터를 보는데
조금만 흔들리는 화면을 봐도 멀미가 나는지 속이 거북해져서 보는 것도 조심스럽다.
이틀이 지난 오늘은 기대를 가지고 일어났는데 아직도 개운하지가 않아 짜증이 생긴다.
이틀간 연명을 하자고 꺼내 먹고 그저 쌓아 두어 수북해진 싱크대 위와
언제든지 잠이 오면 자고 깼던 내 모습은 그대로 가관이다.
그래도 온통 신경은 빨리 나아지길 기다리고 있어서 다른 것은 신경이 쓰이질 않았는데
이런 날 이 큰 지진이 온 것이다.
2시의 흔들림은 제법 컸었고 길게 반복되어 식기가 부딪치는 소리를 들었다.
지진의 대비는 철저하게 준비해서 물건을 쌓아 둘 때도 벽에 걸어 놓는 것도
무게를 생각하고 미끄러져 떨어지지 않게 해 두는 것을 잘 지켰는데 움직인 것이다.
움직임이 길어도 그저 한 번에 끝났으면 이런 생각을 안 했을 텐데
정신을 차리기 전에 다시 흔들리니 집을 나가야 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어
어지럼이 있는데도 집이 흔들리고 있는데도 난 내 모습이 더 신경이 쓰여
머리를 붙잡고 간신히 옷을 챙겨 입었다.
이제 3시로 한 시간이 지나가는데도 난 아직도 옷을 그대로 입고 있는데
벽에 붙어 있는 내 머리까지 흔드는 흔들림이 계속 오고 있다.
어지럼증이 흔들고 있는지 지진이 흔들고 있는지
여진이 이렇게 자주 크게 온다면 빨리 나아지길 바라는 어지럼은 기대하기가 힘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