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만

몸과 마음의 근성장

by 스구


소만 : 양력 5월 21경. 식물이 잘 자라고 여름의 기운이 돌기 시작하는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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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남들은 연애를 하면 살이 찐다던데 나는 살이 점점 빠졌다. 대략 7kg가량 빠진 것 같다. 이 연애는 분명히 나를 성장시켰으나 과하게 노력한 탓에 스스로를 옭아맸다. 그 무렵 나는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한 상태였다. 입맛도 없고, 체력도 없었다. 출근과 퇴근을 하는 것 자체가 용할 정도였다.







마음이 조금 괜찮아졌을 무렵 요가를 시작했다. 생존을 위해 운동 하나쯤은 해야겠다는 생각은 늘 있었다. 이런 몸으로는 갑자기 픽하고 쓰러져도 이상할 게 없었다. 왜 하필 요가였냐면, 나름 유튜브 선생님들을 보며 깔짝깔짝 따라한 경력이 몇 년이 되어 늘 마음 한 구석에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운동보다는 상대적으로 가깝게 느껴졌다. 그러나 나의 타고난 뻣뻣함과 쭈뼛거림 때문에 내 손으로 등록은 했지만 내 발로 가기가 너무 힘들었다.


‘저 사람은 되게 유연하네…’

‘나는 왜 이 동작이 안되지?’

‘몸매가 진짜 좋으시다.’


꾸역꾸역 도착한 요가원.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는 항상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 대해 더 많이 생각했다. 매트가 아니라 저울에 올라간 듯 나와 옆 사람을 마구 비교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수련이 시작되면 그런 생각이 싹 사라진다.

왜? 더럽게 힘들니까..


'이야.. 나는 이게 안되네'

'뭐야 이건 또 되네?'


되는 경험과 안 되는 경험 사이를 수십 번이나 오간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자연스럽게 나와 내 몸만 생각하게 된다.


요가를 한 지 9개월이 지났다. 대단한 변화는 아니지만 전에는 되지 않던 동작들이 조금씩 가능해졌다. 몸의 어떤 부위가 단단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변화가 있었다. 본래 요가가 운동이라기보다 종교나 수행적인 성격을 갖고 있어서 그런지 나도 모르는 사이 마음의 근육이 자라났다.



작년 겨울에 갔던 제주 여행에서 난생처음 요가 원데이 클래스도 들어보았다.

그때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알아차림에 머무르세요."

이 말이 이후의 내 요가 수련뿐 아니라, 일상에도 작은 울림처럼 남았다.







지금까지 했던 수많은 비교와 불안함에서 한 발짝 떨어져 보는 경험을 요가를 통해 하게 되었다. 생각과 나를 분리하는 연습이 내가 그것들에 매몰되지 않게 도와주었다. 나의 아쉬운 부분은 말 그대로 '부분'이지 나의 '전부'가 아니었다.


입하가 지나니 저도 여름이라고 말하듯 슬슬 날이 더워진다. 이제 짙어질 일만 남았다. 조금씩 조금씩 더 여름이 될 것이다. 나도 조금씩 더 내가 될 것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더 나로 짙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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