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9일
“네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정목사님으로부터 온 메시지에 짧게 대답했다.
주일 청년부 예배 후 S와 만나 얘기했고,
저녁엔 JY, JG 형제와 각각 통화했다.
“지금 제가 상황이 좀 좋지가 않아서요.”
“제가 준비해야할 게 있는데요.”
“비전트립 기간에 수업 빠지는 것도 좀 그렇고
비전트립 다녀오면 곧 시험기간이기도 해서….”
이 남대생 3인방이 비전트립을 신청하지 않은 이유다.
이들에게 비전트립보다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 더 컸다.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거 정말 중요해.
근데 나도 지나간 시간들을 돌아보니까
진짜 기억에 남는 순간은 따로 있더라고.
너 고등학교 시절 어땠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할래?
3년 내내 열심히 공부한 하루하루에 대해 얘기할 거야?
땡땡이치고 놀았던 기억이나, 해외여행 다녀온 것처럼
추억이 담긴 몇몇 특별한 사건을 위주로 얘기하겠지.
이번 비전트립도 분명 인생에 남는 그런 여행이 될 거야.
지금까지 살면서 지켜본 바로는 재산이 많은 사람보다
기억이 많은 사람들의 삶이 훨씬 더 풍요로운 것 같아.
근데 그 기억을 만드는 경험은 스스로 선택해야 해.
갔다 오면, 수업 몇 시간 더 듣는 것보다
이게 훨씬 더 가치 있는 일이었다는 걸 알게 될 거야.”
신청도 하지 않은 녀석들 한 명, 한 명에게
굳이 내가 이렇게 열변을 토해내는 건
이 친구들을 포기하지 않은 정목사님의 메시지 때문이다.
“JY, JG 형제와 S는 꼭 데려가고 싶은데요.”
“네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하나님도 같은 마음이시겠지.
2주간 티켓가격이 160만원 아래로 내려오질 않는다.
가끔 티켓 자체가 사라지기도 한다.
감사하게도 ‘남대생 3인방’ 모두 마음의 결정은 했으나
티켓가격이 이미 너무 많이 올라버렸다.
만약을 대비해 지켜보던 티켓이 있다.
12시간 먼저 출발해 몽골에 대기하고 있다가
다른 팀원들과 중간에 만나서 함께 가는 비행편이다.
몽골에서의 대기시간이 길어서 조금 힘들 수도 있지만
비용차이가 워낙 크니 몸으로 때우는 수밖에.
‘그러게 제때 좀 신청하지 그랬어!
시간이 지나면 이마저도 다 추억이 될 거야.’
이런 혼잣말을 하며 또다시 티켓을 찾는다.
며칠간 매일 오르내리는 가격과의 전쟁 끝에
마지막 티켓 세 장은 힘겹게 결제됐다.
휴. 이 녀석들.
나중에 목사님께 많이 감사해라.
나한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