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24일
비전트립을 위한 두 번째 전교인 기도회가 열렸다.
부장집사님이 인도하시고, 청년들이 찬양팀으로 섰다.
아픈 손가락이 마음에 쓰여서인지
싱어로 섬기는 J가 역시나 눈에 띈다.
오늘은 찬양하는 모습이 굉장히 활기차다.
리듬을 타는 움직임이 가볍다.
내 마음도 가벼워진다.
성령의 리듬과 흐름도 이렇게 탔으면 좋겠다.
이 분위기라면 비전트립은 열 번도 가겠다.
“하나님, 오늘 우리 아동부 친구들에게 비전트립을
소개하고 함께 나눌 수 있어 참 감사합니다. (중략)
우리 친구들도 하나님의 꿈을 꾸게 되길 바랍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아동부 예배를 감사히 잘 마쳤다.
잠시 후 대예배 때는 비전트립을 떠나는 28명이
출정식처럼 온 교인 앞에 나와 인사를 한다.
J의 모습이 안 보인다.
휴대폰을 보니 J의 엄마인 N집사님으로부터
메시지가 와 있다.
집사님..
J가 많이 다운되어 지금 응급실에 와 있어요..
떠나는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하는데
금요기도회도 잘 마쳐서 제가 긴장을 놓았나봐요..
오늘은 원망스러워 소리질러 울부짖고 싶네요ㅠㅠ
빨리 퇴원해서 예배 때 참석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런. 엊그제까지만 해도 그렇게 좋았었는데.'
예배가 끝날 때까지 혹시나 해서 계속 뒤를 돌아봤지만
결국 J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금요일 저녁에 앞에서 찬양할 때 어땠어?”
“그땐 너무 좋았어요.”
“나도 그래 보였거든. 근데 왜 지금 병원에 있냐고오~”
J와 통화 중이다.
항상 좋은 순간을 경험하고 나면,
혼자 남았을 때 외로움, 무기력함, 두려움 등이
더 크게 몰려오는 것 같다고 한다.
이러한 감정들을 가볍게 털어냈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답잖은 농담이나마 던져본다.
“비전트립도 너무 좋은 데로 가면 안 되는 거 아냐?
벌레 많이 나오는 오지나 힘든 데 가서 고생 좀 해야
다녀와서 지금이 좋다고 할 것 같은데?”
“안 돼요!”
발끈하며 대답하는 에너지조차 지금은 너무나 반갑다.
안 좋은 마음이 찾아올 때마다 저렇게 외쳤으면 좋겠다.
비전트립까지 마지막 3일.
어떻게든 끌고 가려는 노력과,
끝까지 끌어내리려는 보이지 않는 힘 사이에서
치열한 전투 중이다.
반드시 이긴다. 이겨야 한다.
이 공허함을 다 씹어 먹었으면 좋겠다.
좋은 순간 뒤에, 더 좋은 순간을 꿈꿀 수 있도록.
“빨리 퇴원하고 나와. 짐 싸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