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치유 기록 샘플 NO.3
아난다 캠퍼스의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이하 아기시)' 12주 프로그램에 참석했다. 이 프로그램 3주 차에 나는 내 인생이 서러운 이유 100개를 기록하며 내 아픔의 뿌리를 찾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써야 하는 서러움은 100개였지만 나는 162를 썼다. 162번째 서러움은 '서러운 게 진짜 많은데, 이것밖에 생각을 못 해내다니, 진짜 내 서러움을 증명하지 못한 것 같아서 서럽다'였다. 사실, 전쟁과 기근, 수많은 폭력 속에 고통당하는 이들이 있는 한 세상에서 내가 가장 서럽다는 생각은 부끄러운 것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내 서러움을 깎아내리고 없는 척하면서, 이 서러움에 갇혀 살아서는 안 되었다. 나는 오랫동안 내 눈치, 남 눈치 보느라 아팠다. 나는 모든 가치 판단을 배제한 채 이것을 안전한 곳에서 꺼내놓고 사심 없이 들여다봐야 했다.
내 서러움의 항목을 요약하면 '돈'이었다. 나는 돈이 없어 괴로워하였다. 키가 작은 것도, 웃을 때 예쁘지 않은 것도, 재능이 없는 것도, 원하는 직업을 가지지 못한 것도, 남편과 다투는 것도, 바라던 부모가 되지 못하는 것도, 우아하지 못한 것도, 자주 소외감을 느끼는 것도 돈 때문이라고 믿고 있었다.
나는 그동안 기독 신앙에 오래 헌신해 왔기에, 또 실존에는 큰 관심이 없었기에, 돈이 내게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나는 이십여 년의 세월을 본질에 몰두하며 살아왔다. 나는 돈이 부족해서 슬픈 나를, 죽음 이후의 세계에 마음 둠으로 위로해 왔다. 하늘 소망은 땅의 욕망에 눈을 거두게 했지만, 내적 갈망이 진실로 해소된 것은 아니었다. 나는 두 마음으로 괴로웠다.
그래, 나는 그동안 돈이 없어 너무 서러웠다. 이 지랄 같은 돈은 나만 피해 다니는 것 같았다. 부모도 돈이 없었고, 그들의 딸인 나도 그렇고, 그런 나와 결혼한 남편도 그러니, 내 아이도 그럴 거라는 불안이 나를 엄습해 왔다. 나의 서러움이 아이에게도 대물림되는 것이 나는 너무나 두려웠다.
나는 '아기시'에서 서러움을 다루는 작업을 하며, 내게 돈이 아버지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유년 시절 아버지가 없어서 슬프고 괴로웠다. 나를 버리고 간 아버지는 다른 아이들의 아버지가 되어 그들을 부양했다. 내 것을 빼앗긴 나는 내가 느끼는 모든 결핍이 모두 돈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돈은 가정 경제를 책임지는 아버지의 은유일 뿐이었다. 아버지가 없는 내게 하늘에 계신 하나님이 나의 아버지가, 사랑에 빠진 남자가 아버지가 되어주었다. 내 직업이, 내 젊음이, 나에 대한 나의 헌신이 내게 아버지가 되어주었다. 나는 결핍을 메우려고 다른 것으로 아버지의 자리를 채우고 있었지만, 대체물은 내게 완전한 만족감을 주지 못했다. 나는 아버지의 사랑에 언제나 목마르고 배고픈 상태였다.
하지만 나의 믿음과는 달리, 아버지의 사랑은 언제나 거기에 있었다면? 아버지는 언제나 자신의 최선으로 나를 사랑해 왔다면? 그는 그저 내가 하늘 아버지께 나를 의탁해야 했던 것처럼, 아버지가 그때 그 여자에게 자신을 의탁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고, 내가 울고 있는 나의 아이를 내 앞에 세우고, 엄마는 지금 널 안아줄 수 없으니, 더 이상 다가오지 말라고 했던 것처럼, 내 아버지가 그때는 정말 나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면?
아버지도 내가 실수하는 것처럼 실수하고, 내가 후회하는 것처럼 후회했을 것이다. 내가 내 아이에게 그런 것처럼, 그것이 아버지 자신이라는 한계 안에서 내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사랑이었을 것이다. 아버지만이 속한 세계에서 줄 수 있는 가장 큰 사랑. 그런 부모 밑에서 그런 환경에서 그런 삶을 살아온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선.
나는 그렇게 아버지의 사랑을 수용하고 받아들였다. 더 이상 아버지의 사랑을 의심하지 않게 되자, 지금 여기의 내가 참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과거의 상실이나 수치로 도망가거나, 미래의 허황한 약속이나 희망에 매이지 않고 지금 여기의 내가 되어도 좋다는 감각이 느껴졌다. 내가 결핍을 느낀다면, 그것은 인류가 어머니의 자궁에서 분리되는 순간부터 느낄 수밖에 없는 태생적 외로움이지, 아버지의 탓이 아닐 것이었다. 이렇게 나의 치유가 시작되었다.
#사진출처: Pinterest
#아난다캠퍽스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 #아기시 #서러움 #자기 치유 #자기 돌봄 #자기 회복 #아빠 #아버지 #돈 #경제력 #사랑 #한계 #수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