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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언어를 전략으로 만들어 낸 4가지 실전 사례

고객 인사이트의 해석과 적용 | 정답은 없지만 힌트는 있다

by 황승욱


고객의 말이 항상 정답은 아니다

여태까지 긴 시간을 "고객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해 놓고, 이게 갑자기 무슨 소리냐 싶으실 겁니다. 고객을 이해하는 건 정말 중요합니다. 하지만 고객의 말을 그대로 다 반영한다고 항상 성공을 보장할 수는 없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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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포드는 "만약 내가 사람들에게 무엇을 원하느냐고 물어봤다면 그들은 더 빠른 말(faster horse)이라고 답했을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고 전해집니다. 스티브 잡스도 비슷한 말을 남겼습니다. "사람들은 그들이 원하는 것을 직접 보여주기 전까지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고 말입니다.


People don't know what they want until you show it to them.


고객의 취향, 요구, 피드백은 저마다 다 다릅니다. 그중에 무엇을 취사선택해야 할지 결정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어떤 게 성공으로 가는 길일지 알 수 있는 기술적인 방법은 아쉽게도 없습니다. 결국 해봐야 아는 것일 텐데요. 그나마 고려해 볼 수 있는 기준들은 빈도가 높은 것, 공통으로 많이 언급되는 것, 제품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등등일 겁니다. 반영하는 방식에서도 고민이 필요합니다. 어떤 것들은 점진적으로 테스트하듯 결과를 보면서 확장해 갈 수 있는 사안들이 있고, 어떤 것들은 베팅하듯 꽤 큰 인풋을 투자하기로 결정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고객 인사이트를 적용하는 정석적인 답은 없지만,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참고해 볼 수는 있을 겁니다. 고객으로부터 얻은 통찰을 실행으로 잘 녹여낸 사례들을 좀 살펴보면 어떨까요? 똑같은 성공을 보장할 수는 없겠지만, 과정과 방식을 잘 살펴보면 어떤 힌트를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실패 사례도 도움이 될 텐데요. 앞선 글들에서 실패 사례들은 몇 건 다루었기 때문에, 이번 장에서는 성공 사례만 몇 가지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1. 삼쩜삼: "어려운 세금을 쉬운 말로, 실질적 가치로"

삼쩜삼은 고객이 직접 세무 지식을 공부하지 않아도, 미환급 세금을 간편하게 돌려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플랫폼입니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세금 환급에 대해 익숙한데요. 홈택스에서 직접 환급 신청을 하는 사람들도 많아졌을 정도로 세금에 관해 높은 이해도를 가진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삼쩜삼이 등장하던 시기는 지금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종합소득세 환급이 자기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귀찮고 어렵다고 느끼기 일쑤였죠.


종합소득세 환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삼쩜삼이 직면한 첫 번째 과제는 명확했습니다. 잠재고객이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느끼는 "종합소득세 환급"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시장에 소개할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무관하다고 느끼는 걸 넘어 사실 개념 자체가 생경한 시기였습니다. "환급"도 마찬가지였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환급받을 수 있는 대상인지조차 알지 못했습니다.


삼쩜삼은 고객의 실제 후기와 VoC(Voice of Customer)를 깊이 있게 분석하며 힌트를 얻었습니다. 고객들이 환급금을 받고 나서 어떤 표현을 쓰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를 세심하게 관찰했죠.


고객 언어의 발견

분석 결과, 놀라운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고객들의 후기에서 공통적인 표현들이 나타났던 겁니다. 고객들은 환급금을 "꽁돈", "용돈", "13월의 월급" 같은 친근하고 구체적인 표현으로 부르고 있었습니다. 또한 환급받은 돈으로 무엇을 했는지도 매우 구체적으로 표현했습니다.


"환급받고 소고기 사 먹었어요"

“용돈 생긴 기분이에요.”

"삼겹살 사 먹었어요."


삼쩜삼은 이런 고객의 언어를 그대로 광고 카피와 크리에이티브에 반영했습니다. "종합소득세 환급 서비스"라는 전문적이고 딱딱한 표현 대신, 고객이 실제로 느끼는 가치를 중심으로 메시지를 구성한 겁니다. 물론 환급을 찾기까지 전문적인 세무 지식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초기 고객이 느끼는 가치는 그런 전문성보다도 환급받는 돈, 그것으로 누릴 수 있는 여유나 기쁨 같은 것이었습니다.


