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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멸종

이정모, 577권

by 우보

감상

새로운 생명이 등장하기 위해서는 생태계의 빈자리가 필요합니다. 멸종은 새로운 종이 탄생하기 위한 밑거름이죠. 멸종이 진행될 때 수가 많은 최상위 포식자는 가장 먼저 멸종하게 됩니다. 지금은 인간이 그렇죠. 인간이 등장한 것도 앞선 멸종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고마워 할 일입니다.


'똥'이 기후변화에서 어떤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인간이 상어를 무서워해야 할 것이 아니라 상어가 인간을 무서워해야 하는 등에 대해 쉽게 이야기합니다.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하여 '네안데르탈인'이 멸종된 이유를 과학적으로 알려줍니다. 여기에 비만과 탈모라는 유전자는 바로 '네안데르탈인'의 것입니다.


참 자연은 신기한 것입니다. 지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인간이라는 최상위 포식자의 멸종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인데, 그 얘기는 곳곳에서 들어와서 담담하게 받아들여집니다.


멸종을 주제로 시간의 역순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방식으로 저자는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내용은 과학이지만, 주제는 참 인문학적인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이 책의 한 문장

죽음이라는 전제가 없으면 자연선택은 있을 수 없고, 진화도 불가능하다.


p23

생태계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생명이 등장하려면 빈자리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생태계는 꽉 차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군가가 생태계에 빈자리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게 바로 멸종이다. 멸종이란 다음 세대의 생명체를 위해 자리를 비켜주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p27

즉 공룡은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라는 사실까지 밝혀진 것이다. 공룡은 인류가 멸종할 때까지 함께 살았으며 인류가 모두 멸종한 지금도 여전히 살아 있다. 인류는 약 1만 400종의 공룡과 함께 지냈다. 새가 바로 그것이다(새는 공룡이다. 그렇다고 공룡이 새는 아니다. 남자는사람이지만 사람이 남자는 아닌 것과 같은 이치다).


p28

중생대의 지배자 공룡이 멸종한 후 비로소 신생대가 시작되었다. 생쥐만 한 크기로 낮에는 숨죽이고 있다가 캄캄한 밤중에나 겨우 먹이활동을 하던 포유류가 그제야 기를 펴고 살게 되었다. 그리고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했다. 멸종은 나쁜게 아니다. 자신의 등장보다 먼저 일어난 멸종은 고마운 일이다.


p32

직립은 커다란 뇌, 넓은 시야와 더불어 인류에게 한 가지 선물을 더 주었다. 바로 자유로워진 손이다. 걷는 데는 두 발이면 충분했겠고, 더 이상 나무에 매달리는 데 손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손이 자유로워졌다. 예민한 감각이 모여 있는 손은 물건을 쥐고 섬세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자유로운 손은 노동을 탄생시켰다.

인간으로의 진화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뇌의 변화라기보다는 노동이며, 노동은 직립보행의 결과 손이 자유로워졌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똑바로 선 인간은 자유를 얻었고, 자유를 얻은 인간은 노동을 하기 시작했다. 노동은 다시 인간의 진화를 촉진해 마침내 '슬기 인간Homosapiens'으로 발전시켰다.


p40

2010년부터 세상을 떠나는 2018년까지 반복해서 지구인들에게 일곱 가지 유언을 남겼다.

첫째, 100년 이내에 인류는 멸망한다.

둘째,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할 수 있다.

셋째, 블랙홀은 다른 우주로 연결되어 있다.

넷째, 슈퍼 지구에 생명체가 존재한다.

다섯째, 세계 정부를 수립해야 한다.

여섯째, 인공지능은 의지 없이 살인을 저지를 수 있다.

일곱째, 대형 강입자 충돌 실험을 계속하면 우주가 붕괴할 수 있다.


p56

지구와 화성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지구의 구조는 양파처럼 여러 겹으로 되어 있다. ... 내핵 주변을 외핵이 돌면서 자기장이 만들어졌다. 지구는 거대한 자석이 되었다. 물과 DNA, RNA 같은 생명의 분자를 쪼개는 우주 입자인 태양풍을 지구 자기장이 막아주고 있다. 자기장 덕분에 지구에는 생명이 살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화성은 일찌감치 식는 바람에 지구와 같은 내부 구조가 형성되지 않았고 자기장도 생기지 않았다. 자기장이 없으니 태양풍을 막을 수도 없다. 태양풍은 화성의 바다를 없애 버렸다. 그 결과 우리가 도착하기 전의 황량한 화성이 만들어졌다. 화성에서 수많은 문제를 해결한 우리였지만 자기장만큼은 만들 수 없었다.


p63 (범고래가 육지 가까이 사냥하는 이유)

결국 우리는 위험한 행동을 한다. 해변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우리는 해변이나 얕은 바다에 몸을 띄워 바다표범을 잡은 후 깊은 물속으로 끌고 가 먹는다.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사냥 과정에서 큰 부상을 당할 수도 있고 육지에 갇힐 수도 있다.

