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미상지 Jul 29. 2024

60살, 나 홀로 미국
어학연수기 ep. 05

당신은 어떤 결혼을 했나요?

  

리딩 교과서(National Geographic Learning)에 ‘세계 여러 나라의 결혼 풍습' 내용이 실렸다. 

그중에 한국에 대한 지문도 있었다.     


 

<결혼의 상징과 미신>

무엇이 신랑 신부의 결혼식에 행운을 가져다줄 것인가? 

다른 문화는 다른 믿음을 가지고 있지만, 거의 모든 문화들은 그 커플의 길고 행복한 결혼을 기원하기 위해 무언가를 한다. 

한국에서는 오리와 기러기가 평생 함께 지내기 때문에 충실한 동물로 여겨진다. 

그래서 오리와 기러기는 함께 하기로 약속한 부부의 상징이다.   


  

여기서 오리는 아마 원앙을 가리킬 것이다. 

1990년에 결혼한 나도 원앙 한 쌍을 친구에게 선물로 받았고 지금도 가지고 있다. 

케이티 교수는 또 다른 한국 결혼식에 대한 지문을 읽어주더니 묻는다.


“루미, 한국은 결혼식에 보통 150여 명의 하객들이 오기도 한다는데 정말인가요? 

당신의 결혼식에는 몇 명의 축하객들이 왔나요?”

“거의 맞습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아마 내 결혼식에도 150여 명의 손님들이 왔던 것 같네요. 

최근에 결혼한 내 딸의 결혼식에는 250명이 넘었고요.”

“루미, 당신은 혹시 한국에서 잘 나가는 영화배우나 가수 같은 연예인이었나요?”

“와우~~~”

수업하던 친구들이 여기저기서 환성을 지르며 웅성거린다. 


케이티 교수는 손을 들어 교실을 조용히 시키며 묻는다.

“루미 정말 ‘연예인’ 인가요?” 


나도 함박웃음을 터뜨리며 손을 크게 흔들었다. 

“세 아이를 둔 60대 평범한 ‘가정주부’(Home maker)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럴 수 있죠? 연예인이나 유명한 사람이 아니고 일반 사람들도 그렇다는 건가요? 

믿을 수가 없군요. 한국에도 브라이덜 샤워 (Bridal Shower 신부 친구들의 우정이 비처럼 쏟아진다.)가 있나요?”

교재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케이티 교수는 궁금한 게 많은가 보다. 

     

“한국에는 브라이덜 샤워와 비슷한 ‘댕기풀이’라는 게 있어요. 

나는 댕기풀이를 했어요. 하지만 안 하거나 모르는 사람도 있어요. 


예비 신부가 결혼식 전날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서 파티를 하지요. 

그러나 친구들에게 Wish list를 주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음식만 제공하고, Wish list는 준비하지 않아요. 선물도 받지 않고요. 친구들은 결혼식 날 봉투에 돈을 넣어서 축하해 줍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실용적인 서양문화를 따라 조금씩 변하기도 하지요.” 

    

미국에서는 신랑, 신부, 가족과 친구들만 참석하는 스몰 웨딩을 많이 한다고 한다. 나도 공원에서 스몰 웨딩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보통 15명~20명 정도였던 것 같다. 내가 본 것이 다는 아니니 아마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갑자기 많은 돈이 필요한 큰일이 생겼을 때 서로 돕는 문화가 옛날부터 전해 내려왔다. 

그래서 일가친척은 물론 신랑 신부의 직장 동료와 친구들, 부모님의 직장 동료와 친구 등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모두 돈 봉투를 가지고 축하하러 온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고 설명했다. 제대로 전달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우리는 수업이 끝난 뒤 옹기종기 모여 앉아 수업시간보다 더 열띤 토론과 궁금증들을 서로 주고받았다. 

     

교재에 나와 있던 이탈리아의 콘페티는 우리나라의 결혼식 후에 하는 폐백과 비슷한 것 같았다.

우리나라에서는 결혼식이 끝난 뒤, 신랑 신부가 큰절을 올리면 어른들이 밤과 대추, 은행을 던져주고 신부가 치마폭으로 받는다. 

여기에는 이런 의미가 있다.

‘자식들을 많이 낳아 자손 대대로 부귀와 영화, 행복과 번영을 누려라.’  

   

이탈리아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클라라, 너도 콘페티 했어? 어떤 종류였어?”

클라라는 말했다. 

“요즈음에는 전통을 따르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하지만 나는 콘페티를 했어요. 아몬드에 설탕을 입힌 캔디나 초콜릿을 작은 상자에 담아, 오신 손님들에게 선물했지요.”


결혼식용 콘페티는 흰색이 대부분이고 홀수를 담아야 한다고 했다. 

이것은 건강, 번창, 장수, 다산, 다복, 행복, 부를 상징한단다. 

‘아, 이탈리아의 콘페티는 우리나라의 답례품 같은 거구나.’

결혼식은 교회나 시청에서 간단히 하지만 결혼식이 끝난 다음에 하는 피로연은 장소를 옮겨 성대하게 치른다고 한다. 

클라라도 화려하고 근사하게 푸짐한 음식을 먹고 밤늦게까지 춤을 추며 즐겼다고 했다.   

   

중국 친구 멍도 중국의 결혼 문화에 대해 설명했다.

“세계 모든 나라가 흰색 웨딩드레스를 입지만 중국은 빨간색 전통 옷인 치파오를 입어요. 하얀색 드레스는 금방 이혼한다는 미신이 있어서지요. 나도 치파오를 입고 결혼했어요.”   

  

최근엔 결혼에도 빈부의 차이가 심하다고 했다. 

신랑이 신부에게 돈을 지불하는 ‘차이리’란 지참금 제도가 있어서 가난한 신랑은 결혼하기도 힘들다고 한다. 처음엔 신랑이 신부 가족에게 감사의 뜻으로 주는 전통이었으나 지금은 변질되어서 문제가 많다고 했다. 


신부 측에서 과다한 돈을 요구하거나 결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신부가 도망가서 또 다른 남자에게 차이리를 받으며 재혼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멍은 세 벌의 옷을 갈아입고 결혼식을 했단다. 아마도 멍은 부자인 것 같다. 


결혼식 날짜는 숫자 ‘9’가 들어가는 날이 길일이고 ‘오랠 구’ 의 의미로 그 결혼이 영구히 오래간다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또 ‘홍빠오’라는 붉은색 봉투에 축의금을 넣어 준단다.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어린 퀴산도 궁금한 게 있나 보다. 21살의 그가 장난스럽게 묻는다. 

“루미, 한국 남자들은 술을 잘 마시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던데 사실인가요?”


“글쎄, 난 남자가 아니어서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말을 해 놓고 생각해 보았다. 한국 남자들이 술을 많이 마시는 건 사실인 것 같다. 

그렇다고 그것을 능력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남자들 사이에서는 ‘술을 잘 마시면 적극적이고, 사교적이고, 몸도 좋고, 강하다. 

술을 못 마시면 소극적이고, 소심하고, 약하다’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런 생각에 나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 루이스 같은 어린애들의 허풍일 뿐이다.  

    

문화와 풍습이 다른 만큼 세계 여러 나라의 결혼 문화도 각양각색이다. 

같은 나라에서도 지역에 따라 삶의 모습이 제각각이듯 결혼 풍습도 다른 것들이 많을 것 같다. 

하지만 건강하게, 영원히 오래 살고, 자식을 많이 낳으며 행복하게 살라는 뜻은 세계 어느 나라나 똑같다. 


   


작가의 이전글 60살, 나 홀로 미국 어학연수기 ep. 0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