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아닌 다른 사람인 척할 때가 있었습니다.
풍족한 집에서 귀하게 자란 티가 났으면 하고 바랐고, 내가 동경하던 사람들을 흉내 냈습니다.
나는 '예원'이가 되었다가, '수현'이가 되었다가, '여기저기에서 보는 멋지고 아름다운 누군가'가 되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사랑과 호의를 받은 양 나는 명랑하게 웃었고, 밝고 따뜻했으며, 겸손하고 너그러웠습니다.
하지만 맑은 미소 아래의 목구멍에서는 구역질이 올라왔습니다.
내 속에 엉키고 얽힌 덩어리들이 꿈틀거렸고, 의뭉과 가식이 입가에 겹겹이 쌓이며, 한쪽 입꼬리를 끌어내렸습니다.
기이하게 일그러진 얼굴은 끔찍했고, 목소리에서 묻어 나오는 긴장은 끝이 없었습니다.
나는 그런 내가 싫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고자, 더 열심히 나를 소외시켰습니다.
타인이 되는 것이 나를 넘어선 성공이며, 열심히 사는 삶의 증거인 줄 알았습니다.
볼품없는 연기를 선보인 어느 날이었습니다.
나는 그날 내가 내가 아님을 모두에게 들켰습니다.
수치 속에서 나는,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며, 나는 나일 때 가장 우아하고 아름답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었습니다.
공간과 시간을 다듬으며 타인을 흉내 내는 시간이 점점 짧아집니다.
그냥 나로 사는 시간이 점점 길어집니다.
남의 몸으로, 마음으로 영혼으로는, 나를 만족시킬 수 없음을 몸으로 깨닫습니다.
내가 충만해지기 위해서는, 몸도 마음도 영혼도 모두 내 것이어야만 합니다.
짧은 산책을 시작하였습니다.
일터에서의 나를 관찰하고, 타인을 향해 늘 그랬듯, 내 감정의 변화를 눈치챕니다.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며, 가끔 아! 하고 탄성을 내뱉기도 합니다. 놀라움과 기쁨의 탄성입니다. 이것이 나의 신화를 만들어가는 것이겠지요?
당신은, 오늘 누구십니까? 당신은 지금 누구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으신가요?
# 아난다캠퍼스 공간살림명상 중에 작성한 살림 메시지입니다.
씨앗글: 아난다 박미옥의 '일상으로의 황홀한 몰입 살림명상 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