제품의 기능적 특성(세금 환급, 전문성, 기술력)을 이해시키려고 했다면, 정말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했을 겁니다. 시장에 진입하는 답을 찾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고객이 실제로 느끼는 실질적 효용 가치를 발견하고, 고객의 언어를 광고 크리에이티브로 활용함에 따라 공감을 얻을 수 있었어요. 이런 접근이 아니었다면, 빠른 속도로 시장을 선점하며 2천만 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하는 일은 쉽지 않았을 겁니다.




2. 스픽: 완벽주의를 깨뜨린 '틀려라, 트일 것이다'

AI 영어 회화 서비스 스픽은 면밀한 고객 분석을 통해 2단계의 점프업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첫 번째는 고객에게 어떤 가치로 다가갈까 하는 문제였어요. 이미 시장에는 영어 교육 서비스들이 포진해 있었는데요. 스픽은 유저 후기를 통해 "압도적인 발화량"이 고객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포착했습니다.


“다른 앱보다 말을 더 많이 하게 된다”

“혼자 떠드는 게 아니라 대화하는 느낌이다”


스픽은 "발화량"이 고객이 느끼는 가치라는 걸 확인하고, 적극적으로 광고 크리에이티브로 활용했습니다. 다른 서비스와의 발화량을 비교하는 차트를 시각적으로도 표현하며 명확하게 가치를 제시해 주었습니다. 스픽은 그렇게 시장을 장악해 나갔습니다.


두 번째 점프업은 한국 학습자들의 심리적 장벽을 발견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바로 많은 한국 학습자들이 "완벽하게 말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아예 입을 열지 않는다는 것이었는데요. 영어로 말하는 내용이 문법적으로 완전하지 않을까 봐, 발음이 이상할까 봐 말하기 연습을 주저하는 악순환을 깨야 했습니다.


스픽은 한국의 기존 영어 학습 문화, 그 문화에서 기인하는 틀려서는 안 된다는 압박감과 완벽주의라는 문제를 포착했습니다. 그리고 "틀리지 말자"는 메시지 대신 "틀려도 괜찮다, 오히려 틀려야 는다"는 완전히 반대되는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그렇게 "틀려라, 트일 것이다"라는 멋진 캠페인 컨셉이 도출할 수 있었씁니다.

이 카피는 단순한 말장난이 아니라, 스픽이 발견한 핵심 인사이트를 함축한 메시지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스픽팀의 의사결정과 전략을 매우 리스펙합니다. AI의 기술력과 활용성을 단순히 기술적 차원에서 어필하지 않았습니다. 그랬다면 매력 없고 그저 그런 공급자적인 메시지만 쏟아졌을 거예요. 한국의 학습자들이 어려워하는 지점, 그 어려움 이면에 있는 심리적 장벽을 파악해 효과적인 솔루션으로서 스픽의 기술적 강점을 함께 녹여냈다는 점입니다.




3. 코카콜라 "Share a Coke": 개인화가 만든 글로벌화

2011년 호주에서 시작된 코카콜라의 "Share a Coke" 캠페인은 마케팅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개인화 캠페인 중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코카콜라는 시장조사를 통해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코카콜라 브랜드에 대한 개인적 연결감이 떨어지고 있다는 문제를 발견합니다. 코카콜라는 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소셜미디어에서 찾았습니다. 2010년대 초반은 소셜미디어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던 시기였는데요. 코카콜라는 이 시기에 소셜미디어에서 나타나는 소비자들의 행동 패턴을 주의 깊게 관찰했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사람들이 자신과 관련된 특별한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 했고, 특히 개인화된 경험에 대해서는 더욱 적극적으로 공유했습니다. 이런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코카콜라는 "개인화 + 공유"라는 두 가지 요소를 결합한 캠페인을 기획했습니다. 코카콜라 병에 개인의 이름을 넣어 개인화된 경험을 만들고, 이것이 자연스럽게 소셜미디어 공유로 이어지도록 설계한 캠페인, "Share a Coke" 입니다.


"Share a Coke" 캠페인의 가장 혁신적인 부분 중 하나는 실시간 소셜미디어 모니터링 시스템이었습니다. 코카콜라는 캠페인 진행 중에도 소셜미디어에서 어떤 이름들이 가장 많이 언급되는지, 어떤 지역에서 어떤 반응이 나오는지를 실시간으로 추적했다고 하는데요.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조정해 나갔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에서 인기 있는 이름들을 추가로 생산하거나,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된 특별한 이름들을 한정판으로 출시하는 등의 방식으로 발 빠르게 대응한 겁니다.


