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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 부처의 말

코이케 류노스케, 581권

by 우보

감상

지금, 여기를 보지 못할 때, 나는 좌절에 빠집니다.

과거의 잘못을 되살리고, 미래의 걱정에 허우적거립니다.


제행무상, 우주의 만물은 변합니다. 나의 모든 것도 변한다면 왜 집착할까요?

제법무아,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모두 나의 것이 아닙니다. 무엇을 가지려는 집착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일체행고, 모든 것은 고통이다. 맞습니다. 모든 소유물, 인연은 고통을 동반합니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라는 말처럼 불교는 종교라기보단 마음 수행의 양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석가모니도 그 점을 강조했습니다. 다른 종교를 가지면서 불교를 수행할 수 있다고 본 겁니다.


지금 현대 문명의 일반인 과거 왕이 누렸던 것보다 더 많은 편안함을 누리고 있다고 합니다. 현대 중산층 1명의 누리는 것을 18세기 프랑스 궁정으로 바꾸어보면 하인 수백 명을 부리는 것과 비슷하다는 글을 본 적 있습니다. 하지만 우린 불행합니다. 왜일까요? 결국 마음의 작용일 겁니다.


더 많은 것을 누리는 것이 당연한 미덕이 되어버린 현실에서 비우는 삶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 책의 한 문장

‘지금 여기가 아닌 어딘가’

‘지금 여기에 없는 무언가’를

‘좀 더, 좀 더’ 구하며 들떠서 방황하는 걸 멈추고

‘지금 여기에 있는 극히 평범한 물건과 사람’에 만족하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만족감이 차오릅니다.


1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는 구절은 임제선사(臨濟禪師)가 한 말입니다. 부처를 숭배하고자 하는 자신의 약함을 죽이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2

타인의 화를 마주했을 때 빨리 알아차려야 하는 것은,

지금 당신의 마음이 화로 물들려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 찰나를 알아차리고 마음을 가라앉히세요.


3

이 세상의 누구라도 반드시 어딘가에서는

누군가의 노여움을 사고 있습니다.

그러니 어쩌면 누군가에게서 험담을 듣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옛날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미래에도 영원히

그것은 당연한 일이기에

험담 같은 건 시원하게 흘려보내는 게 좋습니다.


4

누군가와 다툼이 생길 것 같으면

그 순간, 반드시 떠올려 보세요.

당신도, 상대방도 이윽고 죽어서

이곳에서 사라진다는 사실을.


‘결국엔 당신도 사라진다. 나도 사라진다.

그렇다면, 아무려면 어떤가.’


5

‘화내지 않는 것’을 무기로 사용해

자기 안에 숨어 있는 ‘화’를 이기세요.

‘긍정적인 마음’을 무기로 사용해

자기 안에 숨어 있는 ‘부정적인 마음’을 이기세요.

‘나누어 주는 것’을 무기로 사용해

자기 안에 숨어 있는 ‘쩨쩨함’을 이기세요.

‘사실만 말하는 것’을 무기로 사용해

자기 안에 숨어 있는 ‘거짓말쟁이’를 이기세요.


-법구경 223


6

자신이 얼마만큼 애쓰고 있는지

자신이 얼마만큼 이루어냈는지

자신이 유명인과 얼마나 잘 아는 사이인지

자신의 직업이 얼마나 대단한지

묻지도 않았는데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당신이 그러한 드러내고 싶어 하는 마음을

멀리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점점 당신을 멀리할 것입니다.


-경집 782


7

'누구의 것’이라는 편협한 관점을 가지면

당신의 마음은 세상 일을 ‘나’와 ‘남’이라는

대립관계로만 보게 되기에 괴로워집니다.


‘나의 것’과 ‘남의 것’ 이 두 가지를 잊을 수 있다면

설령 아무것도 가지지 않아도

행복한 마음으로 지낼 수 있습니다.


8

다른 사람의 평가로 생겨나는 쾌감이나 불쾌감은

뇌에서 만들어지는 환영에 지나지 않습니다.

칭찬받고 싶다는 쩨쩨한 욕망을 없애고,

폄하되는 게 싫다는 화를 없애세요.

-경집 928


9

이 법칙을 깨달아 사람과 경쟁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평온이라는 걸 안다면

말다툼 따위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경집 896


10

‘원한다, 갖고 싶다’는

끝없는 갈애의 저주에서 벗어난다면,

당신의 마음은 그 무엇에도 구속되지 않고

자유로워질 것입니다.


-법구경 211


11

당신이 자기 손에 주어진 것을 보지 않고

타인의 손에 있는 것을 보고는

‘좋다, 갖고 싶다’며 부러워한다면

마음의 고요함은 산산이 부서질 것입니다.


-법구경 365


12

욕망이 실현되어 얻어지는 쾌락은 찰나일 뿐.

‘욕망은 고통’이란 걸 깨닫는다면

즐거움을 위해 무언가를 갈구하는 마음이 잦아듭니다.


끝없이 갈구하며 울부짖는 마음의 외로움을

잠재우길 원하는 자는,

나의 제자로 불릴 만합니다.


-법구경 186, 187


13

당신이 나쁜 생각을 한다면 나쁜 업의 에너지가 마음에

각인되고, 그만큼 당신은 나쁜 쪽으로 바뀝니다.

