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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감사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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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곱째별 Mar 14. 2024

thanks  for the White day gift

화이트데이 선물 감사합니다


아침에 출근해 강의를 하고 오후에 학원에 갔다가 저녁에 집에 돌아왔습니다. 

샤워를 하고 어제 먹고 남은 동태찌개를 데워 조금 남은 밥을 먹었습니다. 

설거지를 하고, 긴장이 되어 몇 달 만에 냉장고의 산머루주를 한 모금 마셨습니다. 


아침부터 미루고 미루던 선물 개봉 시간입니다. 

떨리는 마음을 간직하고 싶어 미루고 미루던 그 시간. 


아침에 강의실에 가니 지난주 카레를 준 학생이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제 수업 청강생이 되어 온 겁니다. 


"교수님, 드릴 거 있어요."


네모난 종이 포장지, 화이트데이 선물이었습니다. 


"이거 초콜릿이야?"

"초콜릿이랑 사탕이요."

"어머, 나 받고 싶었어. 고마워."


그랬습니다. 

오늘만큼은 꼭 초콜릿이든 사탕이든 받고 싶었습니다. 

다 늙어서 주책이라고 해도 할 말 없습니다.

저도 이런 적 처음이니까요. 

헤어진 남자친구한테 사달라고 하고 싶을 정도로 오늘은 화이트데이 선물을 받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아침나절에 그 선물을 받은 겁니다. 

물론 그 학생은 저뿐만 아니라 이 학생 저 학생에게 돌아가며 같은 포장지 선물을 건넸지만요. 


저는 그 선물을 그 자리에서 뜯지 않았습니다. 

일과를 다 마치고 집에 와서도 할 일을 다 한 후 맨 마지막에 조심스럽게 포장을 뜯었습니다. 


초콜릿과자, 미니 초코바, ABC초콜릿 두 개, 마이쮸 네 개, 스카치캔디 두 알, 청포도 사탕 두 알 그리고 쪽지 한 장. 화이트데이! 달콤한 하루 보내시라는, 아마도 모두에게 똑같이 쓴 메모일 겁니다.


이 소박한 선물 하나 때문에 온종일 가슴이 설레고 그 감정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어서 미루고 미루다 뜯어보다니, 문득 제가 얼마나 달달한 감정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지 알았습니다. 

화이트데이가 초콜릿과 사탕 제조회사의 상술이 만들어낸 날이라고 해도 이젠 괜찮습니다. 호감이 있는 사람에게 관심을 표현하고 싶은 사람은 별일 없고 화이트데이가 아니라도 이날 저날 의미를 만들어 낼 판이니까요. 대중적이고 흔한 방식이라도 누군가의 관심과 정성을 받는 게 좋습니다. 


모두에게 친절한 그 학생과 사탕 한 알 건넨 학생에게 고맙습니다. 

서로서로 챙기는 중에 달달한 감정이 물씬 생겨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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