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여기에 있으면 일어나는 일들!

구체적인 신념의 변화, 공간의 변화, 삶의 변화

by 열매 맺는 기쁨

나는 특출 나게 잘하는 것이 없는 나를 부끄러워했습니다. 내게 빛나는 유전자를 물려주지도 못하고, 재능을 계발할 교육도 시키지 못한 무능한 부모님 때문에, 나는 나를 사랑하지 못한다고 믿어왔습니다. 나는 나를 통과해 이 세상에 난 내 아이에게는, 세심한 돌봄을 주고 싶었습니다. 나에게 그것은 '지적 성취'를 이뤄서, 자신을 사랑하도록 돕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책과 장난감을 아주 많이 샀습니다. 방마다 벽면을 아이 전집으로 채웠고, 독일에서 만든 수제 장난감들을 모았습니다. 이 물건들을 보며, 나는 드디어 가난과 무식이라는 카르마를 끊는다고 생각하니 뿌듯하고 기뻤습니다.


그런데 나를 구원할 이 책들이 나를 아프게 했습니다. 책과 장난감으로 발 디딜 곳 없는 이곳이 감옥처럼 느껴졌습니다. 방마다 있는 책의 먼지들 때문에 어느 방에서 아이들을 재워도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치워도 치워도 끝없는 가사 노동에 힘겨웠습니다. 아이들 재운 후, 밤 11시가 넘은 시간, 남편과 나는 소리 내지 않도록 조심하며, 청소해야 했습니다. 나는 아이들 책과 장난감을 포기할 수 없으니, 남편에게 대출받아서 넓은 집으로 이사를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남편은 날 선 나를 만족시킬 수 없어 힘겨워했습니다.


남편을 통해 물질적 욕망을 완전히 채울 수 없던 나는 두 아이를 재우고, 새벽 2~3시까지 영어 공부를 했습니다. 외국에 있는 병원에 취직해서, 돈을 많이 벌고 싶었습니다. 혼자 두 아이 가정 보육을 하는 중임에도, 잠까지 줄이며 나를 혹사했습니다.


나는 이제 깨닫습니다. 세탁기가 없는데도, 밖에서 놀다가 더러워진 아이의 옷을 갈아입혀 주고, 다시 나가 신나게 놀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월세 십만 원짜리 단칸방을 살면서 월 십만 원을 지불해야 하는 일어 학원을 3년 내내 보내는 것이, 받은 것이 없다며 원망하는 딸에게 '그래서 나도 마음이 아프다'라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세심하고 큰 부모의 사랑이었는지를요.


나는 열두 번의 공간 살림을 하며 5개의 책장과 12질이 넘는 전집을 비우고, 교구들과 장난감을 추리고 추렸습니다. 모든 순간 정성을 들일 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순간들이 모여 삶의 구체적인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나는 이제 부모님의 사랑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지나치게 많은 책에 둘러싸여 있지 않아도 됩니다. 과하게 아이들의 미래를 불안해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잠든 시간 청소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책 없는 공간에서 먼지 걱정 없이 잡니다. 남편과 나는 밤에, 운동을 하고 산책합니다. 그리고, 드디어 내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유일무이한 존재임을 믿습니다. 공간이 변해서 내가 변했는지, 내가 변해서 공간도 변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는 지금 바로 여기서 행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부디,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러하기를





#아난다캠퍼스의 공간살림 명상 중에 작성한 공간살림메시지입니다.


씨앗글: 아난다박미옥의 '일상으로의 황홀한 몰입 살림명상 메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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