우리가 최고의 기술을 사용하지 못하고 위험한 행동을 하는 이유는 빙하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빙 위에서 쉬는 바다표범이 있어야 하는데 바다표범이 쉴 부빙이 없으니 죄다 얕은 바다에서 활동하거나 육지에 올라가 있다. 그들이 바다로 나오지 않으니 우리가 육지로 가야 하는데, 우리 조상이 이미 5300만 년 전에 육지를 떠나 바다로 왔을 정도로 우리는 육지와 친하지 않다.


p68

우리 똥이 줄었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아는가? 바다로 들어가는 철분이 줄었다는 뜻이다. 우리 똥 1그램에는 3밀리그램의 철분이 들어 있다. 예전에는 우리가 매년 521톤의 철분을 남극해에 공급했다. 그러나 이제 절반으로 줄었다. 기후변화의 결과로 펭귄이 바다에 공급하는 철분이 반으로 줄었다는 말이다.


그게 뭐 어떠냐고? 남극의 식물성 플랑크톤 펭귄 똥이 공급하는 철분을 먹고 성장한다. 플랑크톤이 늘어나면 크릴과 작은 생선에서부터 펭귄, 바다표범, 고래까지 번성할 수 있다. 이게 다가 아니다. 펭귄 똥의 철분은 기후변화에도 영향을 준다.


왜냐하면 펭귄 똥의 철분으로 성장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은 광합성을 하기 때문이다. 광합성을 하면 산소가 발생하고 이산화탄소가 감소한다. 이게 엄청난 양이다. 원래 지구에서 만들어지는 산소의 절반 이상이 바다에서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 대부분을 식물성 플랑크톤이 담당하고 있다.


식물성 플랑크톤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광합성을 하든,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채 잡아먹히거나 바다 밑으로 가라앉든 모두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전 세계 바다는 이런 과정을 통해 매년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30퍼센트를 흡수한다. 우리 펭귄이 줄어들면 플랑크톤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이산화탄소 흡수도 감소한다.


p70

포경으로 고래가 사라지자 철분을 이동시키는 펌프도 망가진 셈이 된 것이다. 고래 똥이 사라지면 바다의 생산력이 감소한다. 수염고래는 매년 똥을 통해 약 1200톤의 철분을 바다에 공급했다. 이건 펭귄이 공급하는 521톤의 두 배가 넘는 양이다. 수염고래와 펭귄의 똥이 사라지면 결국 식물성 플랑크톤도 급격히 줄어든다. 해양 생태계의 먹이사슬이 끊어질 뿐만 아니라 지구 대기의 이산화탄소량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다.


p73

오랜 기간 얼어 있는 툰드라 지역은 어떨까? 어마어마한 양의 메탄과 이산화탄소가 토양에 갇혀 있다. 지구가 더워지면서 이 메탄이 쏟아져 나온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수십 배나 강력한 온실가스다. 지구 온난화는 더욱 가속된다.


p87

산호초는 생물학적인 역할 외에도 기후 환경에 크게 기여한다. 건강한 산호초는 탄소를 순환시키고 격리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지구 기후변화를 완화한다. 예를 들어 산호는 바다에 녹아 있는 칼슘과 이산화탄소를 결합해 탄산칼슘을 만드는데, 탄산칼슘은 조개껍데기와 산호초의 재료다.

즉 우리 산호초는 생물 다양성의 중심일 뿐만 아니라 탄소 순환과 해안 보호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말이다. 우리는 이 일을 5억 년 이상 계속하고 있다.


p87

고체인 설탕이나 소금은 따뜻한 물에 잘 녹는다. 그런데 산소와 이산화탄소 같은 기체는 찬물에 더 잘 녹는다. 콜라를 냉장고에 보관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냉장고에 보관한 콜라에는 이산화탄소가 잘 녹아 있다. 그 콜라가 사람 입으로 들어가는 순간 높은 체온 때문에 이산화탄소가 물에 녹지 못하고 공기 중으로 배출된다. 이때 사람들은 톡 쏘는 느낌을 받는다. 그 맛에 콜라를 마신다.


p88

우리 산호의 가장 큰 사명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것이었다. 뭐, 우리 혼자 한 일은 아니다. 바다는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4분의 1을 흡수한다. 이걸 그냥 두면 해양이 산성화되어서 해양 생물들이 견딜 수 없다. 우리는 이것을 탄산칼슘으로 제거해 해양 생물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해 왔다.


