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비누 공유 연맹 36

by 인디캣

뭔가를 쓴다는 것.

하얀 바탕에 검은색으로 된 글자를 흩뿌린다는 것. 어떤 이는 이런 일들에 대해 과도한 미화를 하거나 낭만적인 무언가를 겨냥하기도 한다. 하지만 A는 자신이 글을 쓰는 일에 어떠한 낭만도, 로맨스도 없음을 알고 있었다고 내게 말했다. 나는 A의 말이 이해될 것 같기도 했지만 결국 이해되지 못하는 메커니즘에 속한다고 생각했다. 세상은 점점 악화되어 가는 수밖에 없는데 여기에 대고 어떤 모종의 언어를 더한다고 해서 더 나은 인간이 되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글을 쓰는 사람들을 비난해보고 그들이 거대한 성기를 가지지 못했다고, 혹은 거대한 성기에 필적할 만한 위대한 자의식을 가지지 못했다고 비난한다고 해서 그들 모두가 위대한 작가, 곧 죽은 작가가 되는 것도 아니다. 어쨌든지간에 사람은 글을 쓰지 않아도 생존하기 마련이고, 글을 읽지 않아도 마찬가지 일은 일어난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나 자신이 더이상 젊지 않다고 생각했고 젊지 않은 글은 미치광이의 글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둘 다 읽을 가치가 없다는 점에서


같다.


나는 미치광이이고, A는 모국에서 미치광이라고 주장했음에도 정상인과 똑같이 형벌을 살아야 했는데, 우리 둘의 문제는 어느 한 사람이 더 미쳤는지와 상관없이 이 기묘한 삶 속에서 더 나은 해법을 찾아내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서 너무 미약한 반응을 보였다는 점인 것 같다.


젤렌스키가 조금만 더 웃긴 코미디언이었다면 벌써 자살을 했을 것이다.


나는 그가 근본적으로 유머 감각이 없다고. 그렇게 생각한다. 자살하지 않는 코미디언은 정말로 웃긴 게 뭔지 모르는 사람이다. 대통령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면 좋은 오치를 내야 하는 게 분명하다.


오치란 일본어로 이야기의 반전을 의미한다.


좋은 오치를 가지고 있는 개그, 코미디, 오와라이야말로 TV나 소설책에 실릴 가치가 있다. 나머지 얘기들은 흐지부지. 다른 사람들의 수십만명에 해당하는 학살로 끝날 뿐이다. 젤렌스키는 자신의 정치적 결정 때문에 다리나 팔을 잃어버린 사람을 위해서 코미디를 해본 적이 있을까. 없다면 그는 진정한 코미디언은 아닐 것이다. 진정한 코미디는 모 조중동 기자 출신 작가가 팔다리를 잃어버린 북한 인권 운동가의 평전 비슷한 소설을 썼을 때 이미 다 이뤄졌다.


그 운동가는 결혼을 했다고 한다. 대개 팔 다리의 존재 여부는 결혼에 있어 진정한 판단 요소는 아닌 것 같다. 사실 팔 다리가 없어도 섹스는 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얘기를 쓰면 고소를 당할 뿐이겠지. 재미도 없는데 고소까지. 이야기가 재밌다면 고소를 당해도 좋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재밌는 얘기를 썼기 때문에 고소를 당하는 것이지 법률을 어겼기 때문에 고소를 당하는 게 아니다. 세상에 법률 위반으로 작가를 고소하려는 사람은 미치광이들 말고는 거의 없다. 나는 A를 오랫동안 알고 지냈지만 그는 틱톡 라이브에서 호스트를 비난하는 것 말고는 전혀 고소당할 만한 일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A는 고소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 숫자와 영어로 된 닉네임을 쓴다고 얘기한다. 나는 A에게 그런다고 해서 아이피 확보가 불가능해지지는 않는다고 말해줬지만 정확하게 내 말을 알아듣는 것 같지는 않았다. A는 주기적으로 닉네임을 바꿨고 틱톡의 정책에 따라 한번 닉네임을 바꾸면, 혹은 아이디까지 다 바꾸면 일주일 간격으로만 바꿀 수 있다.


