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음의 기쁨을 흠뻑 누리는 오솔길
출근하기 전 산책하기 위해 아빠와 등원하는 첫째 아이를 따라나섭니다. 유치원 안으로 들어가는 첫째 아이에게 손을 흔들어줍니다. 아이가 엄마를 떠나 세상으로 가는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는 것이 참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긴장이 됩니다. 아이가 시야에서 사라지면, 사라진 줄 알았던, 아주 어릴 때부터 알아왔던 것 같은, 익숙한 통증을 느낍니다. 이 통증은 가파르게 가슴 안을 가로지릅니다. 숨이 가빠집니다. 나는 아이에게 눈을 떼지 못합니다. 애써 손을 흔들고 웃음 짓습니다.
첫째 아이와 헤어진 후 나는 다시 둘째 아이와 산책을 나섭니다. 아이는 잔디에 앉아 있다가 사람 기척에 후다닥 날아가는 참새 떼들을 바라봅니다. 나뭇가지를 흔들어 떨어지는 빗방울을 얼굴로 받고, 쪼그려 앉아 발발 기어 다니는 개미들을 손으로 집습니다. 아이는 천천히, 소박하고 작은 즐거움이 가득한 오솔길을 따라 걷습니다. 목적도 의도도 없습니다. 가는 길목마다 감추어진 보물을 그저 누립니다.
나는 아이들을 통해 배웁니다. 나는 아이에게 한 나라의 수반뿐 아니라 고통과 절망에서 구해주는 신마저 되려 했다는 것을요. 그리고, 사실 아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엄마의 완벽한 토털 케어 서비스가 아니라, 살아있음의 기쁨을 흠뻑 누리는 오솔길 그 자체라는 것을요.
물기 먹은 땅과 풀들이 기분 좋네요. 나도 걸으면서 보물을 발견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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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다캠퍼스의 공간살림명상중에 작성한 살림 메시지입니다.
#씨앗글: 아난다 박미옥의 '일상으로으 홍활한 몰입 살림 명상 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