p101

설마 야생동물에게는 성인병을 유발하는 유전자가 없을까? 그럴 리가 없다. 그런데 왜 성인병에 안 걸릴까? 늙기 전에 자연사하기 때문이다. 자연사는 지병이 없는 사람이 어느 날 잠자다가 이유없이 평온하게 숨을 거두는 게 아니다. 그것은 자연사가 아니라 돌연사다. 야생동물의 자연사는 다른 동물에게 잡아먹혀 죽는 거다. 사자와 호랑이도 평소에는 자기랑 눈도 마주치지 못하던 놈들에게 잡아먹혀 죽는다.


p135

저장을 하지 않았을 때 생기는 장점은 또 있다. 우리는 매일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짐승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우리는 전력을 다해야 짐승을 잡아먹을 수 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협력이다. 사냥에 필요한 무리가 다 나서야 했다.


p149

비만과 탈모라는 슬픈 유산

우리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는 서로 낯설지 않았다. 지금부터 10만 년 전부터 때로는 침략의 결과로, 때로는 우호의 표시로 짝을 지었다. 5~6만 년 전에는 우리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 사이에 교배가 집중적으로 일어났다. 이때부터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 사이에는 유전자가 교환되었다.


호모 사피엔스의 어떤 유전자가 우리 네안데르탈인에게 왔는지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현대 과학자들은 우리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를 현대인에게서 찾아내고 있다. 사하라 사막 남쪽의 아프리카인을 제외하면 전 세계 인류에게 우리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들어 있다. 전체 유전자의 1~4퍼센트 정도다.


대표적인 게 바로 위에서 설명한 SLC16A11 유전자다. 미안하다. 당뇨와 비만의 문제를 그대들에게 남겨줘서 남성형 탈모 유전자도 우리가 넘겨준 것이다. 아프리카 남부의 보츠와나공화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나미비아에 걸쳐 있는 칼라하리 사막에는 코이코이족과 산이 산다. 이 둘을 합쳐서 코이산이라고 한다. 코이산족 사람들 중에는 대머리가 없다. 탈모 유전자도 네안데르탈인에게서 왔다는 증거다.


p153

우리 네안데르탈인은 40만 년 이상 존재하면서 단 한번도 총 인구가 10만 명을 넘어본 적이 없다. 기본적으로 수명이 너무 짧다.


구석기 시대 사람의 수명을 평균수명으로 따지는 것은 현대인의 시각으로 보면 별 의미가 없다. 당시에는 유아사망률이 워낙 높았기 때문이다. 구석기인도 유아기를 지나면 생존확률이 굉장히 높아졌다. 크로마뇽인은 60~70세까지 수명을 기대할 수 있다. 이에 비해우리 네안데르탈인의 기대수명은 30~35세에 불과하다.


생애가 짧다는 사실을 어떻게 아냐고? 우리 네안데르탈인의 이를 보면 알 수 있다. 치아는 한 인간의 생체 시계를 통째로 간직한다. 이는 아래에서 위로 자란다. 위쪽은 아래쪽보다 더 오래된 것이다. 위쪽에는 성장선이 있는데 처음 이가 나왔을 때의 상황을 알려주고 아래쪽에 있는 사망선은 사망할 무렵의 상태를 알려준다. 그 사이에는 스트레스 선이 있다. 영양 상태가 안 좋거나 병에 걸렸던 흔적이 줄로 남는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열 살쯤 어금니가 나온다. 그런데 우리 네안데르탈인은 여섯 살에 벌써 어금니가 나온다. 이것은 유년기가 크로마뇽인보다 4년이나 짧다는 것을 말한다.


p173

농사는 농사고, 우리가 어떻게 인간이 가장 사랑하는 동물이 되었냐고요? 이게 참 오묘합니다. 수렵채집과 농사의 결정적인 차이는 '잉여'입니다. 수렵한 고기와 채집한 과일은 저장할 수 없지만 농사로 수확한 곡식은 얼마든지 저장할 수 있어요. 선배님은 상상하지 못하실 테지만요. 뭐, 인간들이라고 이걸 다 상상한 것은 아니더라고요. 어떤 인간은 농사를 짓고 어떤 인간은 농사를 짓지 못해서 결국 사라졌으니까요.


