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상실

by 세언

선의상실


얼큰하게 취하여 종암동 골목길을 휘저을 적엔

무엇이 상실된 줄도 모르고

기억을 부러뜨려 메꾼 길목에 다다랐다


어둑침침하였던 그곳에

희끄무레 옅은 조명으로


선의상실

이라고 걸어올린 간판을 구경했다


선이 상실되었느냐고

내가 잃은 줄도 모르고

차마 잊어버린 것이 있었느냐고


술김에 시답잖은 농을 주고받다

다시금 눈을 끔뻑하고 문대면

아, 선 의상실이로구나

그냥 의상실이었던 곳이구나


요즘 도시에서는 의상실을 볼 일이 없다

선 또한 볼 일이 없다

사라져 가는 것 투성이인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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