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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 지는 일

by 시 선

아무도 없는 캄캄한 밤

나는 막 피어나고 있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환한 햇살이, 시원한 바람이, 아이들의 눈빛과 탄식이


나를 기다리는 듯했다


하지만 지금 내 곁엔 아무도 없다

적막한 어둠만이 나를 감돈다


이대로 피어오르다 말 것인가,

반겨주는 이 하나 없은데


고요한 밤 나를 뒤덮고

어둠은 내게 속삭인다


그게 너의 소명인걸,


그렇게 피고 지는 일이

그저 피고 지기를 무수히 반복하는 일이


아무도 지켜보지 않아도

아무도 축복하지 않아도


너는 피어나기 위해 살아야 해

너는 살기 위해 시들어져야 해


너는 지기 위해, 다시 피어나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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