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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엽 Aug 06. 2023

이직 결정에 중요한 요소, 남은 시간

전체 커리어에서의 내 현재 시점이 어디인지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저의 두 번째 이직을 한지 이제 4개월 정도가 흘렀습니다. 첫 번째 이직은 두산중공업 (現 두산에너빌리티)에서 원티드(법인명은 원티드랩)로 옮겼던 이직인데, 평생직장이라고도 볼 수 있는 안정적인 대기업에서의 8년의 시간을 뒤로하고 스타트업이라는 혼돈과 격동의 공간으로 옮기는 과정이었습니다. 원티드에서 5년 동안 30명의 시리즈 B 스타트업이 150명이 넘는 상장사로 커나가는 과정을 함께 하였는데, 창업자는 아니지만 정말 '내 회사'처럼 생각했던 이 공간을 떠나는 것이 두 번째 이직이었습니다.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그러하듯이 저에게도 2번의 이직 과정은 너무나 많은 고민과 고통이 수반되는 과정이었습니다. 이번 두 번째 이직 과정에서 했던 고민과 생각들 중에 다른 누군가에게 혹시나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 내용을 이 글을 통해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보통 이직을 고민하고 결정하는 과정은 아래 2가지 질문에 답을 하는 과정입니다. 처음에는 나 자신에게 묻고 스스로 답을 찾고 결론을 내려야 합니다. 그리고 스스로 내린 결론을 들고 기존 회사에, 새로운 회사에, 주변 사람들에게 대외적인 공식 답변을 내놓아야 합니다.

왜 이직하기로 결심했어?
왜 그 회사로 결정했어?


보통 나오는 답변들은 업무 만족도, 성장성, 연봉, 복지, 조직문화, 리더 혹은 구성원 등에 대한 이야기들입니다. 물론 저 역시도 이런 요소들을 당연히 고민했고요. 이런 요소들에 더해 이번 이직에서 제가 많이 고민했던 요소가 하나 더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내 커리어가 얼마나 남았는지에 대한 고민"입니다.


저는 소위 말하는 파이어족은 아닙니다. 제 능력이 허락하는 한 오래 일하고 싶은 사람입니다. 하지만 최근 2~3년 들어서 부쩍 '내 커리어가 얼마나 남았는지'에 대한 생각들이 점점 더 자주 생각을 스치더군요. 이 글을 쓰는 지금 제 나이는 39세이고 곧 40세가 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41살이었는데 이제는 만 나이로 작성해야 되는 것 같네요). 커리어를 시작한 지는 거의 13년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지금 은퇴하겠다, 혹은 3년 내로 은퇴하겠다는 아니지만, 이제 지나온 커리어보다는 남은 커리어가 더 짧은 것 같고 커리어의 종착점이 조금은 보이는 것도 같습니다.

이미지를 넣고 보니 지나치게 좀 쓸쓸하네요 ㅎㅎ

저는 앞으로 10년이 남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10년 뒤에도 무언가 다른 일을 할 것 같긴 하지만, 스타트업에서 지금과 같은 성격의 일을 지금과 같은 에너지로 하는 것은 최대 10년이 될 것 같습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 선배님이라고 할 만한 분들이 40대 후반~50대 초반까지 계신 것을 보아도 그렇고, 워낙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제 역량을 최대한으로 발휘해야 만하는 점을 고려해도 그 정도가 적절해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이 남은 10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이것이 이번 이직에 대하여 저에게 떨어진 고민이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을 하자면, "다시 시리즈 B 정도의 스타트업으로 돌아가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론에 따라 "인티그레이션"이라는 새로운 곳에서 다시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저에게는 지난 5년간 원티드에서의 경험이 너무나 좋았습니다. 모든 구성원들이 회사를 성장시키고 싶다는 마음으로 똘똘 뭉쳐서 일하는 과정은 너무나 즐거웠고, 그 노력들이 모여 실제로 회사가 성장하고 이익이 나고 상장까지 하는 결과는 너무나 보람차고 뿌듯했습니다. 저 개인으로 봤을 때도 너무나 많은 경험을 쌓았고 빠르게 성장했다고 자부합니다. 그 과정에서 주어진 경제적인 보상 역시도 만족감을 가져다주었습니다. (물론 지금 받은 것보다 더 많은 보상을 바라는 것은 모든 인간의 심리겠지만요 ㅎㅎ)

