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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타츠와 사는 일상

한국인의 눈으로

by seungmom

고타츠의 구조는 간단하게 좌식 테이블 그러니까 우리나라 밥상인데

그 밥상의 상판이 두 개로 되어 있어 윗 상판은 언제나 들어 분리가 되고

밑 상판에는 상다리가 붙어 있고 밑 상판의 중앙에 열판이 붙어 있다.








이 밑 상판 위에 이불을 덮어 놓고 그 위에 윗 상판을 올려둔 것인데

겨울이 지나면 열판을 떼어 내고 이불을 치워서 쓰게 되어 있다.


내가 일본에서 이 난방기구를 처음 쓰게 되었을 때는 엄청 기대를 했고

주변 모두가 최고의 난방기구라고 해서 이거면 해결이 되나 보다 했었다.

같이 살던 사람이 고타츠에서 밥을 먹고 따스함에 조금만 하면서 버티다가

그대로 잠이 들어 버려 그걸 참지 못하고 고타츠를 봄이 되기 전에 치워지만...


그러니까 내가 고타츠를 사용한 시간은 겨우 한철이었는데

내 집에만 없을 뿐 주변엔 모두들 쓰고 있어서 경험은 엄청나게 했다.


고타츠 위에 밀감을 두고 둘러앉아 떠드는 그림이나 사진이 많다.

우리가 아랫목 이불속에 다리를 넣고 군 고구마를 먹는 것과 같은데

정말 이게 비슷할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보면 아랫목 보단 고타츠가 더 멋지게 보일 수도 있다.

방바닥에 이불보단 테이블에 이불이라는 것에서 조금은 괜찮아 보일 수도...


헌데 가장 중요한 부분은 그 방 안의 온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일본집에서 에어컨이나 스토브를 틀지 않으면 밖의 온도와 별 차이가 없는데

고타츠를 쓰면서 스토브는 써도 에어컨을 틀어 놓는 집은 별로 없으니

그런 방에서 쓰는 고타츠와 온돌의 아랫목과는 엄청 다르다.

고타츠의 사진을 따뜻한 방 안에서 보면 포근하고 아기자기해 보이겠지만

방 안의 공기가 차갑다고 상상해 보면 어떨지 느껴질 것 같은데...


그런 방에서 쓰는 고타츠라는 난방 기구는 일본에서는 유일한데

이불로 덮어진 상 안에는 정말 따뜻해서 다리를 집어넣으면 빼고 싶지가 않다.

그런데 다리를 모두 집어넣고 앉아 있으면 온몸이 따뜻해지는 걸까...

다리가 따뜻해지면 등에서 엉덩이까지는 더 차갑다고 느껴지게 되고

그래서 몸을 조금 더 고타츠 안으로 밀어 넣고 그러다가 그 안에 눕게 된다.


열판이 상 밑의 중앙에 있는데 그 공간에 몸이 들어가 있으니 얼마나 따뜻한지

그대로 조금만 하다가 그냥 잠이 들어서 화상을 입는 사람들도 꽤나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열판에 닿지 말라고 하는 보호망이 있는데 이것은 옵션으로 따로 사야 해서

좋고 멋진 상판을 고집하다가 보호망 없이 사용하는 친구도 있었다.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에는 몇 가족이 이 집 저 집에 몰려다니며 지냈는데

아이들이 이방 저 방을 뛰어다닐 때 엄마들은 고타츠에 둘러앉아 정말 귤과 차를 마셨다.

그때마다 이 일본인 친구들은 무릎을 꿇고 앉았고 나만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는데

정좌(せいざ)를 한 일본인들은 무릎만 고타츠 속으로 발은 밖에 나와 있었다.

그 정좌가 그렇게 중요한 것인지 발이 차갑다고 벗어놓은 외투로 발을 덮으면서도

정좌를 고집하는 사람들에게 다리를 쭉 펴고 싶은 나는 입을 다물어야 했었다.


뛰어놀던 아이 한 명이 이불속을 파고들면 다른 아이들도 따라 들어오는데

그러면서 이불을 잡아당기거나 밟으면 그 위에 있던 상판이 움직이게 되어서

찻잔이 흔들리고 그 찻잔을 빨리 집어 들지 않으면 찻물이 이불 위로 흘렀다.

그럼 일사불란하게 한 명이 상판을 들어 올리고 한 명은 이불을 들고 목욕탕으로 가

찻물이 이불로 스며들기 전에 털어 내는 이런 소동을 언제나 익숙하게 해 치웠다.

그러는 사이에 아이들은 불이 들어와 있는 열판에 호기심을 가지고 만지려고 해

엄마들은 야단을 하면서 고타츠의 이불을 다시 덮어 따뜻해 지길 기다렸다.


아이들 서너 명이 고타츠 안으로 들어가면 열판의 온도를 낮추어 줬는데

아이들이 빠져나가면 반드시 한 엄마는 냄새를 뺀다고 이불을 들어 올렸다.

처음엔 무슨 일인가 했는데 아이들의 발 냄새와 방귀 등으로 나는 냄새가

밀폐된 공간에서 따뜻한 열기에 푹푹 쪄지니 그건 표현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그래서 한 엄마가 공기를 바꾸자고 고타츠의 한쪽 이불을 들어 올린다고 하면

한 엄마는 알아서 반대편의 이불을 들고 다른 한 엄마는 창문을 열었다.


아이들이 있는 집에는 고타츠가 정말 불편해 보였지만 그러면서도 다들 쓰고 살았는데

워낙 집안이 추우니 이것이 유일하게 몸을 녹이는 것인지 겨울이면 고타츠이고

고타츠에 정좌를 하고 앉아 차를 마시면서 차가운 등짝은 두툼한 한텐으로 겨울을 보냈다.


그 대신 고타츠를 떠나기 싫어서 뭘 가지러 가야 할 때엔 다 같이 눈치싸움을 했었다.

그만큼 고타츠가 따뜻했다는 거고 그만큼 고타츠는 사람을 잡아 놓는 마법을 부렸는데

난 그 마법에서 벗어나자고 거의 새 고타츠를 일본인 친구에게 줘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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