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캄캄한 밤
나는 막 피어나고 있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환한 햇살이, 시원한 바람이, 아이들의 눈빛과 탄식이
나를 기다리는 듯했다
하지만 지금 내 곁엔 아무도 없다
적막한 어둠만이 나를 감돈다
이대로 피어오르다 말 것인가,
반겨주는 이 하나 없은데
고요한 밤 나를 뒤덮고
어둠은 내게 속삭인다
그게 너의 소명인걸,
그렇게 피고 지는 일이
그저 피고 지기를 무수히 반복하는 일이
아무도 지켜보지 않아도
아무도 축복하지 않아도
너는 피어나기 위해 살아야 해
너는 살기 위해 시들어져야 해
너는 지기 위해, 다시 피어나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