농사라는 게 참 놀라워요. 가뭄이나 홍수보다 더 무서운 게 바로 '잉여'입니다. 잉여는 인간 세계에 재산, 빈부 차이, 계급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잉여는 쥐를 불렀지요.


p282

우리 상어의 생존은 단순한 행운이 아니다. 그렇다고 대격변에 맞서서 싸운 불굴의 생존 의지의 결과도 아니다. 사람들이 나쁘게 평가하는 '기회주의'라는 성품 때문에 살아남았다. 일관된 입장 없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자신에게 이로운 쪽으로 행동하는 것을 기회주의라고 한다. 인간사에서 기회주의자는 신념과는 상관없이 유리한 쪽에 빌붙는 사람을 뜻한다. 하지만 자연사에서 기회주의는 생존을 위한 핵심역량이다. 우리가 네 차례의 대멸종을 견뎌낸 것은 오로지 태초부터 우리를 정의해온 진화적 강점, 즉 기회주의적인 적응력 때문이다.


p289

사람들은 상어를 두려워한다. 매우 유감이다. 우리는 사람들이 그렇게 미워하고 두려워할 정도로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 1년에 상어에게 물려 죽는 사람은 보통 6~10명 정도다. 그런데 사람에게 사냥당해 죽는 상어는 한때 매년 3억 마리에 달했다. 그나마 인간들이 개과천선해서 요즘은 1억 마리 이하로 줄었다. 그러니 우리가 당신네 인간을 두려워해야지, 인간이 우리네를 두려워하는 건 조금 웃긴 얘기다.


p304

다윈은 오랜 기간에 걸쳐 누적된 변화의 힘을 강조했다. 작은 점진적 개선이 쌓여서 매우 복잡한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 단순한 감광 패치를 점진적으로 개선하면 결국 잘 발달된 눈을 만들 수 있다.


p310

“포스가 늘 당신과 함께하길 May the Force be with You!”

여기서 포스Force란 무엇일까? 영화 <스타워즈>의 정의로운 제다이 기사에 따르면 포스, 즉 힘은 ‘미디클로리안'이라는 물질의 산물이다. 미디클로리안은 모든 세포에 들어 있으며 현미경으로 겨우 볼 수 있는 작은 생명체다. 모든 제다이는 미디클로리안과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공생 관계에 있다. 미디클로리안이 없으면 생명은 존재할 수 없으며, 제다이와 함께할 포스도 없다. 역사상 가장 높은 미디클로리안 수치를 갖고 태어난 사람은 아나킨 스카이워커로 세포마다 2만 개가 넘게 있다.


p318

유성생식은 비용이 많이 든다고 했다. 정자와 난자를 만드는 과정도 복잡하다. 자기 유전자를 반만 자손에게 넘겨주어야 하므로 감수분열이라고 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때 유전자들이 서로 꼬이는 등의 문제가 발생해 유전자가 뒤섞이면서 새로운 유전자 조합이 만들어진다.


p319

바이러스는 '살았다' 또는 '죽었다'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존재다. 왜냐하면 딱히 생명이라고 말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는 전자현미경으로 보면 아름답게 보이고 단백질 껍질 안에 DNA 또는 RNA로 된 유전자도 들어 있지만 스스로 생명 현상을 유지하지 못한다. 바이러스는 식물과 동물에 얹혀 있을 때만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p323

죽음이 삶의 필수적인 부분이 되면 자연선택은 개체군에 더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연선택이란 무엇인가? 유리한 형질이 있는 생명체는 생존과 번식에 유리해져 후대에 자신의 형질을 물려줄 가능성이 높아지고, 환경에 적합하지 않은 형질은 유전자 풀pool에서 제거되는 것이다. 죽음이라는 전제가 없으면 자연선택은 있을 수 없고, 진화도 불가능하다.


p325

나는 대한민국의 주요 법도 바꾸었다. 호주제란 가족 집단의 중심이 아버지에서 아들로 이어지는 남계혈통을 통해 대대로 이어지는 제도다. 호주제에 대한 찬반이 수년 동안 지속되고 있을 때 내가 논의의 중심에 등장했다. 미토콘드리아는 고유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데, 미토콘드리아는 난자를 통해서만 후손에게 전달된다는 사실을 최재천 교수가 법률 토론의 현장에 소개한 것이다. 즉 후손은 수컷보다 암컷에게서 더 많은 유전자를 받는다는 사실이 널려 알려지게 되었다. 이때부터 여론의 흐름이 바뀌면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통해 2008년 1월 1일부터 호주제가 폐지되었다.


p342

산소는 호흡에 꼭 필요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독이거든. 쇠에 산소가 결합하면 빨갛게 녹스는 것과 마찬가지지. 산소는 영양분을 태울 때 필요한 거지, 아무 데나 침투하면 생명은 파괴될 수밖에 없어.


p343

산소 농도가 높아질수록 더 튼튼하고 안전한 구조를 만들면서 산소의 독성에서 자신을 보호하고 동시에 산소호흡을 해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가 일어난 거지. 아마 지구에 산소가 없었다면 지구는 결코 아름답지 못할 거야. 마치 화성과 같은 붉은 행성으로 남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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