저는 그렇다면 남은 10년 동안 다시 이 경험을 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업무도 익숙해지고 이제 틀이 많이 잡혀있고 안정적인 환경, 복지 등이 있는 원티드를 떠나서, 다시 시리즈 B 정도의 스타트업으로 돌아가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입니다. 사실 거의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어차피 굉장히 낮은 확률에 베팅을 하는 게임입니다. 제가 원하는 성장 과정의 즐거움과 그 과실을 맛보려면, 한 번이라도 주사위를 더 던져보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에게는 남은 시간이 10년이었고, 시리즈 B 정도의 스타트업이 상장을 하는데 최소한 4~5년은 걸리니 많아야 2번 주사위를 던져볼 수 있겠다는 결론이 나오더군요. (물론 2번의 주사위가 모두 아쉬운 결과를 낳을 수도 있고, 주사위를 던지는 숫자가 1번이 될 수도, 3번 이상이 될 수도 있지만요)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급해지더군요. 1~2년 시간이 더 줄어들기 전에 퇴사를 해야겠다는 결론, 상장이라는 과실을 맛볼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을 찾아야겠다는 결론이 어렵지 않게 이어졌습니다. 






여기까지가 저의 이번 이직 이야기입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이 저와 같은 결론을 내렸으면 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다만, 제 선택의 과정 중 다른 사람들도 참고할 만한 힌트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이 바로 이 글의 제목과 부제입니다. 

이직 결정에 중요한 요소, 남은 시간

- 전체 커리어에서의 내 현재 시점이 어디인지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여러분이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면, 퇴사를 할지 말지, 어디로 가야 할지, 무슨 일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다면... 꼭 "내 전체 커리어에서 얼마가 지난 것이고, 얼마나 남은 것인지"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1. 만약 여러분이 시니어라면 (커리어의 절반을 이미 지났다면)

이제는 커리어를 더 성장시키고 배우고 경험하는 것보다는, 이미 쌓은 것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해 좀 더 중점을 두고 고민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저에게는 그것이 시리즈 B 정도의 스타트업으로 다시 가서 도전의 주사위를 던지는 선택이었습니다. 창업이나 시드 단계의 스타트업에 조인을 하는 것은 성과가 제대로 나오기까지 거의 10년의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일이고, 그것은 남은 저의 커리어 10년을 고려하면 너무 위험한 One-shot game이었습니다. 반대로 원티드보다 더 큰 회사로 옮기는 것은 물론 편안하고 안정적인 길이지만, 제가 쌓아온 경험을 활용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리스크를 걸고 스타트업을 성장시키는 것이 제 핵심 역량인데, 이를 발휘할 수 없으니 연봉 이상의 더 큰 과실을 기대할 순 없겠죠.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은 물론 너무나 멋지고 응원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하지만 커리어의 절반을 이미 넘어선 이 시점에서 새로운 도전은 위험합니다. 만회할 시간이 많지 않죠. 또한 도전의 결과를 수확할 시간은 짧습니다. 도전을 통해 새롭게 얻은 경력과 역량을 활용하여 연봉도 올리고 승진도 해야 하는데, 남은 시간이 많지가 않습니다. 이제는 남은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하여 좀 더 현실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고민할 타이밍입니다. (이 케이스에 해당하는 내용은 제 사례를 말하면 충분히 길게 설명하였으니 이 정도에서 마무리하겠습니다)


2. 만약 여러분이 주니어라면 (아직 커리어의 전반부에 해당한다면)

지금은 다음 커리어에서 "무엇을 쌓을지"를 좀 더 비중을 두고 고민을 해보면 좋겠습니다. 아직 커리어가 많이 남은 만큼 무엇을 쌓는지에 따라서 영향이 굉장히 크니까요. 

쌓을 수 있는 것들은 굉장히 다양합니다. 

(1)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연봉"입니다. 경력직 이직을 하게 되면 기존 연봉에 근거하여 연봉 협상을 하는 것이 보통이니, 한번 연봉이 올라가면 앞으로 몇 년에 걸쳐서 계속 영향을 주게 됩니다. 그러니 이번 이직을 통해 연봉을 올려놓으면 앞으로 큰 의미가 있는 일이 될 것입니다. 

