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험담
왠지 성격 나쁜 사람이 남의 험담을 하는 것 같아 참았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니 손 씻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건지 느껴져
그동안 공항을 들락거리면서 일본과 미국에서 살면서
어쩔 수 없이 보게 되었던 이들의 손 씻는 것을 써 보려 한다.
일본에 살면서도 너무 기가 차서 아예 무시한 부분인데
화장실이 세면실과 따로 되어 있고 목욕탕도 따로 분리되어 있어
화장실에서 나와 세면실에 가는 것이 불편해서 그런지
화장실 물탱크의 물이 밖에서 흐르도록 만들어서
볼일을 보고 바로 뒤로 돌아서 그 물에 손을 씻도록 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물을 쓸 때 비누를 쓸 수 있게 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손을 조금 열심히 씻어도 되도록 장치를 해 둔 것도 아니어서
얌전하게 변기에 물이 튀지 않도록 씻어야 한다는 예의에
탱크에 물이 차면 나오던 물도 끓어지니 시간의 제약도 있어...
난 한국인으로 한국 스타일로 살다가 이 방식을 보고는 기겁을 했다.
어느 누구분은 이 방식에 자리를 차지하지 않고 물도 절약이고 하면서
일본 집을 칭찬했는데 그런 그분은 얼마나 살아보고 하는 말인지...
이런 방식에서 나온 일본인의 손 씻는 방식은 이렇다.
일단 비누의 역할을 잘 모르는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지 찾지 않고
비누가 있어도 쓰지 않아 물어보니 볼일이 작은 것이었다고 한다.
거기다 물탱크의 물을 쓰도록 아직도 이렇게 만들어 내고 있으니
그 물을 쓴다는 것인데 그 물로 손 전체를 씻는다는 것은 불가능해
거의 손가락을 씻는 것으로 씻는다는 것보단 적시는 수준인데
일본 공항에서도 내가 손을 비누로 비비고 물로 씻어 내는 동안에
일본인은 서너 명이 손가락 적시기를 하면서 나를 힐끔거리는데
그들은 도리어 나를 얼마나 더러우면 저러고 씻을까 하는 표정이었다.
거기에 중국인은 손을 씻을 것처럼 거울 앞에 와서 자신의 얼굴만 보고
그대로 당당하게 정말 당당하게 밖으로 나가는데...
간혹 아닌 사람들도 있지만 그냥 재미 삼아 손 씻는 것을 보면서
그들이 어느 국적일 거라고 장담을 하면 거의 다 들어맞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이들까지 손을 비누로 씻어 내가 우쭐해지는데
이런 시국이 되고 보니 이게 얼마나 중요한 일이 었는지 절실히 느낀다.
난 일본에서도 철저히 화장실을 나와 세면대에서 손을 씻는 것을 고집하고
아이들에게도 번거로운 것을 참으라고 손은 비누로 닦아야 한다고
아이들의 친구들에게도 이 집에서는 그래야 한다고 감시까지 했었다.
나와 나의 아이들이 일본 스타일이 아닌 한국 스타일로 손을 씻는 것에
일본에 살면서는 유별나다고 유난을 떤다는 식으로 한소리를 들었지만
그래도 지켜낸 고집으로 지금 이렇게 고마워한다.
나의 아버지는 의사여서 그랬는지 엄청 손 씻는 일에 열심이셨는데
안 그래도 하얀 피부였던 손은 비누 탓인지 비벼서 그런지 허옇게 변해
손 크림이라도 바르시라고 하니 워낙 자주 씻어야 하니 소용없다고 하셨다.
난 그 모습이 그냥 머리에 남았는지 나도 점점 씻는 시간이 길어지는데
그래서 그런지 나의 아이들도 야무지게 철저하게 씻는 편으로
특히 연구실에 다니는 딸아이는 거의 나의 아버지 수준으로 지나치다.
그동안은 몰랐던 이런 습관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덕분에 조금은 덜 불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