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11 한남동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종강하자마자 다음 날인 지난 토요일에 기차를 탔다.
한강진역 2번 출구에서부터 고성과 험한 말들이 쏟아졌다.
경찰에 의해 도로는 통제되었고 횡단보도와 육교가 일방통행으로 제한되었다.
들리는 구호는 광기 어려있고 거북했다.
12월 14일 토요일 낮 광화문에서 듣던 버전의 업그레이드된.
두려움 속에서 주춤주춤 육교를 건너고 또 건너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다 눈에 들어온 곳.
보도 기사에서 본 곳이었다.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계단을 올라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기사에서 본, 응원봉 들고 화장실로 안내하시던 신부님이 서계셨다.
넥워머, 핫팩, 초코바 등이 올려져 있는 테이블을 지나 성전으로 들어갔다.
정면에 십자가는 있었지만 기도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침묵이 우선이어야 할 피정의 집인데 삼삼오오 앉아서 담소를 나누고 통화를 하고 요기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사이 빈 의자에 앉았다.
주님......
다 보고 계시죠?
그다음 기도가 나오지 않았다.
잠시 앉아있다가 미안해서 현관 입구에 앉았더니 신부님이 성전 안에서 쉬라고 하셨다.
나오는 길에 핫팩을 챙겼더니 어떤 남자분이 발바닥 용을 붙이고 가라고 권해 주셨다.
처음 보는 발 핫팩을 양말에 붙인 후 넥 워머를 챙겨 머리부터 뒤집어썼다. 아주 따뜻했다.
나와서 다시 보니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표지석 옆에
평
화
착
함
이라고 쓰여 있다.
평화는 알겠는데 착함은 뭘까.
착함은 바보스러울 만큼 자신의 것을 내어줌이 떠오른다.
착함은 이렇게 추운 사람들에게 값 없이 워머와 핫팩과 초코바를 나눠주고 화장실을 쓰게 해 주는 것일까?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착함은
1. 승무원들이 군함에 도착함
2. 비행기가 항공모함 등의 갑판에 내려앉음
그 위 착-하다는 마음이 곱고 어질다. 선하다로 나온다.
엄동설한에 피켓과 깃발과 응원봉을 들고 나온 사람들과 찐 고구마와 차를 가지고 나와 무료로 나눠주는 사람들. 그들이 착한 사람들인지는 모르겠지만 선한 사람들임에는 틀림없다. 적어도 불의에 침묵하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이들이니까.
한때 주 3일 이상 교회에 가서 새벽부터 심야까지 기도하던 나는 이제 셔터를 누르는 게 더 쉽다. 어쩌면 내 기도는 촬영과 글쓰기가 되었는 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는 기도를 두 손 모아서가 아닌 현장에 나가 걷고 뛰는 두 발로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이번 한 달 반의 사태 동안 기도를 게을리했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매일 출근 계절학기로 변명을 해 본다. 나 대신 열심히 광장과 길거리를 지킨 용감하고 선한 시민들에게 미안해하고 고마워하며.
그들 덕분에 오늘 기쁜 소식이 들렸다.
12월 3일부터 얹혔던 체기가 43일만에 뚫린 듯
이 추운 방에서 혼자 축배를 든다.
선한 시민들에게 건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