2011년 캠페인 실행 당시 호주에서 약 2억 5천만 병이라는 판매 실적으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당시 호주 인구가 약 2,300만 명이었다고 하니, 전 국민이 10병씩은 마셨다는 것과 다름없는 믿을 수 없는 성공이었습니다. 호주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캠페인은 전 세계로 확산되었고, 10년이 넘는 지금까지 간헐적으로 계속 이어질 정도이니, 말 그대로 글로벌 히트 마케팅 캠페인입니다.




4.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Small Business Saturday": 사회적 공감을 마케팅으로

2008년 금융위기 여파가 이어지던 2010년. 특히 중소상공인과 지역 상권은 대형 유통업체와 온라인 쇼핑몰에 밀려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이 어려움이 사회적 과제이자, 이 문제 해결의 필요성에 대한 암묵적 지지와 분위기를 직감하고 해결책을 찾고자 노력했습니다.


대부분의 연말 쇼핑이 ‘블랙 프라이데이’나 ‘사이버 먼데이’처럼 대형 유통사에 집중되는 것에 착안하여, 아멕스는 ‘Small Business Saturday’라는 쇼핑 기념일을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단순히 자사 카드 사용을 늘리는 캠페인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면서 동시에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죠.


추수감사절 다음 날인 블랙 프라이데이 이후 토요일을 "Small Business Saturday"로 지정하고, 지역 소상공인을 지원하자는 메시지를 던지고자 했습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캠페인은,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지역 경제 살리기"의 중요성을 절감하던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습니다.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Small Business Saturday에 대해 공식적인 지지 선언을 했고, 중소기업청(SBA)과 각 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매년 추수감사절 다음 다음 날이 되면 자연스럽게 Small Business Saturday가 되었고, 미국의 연말 쇼핑 문화에 완전히 정착했다고 하는데요. 경제적인 효과도 컸습니다. 2019년 기준으로 Small Business Saturday의 경제적 효과가 무려 196억 달러였고, 미국 전역에서 1억 4천만 명의 소비자들이 지역 소상공인들의 가게에서 쇼핑을 했습니다. (지역 경제 효과는 매년 성장 중이라고 합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또한 직접적인 매출 증대 효과뿐만 아니라, 단순한 카드 회사를 넘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고객 이해에서 시작되는 마케팅

지금까지 살펴본 네 가지 사례는 모두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객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입니다.


삼쩜삼은 고객이 환급금을 어떻게 인식하고 표현하는지를 깊이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복잡한 세무 서비스를 실질적 효용, 감정적 가치를 담은 고객의 언어로 시장에 안착시킬 수 있었습니다.


스픽은 한국 영어 학습자들의 가장 큰 심리적 장벽인 완벽주의를 정확히 파악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틀려라, 트일 것이다"라는 혁신적인 메시지로 돌파했습니다.


코카콜라는 소셜미디어 시대 소비자들의 개인화와 공유에 대한 욕구를 정확히 포착했습니다. "Share a Coke"를 통해 개인적 경험과 사회적 공유를 동시에 만족시켰습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경제 위기 이후 미국 사회의 지역 경제에 대한 시장의 분위기와 흐름을 읽어 냈습니다. 그 결과 Small Business Saturday를 통해 사회적 가치와 브랜드 가치를 동시에 실현했습니다.


이들의 성공에는 어느 정도 우연이 작용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와 배워야 할 점도 있습니다. 고객의 표면적인 니즈, 그리고 그 속에 숨어 있는 감정과 욕구, 그리고 사회적 맥락까지 종합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입니다.


때로는 공급자 관점에서만, 내가 생각하는 내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에 매몰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객이 느끼는 가치는 다를 수 있습니다. 마케팅은 고객과 기업이 만나는 교집합 지대에서 이루어집니다. 나의 생각이 아닌, 고객이 느끼는 가치를 찾아야 합니다. 고객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고객이 수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말을 건넬 수 있어야 합니다.


고객을 이해해야만 고객에게 어떤 말을 어떻게 건넬지 힌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고객의 모든 말이 항상 비즈니스의 성공을 만드는 정답은 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고객 이해가 무용한 것은 아닙니다. 고객의 언어를 이해하고 말을 건네는 커뮤니케이션 시도를 반복해야 합니다. 그래야 성공적인 가치 교환 관계를 만드는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삼쩜삼을 제외하고 나머지 사례들은 구글링을 통해 적합한 사례들을 찾고, 많은 아티클과 소셜미디어 등의 정보를 종합, 요약, 재편집하여 담았습니다. 최종적으로 GPT와 클로드를 통해 한 번 더 팩트 체크 과정을 거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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