(2) 좋은 커리어를 쌓는데 집중할 수 도 있습니다. 좋은 커리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해석의 여지가 다양할 수 있지만, 저는 여기에서는 '앞으로 다음 이직을 할 때 계속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커리어를 쌓는다'는 관점에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이름값이 높은 회사로의 이직이나 규모가 크고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담당해 보는 것이 그런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 연봉이나 워라밸 등을 조금 희생하더라도 이런 커리어를 쌓을 수 있으면, 장기적으로는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3) "새로운 산업 / 직무 / 스킬셋으로 전환하는 것"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두산을 떠나서 스타트업을 보는 제 선택도 그런 맥락이었는데... 관심 있고 유망해 보이는 산업 / 직무로 전환하거나 관련 있는 역량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택하는 것이죠. 이직을 한 초기에는 당연히 힘들고 보상도 주어지기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원하는 산업, 직무, 업무로 내 커리어를 바꿀 수 있다는 장점이 있겠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구간에 있는 분들은 "장기적으로 나에게 도움 되는 선택을 하자. 그것을 위해 단기적으로 일부는 포기할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커리어는 많이 남아있기에 단기적인 아쉬움을 장기적으로 더 큰 보상으로 상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좀 더 길게 보고 선택을 하는 것이 오히려 좋은 선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고민을 하고 결정을 하더라도 이직이라는 것은 언제나 아쉬움과 후회가 남는 것 같습니다. 회사 생활을 구성하는 수많은 요소 - 연봉, 복지, 업무, 조직문화, 워라밸, 일하는 방식, 구성원 등 -들이 모두 만족스러운, 모든 영역에서 한치도 부족함이 없는 최고의 회사는 없으니 말이죠. 그런 완벽한 조건은 회사뿐 아니라 다른 모든 곳에서도 찾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이번 이직을 무엇 때문에 하는지, 무엇을 얻고자 이직을 하는 것이고, 그 외의 것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은 꼭 명심하고 이직 결정을 하셨으면 합니다. 몇 가지는 포기하고 몇 가지는 반드시 가져간다고 생각을 해야지 이직을 결정하는 데에도 훨씬 쉽고 좋은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새로운 곳에서 적응을 하는 과정에서 내가 얻기로 한 것에 집중해야지 그것을 실제로 얻을 가능성이 높고, 반대로 포기하기로 한 것들에서 덜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습니다. 제 글을 읽고, 또한 여러분들이 고민을 하셔서... 어떠한 선택을 하시게 되더라도 모든 것을 만족시키는 선택은 존재하지 않으니, 내가 반드시 얻고자 하는 것을 얻는 선택을 하셨으면 합니다. 


사실 이 글을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좀 있었습니다. 제가 원티드에서 근무를 하다 보니 또한 평소 저에게 고민 상담을 하는 주위 사람들이 많다 보니... 제 이직 선택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그들에게 개인적인 조언을 해주는 과정에서 하게 되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이니까요. 이런 개인적인 결정과 고민의 결과물들이 마치 정답인 것처럼 제시되는 것은 아닐까 부담이 있었습니다. 원래 알고 있는 지인들에게 얼굴 보고 이야기를 하는 것과, 전혀 모르는 누군가에게 글의 형태로 전달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니까요. 그럼에도 혹시나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진 않을까라는 희망을 가지고 용기를 내고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위의 내용들은 철저히 개인적인 저만의 생각이고, 누군가에게는 전혀 필요 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고, 혹은 오답일 수도 있습니다. 개인의 결정이라는 것, 커리어라는 것은 항상 그런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황과 관점들은 모두 다를 수밖에 없고, 누군가에게는 정답이 누군가에게는 오답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점을 읽으시는 분들께서도 감안해 주시면 너무나 감사하겠습니다. 

 저 또한 그러했지만, 이직을 고민하는 과정은 너무나 어렵고 확신이 없고 그렇기에 고통스러운 과정입니다. 그런 힘든 과정에서 약간의 힌트, 약간의 도움이 될 수 있는 글이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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