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연세살이로 집을 옮기며 살아보기로 했고 지역은 아이들 어린이집으로 정해둔 제주 동쪽으로 정했다.
제주는 집을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알아보지?
TV에서 자주 본 직방, 다방을 다 찾아봐도 제주 연세살이는 없었다. 아이들이 있어 제주를 여행하며 집을 구할 수도 없고, 아는 현지인 또한 없다. 지나가는 정보로 제주 대표 카페에 우선 가입하고 정보를 얻어보라는데 가입인사에 댓글 달다가 내 살집 다 없어질 기분.
오랜 간 연락하지 않았던 절대 친하지 않은 제주 지인에게 어색하게 전화 걸어 이것저것 물어보니 제주에서 집을 구하는 방법은 다음 세 가지로 추려졌다.
1. 제주 교차로 또는 제주오일장 어플을 통해 매물이 올라올 때 바로 계약하거나 또는 바로 제주로 내려가 매물 확인하기.
그런데 이 방법엔 한 가지 큰 오류가 있다. 제주에서 연세는 귀하디 귀한 보석과 같다. 괜찮은 매물이 나와서 '내일 보러 갈게요!' 하고 비행기 티켓을 끊어도 그 사이 다른 사람이 계약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연세 매물은 즉석음식과 같이 나오는 순간 누군가의 것이 된다.
2. 제주에 잠시 머물며 부동산 직접 다니며 알아보기.
제주 관련 카페나 어플 상 매물이 올라오지만 집만큼 궁금하게 집 주변 환경인데 매물 사진엔 집 내부사진만 나와있다. 지도상 검색할 수 있는 하나로마트, 병원 등의 거리뿐만 아니라 골목의 모습, 주변 상권 등 직접 눈으로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느낌 같은 것들. 그래서 가능하다면 가장 깔끔한 방법은 직접 제주로 내려와 부동산을 직접 다니며 인터넷으론 알 수 없는 정보도 듣고직접 보고 결정하는 게 현명한 방법.
3. 제주는 이사하기 한 달 전에 집을 알아봐도 빠르다는 것.
우선 뭐라도 해보자 란 생각에 제주 아무 부동산에 전활 걸었다.
'2달 뒤에 갈 건데 동쪽으로 연세 매물이 있을까요?'
그리고 나의 심장을 때리는 전화기 너머의 한마디.
'이사 2주 전에 전화 주세요'
제주 연세살이의 경우 몇 달 전부터 넉넉히 집을 알아보는 게 아니라 이전세입자의 계약이 끝날 때 즈음 매물이 나오면 바로 계약하고 2주 정도 뒤 입주하는 경우가 많단다. 그래야 집이 비어있지 않고 순환된다는 의미.
당장 2주 뒤에 살 집도 알지 못한 채 모든 짐을 가지고 두 돌 된 쌍둥이와 제주로 간다?! 지금 사는 집은 빼줘야 하고 우린 갈 곳이 없고 그 사이 짐을 보관할 곳도 없고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졌다.
내 살 집과 익숙한 환경이 주는 안정감은 사람에게 꽤 많은 의미를 준다. 마치 동물이 자신 공간에 있을 때 더 많은 활개를 치듯 자신의 삶을 구축해갈 수 있는 것이다.
당연히 8년 넘게 살던 집을 갑자기 비울 땐 설렘보다 두려움이 먼저 밀려왔다. 불안한 마음을 떨치고자 이삿짐을 싸기 시작하니 집에 빼곡히 쌓인 물건들에 한숨부터 나왔다. '그래! 이 기회에 미니멀 라이프 도전해보자!' 다짐으로 280건의 당근 거래를 통해 물건들을 정리했다. 삶 속에 녹아든 불필요한 의미덩어리들이 얼마나 많은지 새삼 깨달았던 시간.
그렇게 우린 SUV 차량 한 대에 네 가족의 모든 짐을 싣고 제주로 떠났고, 미래를 알 수 없는 한달살이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