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겨울을 보내며
겨울 일본의 집안 온도는 집 밖의 온도와 별 차이가 없다.
집이 억션(억 엔 단위의 맨션)이라면 전체 난방이라는 것이 있는지 모르지만
맨션(우리나라 아파트)이나 단독 주택인 경우에는 다 비슷한 구조로 되어 있어
허술한 하이츠나 벽돌의 맨션이나 집안의 습기가 머물지 않도록 만든 통로가 있다.
벽에 있는 그 구멍은 막아 두어도 바람 소리가 새어 나오며 벌레가 다니는데
밖의 온도와 안의 온도 차이를 많이 만들지 않으려고 만들어 둔다고 했다.
일본의 집은 전체를 데우는 뭔가가 없어 들어온 습기가 나가는 방법이 이것뿐이라고
비가 너무 자주 많이 오니 습기로 가득한 집안을 말릴 방법이 없어서 궁리한 것 같았다.
난 살면서 이것이 정말 역할은 하는지 찬바람이 들어오니 그래서 역할이 되는 건지
그래서 아무 생각 없었던 온돌이란 것이 정말 그리웠다.
그래도 10년 전에 살았던 맨션에서는 가족이 모두 있어서 이렇게 추운 줄은 몰랐는데
다시 돌아와 논과 밭이 있는 곳에서 전원생활을 하자고 하이츠에 혼자 살게 되니
정말 바깥에서 따뜻함을 기대하며 들어서는 집안은 더 춥게만 느껴졌는데
이런 집안을 다 데운다는 엄두는 못 내고 스토브로 방 하나만 데워서 살았다.
그때 부엌의 공간에 놔둔 것이 냉장고 안에 두었던 것보다 더 차가워서 얼마나 놀랬는지
일본 친구가 달걀이나 야채가 얼지 않게 하려고 냉장고에 넣어 둔다는 말이 실감 났다.
부산 기온이 영하 8도라고 하는 뉴스에 놀래 방 안의 온도를 20으로 해 두었는데
움직이면 살짝 더워 이런 호사가 어디에 있을까 하면서 이 호강에 씩 웃었다.
집안이 따뜻한 부산에서 더위를 타는 나는 가벼운 옷을 입고 지내는데도
혼자 사는 적은 양의 설거지라도 하고 나면 창문을 열어 머리를 식혀야 한다.
코로나로 미국에서 바로 부산으로 와 이대로 머물고 있는데
그때 고베로 갔다면 난 어쩌고 있을까 하니 정말 내가 운이 좋았구나 했다.
하이츠에서 5년을 살다가 오래된 맨션의 고베 집으로 이사를 해서 5년이 되는데
이곳에서도 3개로 되어 있는 공간 중에 딱하나에 침대와 책상을 두고 쓰고 있다.
커다란 에어컨이 달려 있지만 온풍은 머리만 뜨끈해지니 어지럽게 느껴지고
아무리 기다려도 발은 차가워 바닥에 두는 작은 전기스토브로 발을 데우는데
방안 전체를 따뜻하게 하는 것은 힘들지만 그래도 머리가 차가우니 좋아서
달랑 하나 있는 전기스토브를 발밑에 붙여 두고 쓰면서 겨울을 지냈다.
침대의 전기담요는 습기를 먹은 이불이 마르기를 바라며 최고의 온도로 해 두고
발 가까이에 둔 전기스토브에 양말이 타지 않도록 번갈아 가면서 발을 올려 두고
물이라도 가지러 방을 나가려면 얼른 문을 닫아 방 안의 공기가 빠지지 않게 하는데
방을 나서면 거기는 집안이라기보다는 그냥 집 밖과 같은 찬바람이 불었다.
그래서 가능한 방을 나서지 않으려고 먹고 싶은 것도 화장실도 참는데
손을 씻으려면 집안에서 가장 추운 세면대 앞에서 살 떨리는 추위를 참아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 맨션의 따뜻한 물은 집집마다 복도 쪽으로 달려 있는 순간 가스 온수기가 해결하는데
그게 손을 씻으려고 물을 틀면 그때부터 물을 데우려고 가스에 불이 붙으니
추위에 떨면서 물을 틀어 놓고 따뜻한지 아닌지 확인을 하는 그 시간이 힘들어
그 추위를 참는 것보단 그냥 빨리 손을 씻고 방으로 가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차가운 물에 신음소리를 내면서 손을 거의 다 씻고 나면 그제야 미지근한 물이 나왔다.
이 멍청한 짓을 한동안 하다가 아예 손 씻을 때엔 온수를 포기하기로 했는데
세수나 샤워를 할 때에는 온수기를 끄고도 나오는 온수를 다 쓰려고 머리를 썼다.
이러니 집안에서의 옷차림은 어떠할지...
두툼한 양말에 두툼한 바지에 얇은 솜이불 수준의 한텐이라는 것을 입고 사는데
이 두툼한 양말은 운동화에는 들어가지도 않고 한텐을 집 밖에서 입고 있는 사람은 없으니
확실하게 집안이 얼마나 추운지 이런 옷들이 증명한다.
이러고 살았던 시간이 얼마나 미련했었는지 그러고도 살았구나 하면서
지금 방 안에서 가뿐하게 걸치고 따뜻한 물을 기다리지도 않고 살고 있는 것에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구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