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읽는다는 것'

내 몸의 감각에 귀 기울이는 것

by 열매 맺는 기쁨



출근하기 전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집니다. 예전의 나라면 이 시간, 책을 읽었을 것입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 많을 때는 한 달에 열다섯 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어서, 걸으면서도 책을 읽었어요. 그런데 그때 저는, '나'를 읽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런 게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


요즘 저는 시간이 나면 산책합니다. 오늘은, 책을 반납하러 도서관에 가는 길에, 그 근처 동네를 걸었습니다. 작고 예쁜 공원과 등산로가 있더라고요. 마른땅과 질척한 땅을 고루 밟았습니다. 낙엽이 발밑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좋아,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경사로로 걸었습니다. 발이 바닥에 딛는 곳의 압력이 변할 때마다 '파파박'하고 폭죽 터지는 소리가 났습니다.


통화를 하는 젊은 할머니를 보았습니다. 다정하게 ‘엄마’하고 부르는 소리가 정겹고 귀여웠습니다. 아이가 재잘대는 것 같았습니다. 머리 위에서 종종종 우는 새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고개를 들어 보았지만 새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한참 소리를 쫓아 걸으니, 새 둥지가 하나 보였습니다. 옆을 지나는 몸집이 작고, 얼굴도 작은 할머니에게 물었습니다. “할머니, 무슨 새가 우는 소리예요?” 할머니는 대답했습니다. "글쎄, 참새인가?" 우리는 함께 웃었습니다. 참새 소리는 분명 아니었거든요.


새소리를 들으니, 아빠 생각이 났습니다. 아빠는 고단한 얼굴을 하고 있다가도, 들려오는 새소리에 맑은 영혼을 빛내며 “혜영아, 새가 노래하는 소리가 참 예쁘다” 했습니다.


걷는 내내 목과 어깨가 거슬렸으나, 저는 어떻게 몸에서 힘을 뺄 수 있는지 몰랐습니다. 어깨를 올렸다 내렸다 했지만, 나아지지는 않았습니다. 오줌이 마려운 속 감각과, 두툼한 천 생리대가 밑을 지지해 주는 피부 감각을 함께 느껴졌습니다. 저는 이런 감각을 오래 잃어버리고 살았습니다.


이제라도 걸으니 참 좋습니다. 아직 머릿속에 떠오르는 상념을 지우진 못하지만, 어린아이가 팔랑거리는 몸을 가누지 못하듯, 아직 내 몸이 어색하고 내 것 같지 않지만, 그래도 나를 읽어가는 이 시간이 참 좋아요.


똑똑, 오늘 당신의 몸은 안녕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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