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한방이 아니라
작고 소중한 일상에서의 승리
그동안 나에게 인생 한 방은 무척 중요했습니다.
나처럼 가진 것 적은 사람은 작은 정성만으로는 남들이 다 누리는 인생의 즐거움을 누릴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나는 도태되어, 항상 뒤에서 남들을 쫓아가는 사람이었습니다.
조급한 마음에 남편 목을 죄었습니다.
'우리는 언제 34평으로 이사가?'
'아이들 뛰어놀 수 있는 정원 딸린 집은 언제 마련해?'
'남들 다 가는 세계여행을 우리는 언제 가?'
'왜 이렇게 야망이 없어? 평생 이렇게 고만고만하게 살 거야?'
나는 남편에게 야망을 강요하였고, 자족하는 힘을 가진 남편을 '나무 아니라, 나무의 이파리만 바라보는 좁은 시야로 세상을 산다'며 비난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작고 꾸준한 정성이 모여 나의 삶이 바뀌는 것을 경험합니다. 자기 몸을 잘 돌보고,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을 즐기는 남편이 귀해 보입니다.
넓은 집이 아니더라도, 내 공간 행복하게 꾸려갈 수 있음을 깨닫습니다. 나의 가정이 얼마나 소중한 인생의 열매인지 깨닫습니다.
남편이 말합니다. "칼바람같이 쨍쨍하던 집안 공기에 온기가 돈다"고요. 저는 정말로 믿게 되었습니다. '지금-여기'에서 행복할 수 없다면, 바라던 그날이 와도, 원하던 그것을 가져도 결코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을요.
큰 한 방을 노리던 저는 작고 소중한 것을 챙기기로 했습니다. 최근, 나의 화두는 '몸의 감각 느끼기'입니다.
어제 산책을 하였습니다. 걷다 보니 시장이 나왔습니다. 장날인지 좌판을 펼쳐 놓은 장사꾼들과 장을 보는 사람들이 북적였습니다. 인심 좋기로 유명한 칼국숫집에 들어갔습니다.
주문한 국수 가까이 얼굴을 대자, 하얗게 올라오는 김이 피부에 닿았고, 촉촉한 습기가 얼굴 표면에 번졌습니다. 그 습기에 마음 또한 따스해졌습니다. 칼국수를 입에 넣는데 엄마 젖이 생각났습니다. 나는 아주 오랫동안 엄마 젖을 만지면서 잤어요. 말랑말랑한 엄마 젖을 만질 때의 촉감이 칼국수에서 느껴졌습니다.
매운 겉절이를 먹으니, 혀 앞쪽과 뒤쪽에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쓴맛도 느껴졌습니다. 몸의 감각에 집중하려고 했지만, 나도 모르게 다른 생각을 할 때는, 왼쪽 어금니로만 음식을 씹고 있었습니다. 혀를 이용해 음식을 오른쪽으로 넘겼지만, 상념에 잠기는 순간 다시 왼쪽 위턱과, 아래턱 근육만 쓰고 있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국수는 너무 뜨겁고 김치는 매워서 잘 씹지 않고 삼키고 있었습니다. 목을 넘어가는 칼국수의 긴 가락이 느껴졌습니다. 혀의 통증은 국수를 먹는 내내 가시지 않았습니다.
건너편에 앉아 혼자 밥을 먹는 할머니의 젊은 시절을 상상했습니다. 지금은 짧은 파마머리지만, 젊은 시절 길고 화려한 머리에 와인색 립스틱을 바르고 왼쪽 다리를 꼬았을 그녀가 보였습니다. 분주히 움직이는 식당 아주머니들이 농담을 주고받았습니다. 저는 자꾸만 그들에게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대단하고 멋진 한방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나의 이 작은 승리가 자랑스럽습니다. 이 작은 승리가 쌓이면, 나는 몸을 느끼는 일에 회복될 것이며, 나 없이 살던 인생에서 돌아설 것이며, 소중한 일상과 가정을 누릴 것이고, 하늘이 선물해 준 지복을 이룰 것입니다. 이 모든 과정 자체가 모험이고 기쁨입니다.
오늘 당신의 작고 소중한 승리는 무엇일까요? 당신, 오늘 승리를 누리시길!
#아난다캠퍼스 공간살림명상 중에 작성한 살림 메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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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글: 아난다 박미옥의 '일상으로의 황홀한 몰입 살림명상 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