A는 가끔씩 키이우의 무너진 아파트 근처에 와서 여기저기에 묻혀 있는 팔다리를 꺼내 자신에게 걸맞는지 확인해보곤 한다고 내게 털어놨다. 나는 A가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오랫동안 불면증에 시달렸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 그의 말은 사실, 사실이 아니다. 라고 말해도 사실인지 아닌지 사실, 알 수가 없다.


키이우에서의 생활은 섹스가 없는 홍상수 영화, 이창동 영화 같은 거라서, 모두가 같은 말을 반복하는 TV를 하루 종일 보는 거나 마찬가지다. 어떤 이는 틱톡을 켜서 미사일이 날아올 때마다 울음 섞인 목소리로 푸틴을 욕한다. 하지만 푸틴은 젤렌스키가 대통령이 되지 않았더라면 결코 미사일을 쏘지 않았을 것이다. 러시아 젊은이들도 죽을대로 죽어서 이젠 사형수가 아니면 그 누구도 군인이 되려 하지 않는다고 한다. 나는 틱톡에 우리 지구의 모든 것이 응축돼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다.


틱톡을 만들어낸 1인인 장이밍이 중국 최고의 부자가 됐다고 한다. 알리바바의 마윈이 시진핑의 중국에 대해 헛소리를 하다가 어딘가로 마티즈 당했고 그 후에는 드럼통 당할 위기에 있었기에 자신의 재산을 대부분 포기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마티즈라든가 드럼통을 너무 좋아하는 아이들은 커서도 그런 대통령이 나오지 않으면 자신의 생을 포기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여기까지.


여전히 모국을 그리워 하는 A에게 그러면 빨리 홍콩 익스프레스를 타고 모국에 가라고 말하자, 그는 모국으로부터 영구 입국금지 내지는 5년간 입국금지를 당했다면서 자세한 건 챗GPT에게 물어보라고 대답했다. 어차피 모국은 망해가는 도시이므로 그런 나라에 영구적으로 입국금지를 당한다고 해서 큰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A는 여전히 내게 블루보틀의 커피 이야기를 했고 한국에서도 10000원 정도로 똑같은 커피를 마실 수 있다고 하자, 홍콩 여자가 감기에 걸려서 내려주는 드롭 커피가 아니면 안된다는 이상한 얘기를 늘어놓을 뿐이었다.


A의 수면패턴은 점점 이상해졌고 주말 동안 하루종일 잔 다음에는 내일이 월요일인데도 불구하고 하나도 잠을 자지 못했다. 잠을 자지 못하니 낮 동안에 너무 졸려서 아무 일도 할 수 없었고 오로지 커피의 힘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었다. 커피가 없다면 A는 벌써 직장을 잃었을 것이다. 아니면 직장에서 잠을 자거나.


A가 하고 있는 일을 직업 윤리적으로 살펴보면 거의 사기꾼이나 다름 없었다. 그러나 그의 일이 어디까지 현실적인 효력이 있는지 A는 좀처럼 정신이 말짱해지지 않아 판단이 불가능했다. 어쩌면 모든 게 다 꿈속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A는 여전히 모국의 감옥에 갇혀 있는지도 모른다. A가 갇혀 있는 감옥에서는 약을 주지 않기 때문에 증상이 심해지면 심해졌지 나아지는 일이 없었다.


나는 A에게 재생의 우즈메도 아니고 인생을 다시 시작하기에 40은 너무 늦은 시기라고. 하지만 자살하기에 이른 시기는 없으니 하루 빨리 마음을 정하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A가 걸린 병은 다른 병에 비해 자살 확률이 6배나 높았고 그런 자살 고위험군에게 굳이 자살하라는 이야기를 해준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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