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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기 Jan 10. 2024

가는 게 효도야

2023년 3월 29일

팀원 중 가장 먼저 티켓을 구매한 동생과 달리,

삼남매 중 둘째인 J는 지난 열흘간 고민이 많았다.


가운데 끼어있는 많은 둘째들이 그렇듯

J도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이 남다르다.


“부모님은 그동안 여행 한번 제대로 못하셨는데

저만 비전트립 간다고 하기가 그래서요.”


‘너 청년부 회장이 무조건 가야지!

지금은 남 생각하지 말고 너만 생각해!’


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문제는 ‘남’이 아니라는 거,

하필 그 타인이 부모님이다.


시간이 흐르고 자신이 부모가 되면 스스로 깨닫겠지만

자라갈 수 있는 지금의 기회를 놓치게 하고 싶진 않았다.


“쉽지 않겠지만 부모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볼까?

자식이 세계로 뻗어나가 더 많은 경험을 하는 것과,

부모 자신을 생각해 잘 참아내는 것, 뭘 원하실까?”


J의 깊은 숨소리가 들린다.

효심 가득한 아들에게 불효자가 되라고 말하는 것 같아

나 역시 마음이 무겁다. 


그렇다고 J를 진짜 불효자로 만들 순 없었다.


“나중에라도 부모님께서 자신들 때문에 

네가 여행을 안 갔다는 사실을 아시게 되면, 

그건 부모님 마음을 더 아프게 하는 일일 것 같은데?

잘 다녀와서 앞으로 더 잘 해!”




가격이 계속 오른다.


불과 열흘 전 100만원이었던 항공권이

지금은 140만원을 넘어가고 있다.

야속하게도 티켓가격은 

J가 고민하는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그러나 놀랍게도 J가 마음을 결단했을 때, 

일시적으로 티켓가격이 110만원까지 내려왔고.

재빠른 J는 다행히 그 티켓을 구했다.


그리고 구매와 동시에 티켓가격은 다시 치솟았다.


비전트립을 가기로 한 오늘의 이 선택이 

최고의 효도였음을 깨닫는 날이 언젠간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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