당신이 따스한 생각을 한다면 긍정적인 업의 에너지가

마음에 각인되고, 그만큼 따스한 당신으로 변화합니다

이렇게 인간은 마음에 쌓인 생각대로 조금씩 달라집니다.

모든 것은 그 위에서 생겨나고, 그로 인해 만들어집니다.

- 법구경 1, 2


14

부정적인 행동이나

부정적인 말이나

부정적인 생각을 할 바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게 낫습니다.


15

‘자신’이라는 괴물은

마음속에 생긴 욕망, 화, 미혹으로

조금씩 상처를 입습니다.


‘자신’이라는 괴물은

마음속에 욕망, 화, 미혹을 떠올리지 않음으로써

조금씩 깨끗해집니다.


더러워지는 것도, 깨끗해지는 것도 모두 자업자득입니다.

타인이 타인의 마음을 깨끗이 해줄 수는 없으니

쓸데없는 참견은 하지 마세요.


-법구경 165


16

당신이 인생의 여정을 걸어갈 때,

마음의 변화를 목표로 하는 친구와 만나지 못했다면.

함께 마음의 성장을 격려하는,

그런 귀중한 친구와 만나지 못했다면.

모처럼 정복한 나라를 아낌없이 버리는 왕처럼,

홀로 걸어가는 게 좋습니다.

마치 하나만 우뚝 솟아 있는 무소의 뿔처럼.

-경집 46


17

‘나는 이제 어엿한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대신

널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배우는 것을 멈추지 마세요.

그것이 최고의 행복입니다.


살아가기 위해 도움이 되는 기술을 익히고,

그것으로 타인에게 힘이 되어주는 것.

그것이 최고의 행복입니다.


-경집 261


18

‘이건 내 돈이다, 누구에게도 줄 수 없다’는

인색함을 줄이고

불안한 마음을 내려놓기 위해서라도

가진 것을 남과 나누세요.


문득 좋아하는 것을 독차지하고 싶어도

함께 나누면 더 즐겁습니다.


누군가에게 줄 선물을 살 때,

무심코 가격 때문에 머뭇거려져도

기꺼이 사고 나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렇게 ‘인색함’을 극복하여 자신을 이기세요.


-경집 263


19

‘지금 여기가 아닌 어딘가’

‘지금 여기에 없는 무언가’를

‘좀 더, 좀 더’ 구하며 들떠서 방황하는 걸 멈추고

‘지금 여기에 있는 극히 평범한 물건과 사람’에 만족하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만족감이 차오릅니다.


20

자기 내면을 응시하는 것을 게을리하면서

자신을 속이는 오락이나 잡담에 열중하지 마세요.

그것들이 제공하는 겉으로 보이는 즐거움에 굴복하는 대신,

자기 내면에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응시하는 명상가는 이윽고 마음의 평화에 다다릅니다.

-법구경 27


21

다른 이를 나쁘게 말하지 않고,

다른 이에게 상처 주지 않습니다.

스스로 ‘이렇게 하자’고 마음으로 정한 규칙을 지키고,

자신을 철저히 통제합니다.


식사는 많지도 적지도 않게 적당량을 먹습니다.

혼자서 조용히 일어나

마음의 성장, 즉 성격 개선에 힘씁니다.


단지 이 정도가

부처가 전하려고 하는 가르침의 정수입니다.

-법구경 185


22

첫째, ‘누가 당신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는 소문을 들어도 실제로 확인될 때까지는 믿지 마세요.

둘째, ‘이곳에서는 옛날부터 이랬다’며 전통을 들먹인다고 해서 무작정 믿지는 마세요.

셋째, 유행하고 있고 평가가 좋다고 해서 무작정 믿지는 마세요.

넷째, 성전이나 불경이나 책에 쓰여 있다고 해서 무작정 믿지는 마세요.

다섯째, 실제로 확인해보지 않은 억측은 믿지 마세요.

여섯째, 옳게 보이는 ‘○○이론’이나 ‘○○주의’에 의한 것이라 해도, 무작정 믿지는 마세요.

일곱째, 상식에 맞는 것이라 해도 무작정 믿지는 마세요.

여덟째, 당신과 의견이 같다고 해서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며 쉽게 믿지 마세요.

아홉째, 상대의 의복이 훌륭하거나 직업이 좋거나 태도가 정중하다고 해서 겉모습에 현혹되어 믿지 마세요.

열 번째, 상대가 자신의 스승이라 해도 맹목적으로 믿지는 마세요.

-증지부경전


23

제행무상(諸行無常)


제행무상, 즉 우주 만물은 늘 변합니다.

이것도 사라져가고, 저것도 사라져가고,

그것도 사라져갑니다.


물질과 마음을 지배하는 모든 에너지는,

한순간도 정착해 안정되는 일 없이 무너지고

새롭게 생성됩니다.

이것을 맹렬한 속도로 반복하면서 요동칩니다.

어디에도 매달릴 곳은 없습니다.


24

제법무아(諸法無我)


제법무아, 즉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나의 것이 아닙니다.

이것도, 저것도, 그것도, 온갖 심리현상도, 물리현상도

그 모든 것은 내 소유가 아닙니다.


이 신체도, 이 감각도, 이 기억도,

이 좋고 싫음도, 이 의식도, 이 세상도

이것들 역시 내 것이 아닙니다.


25

일체행고(一切行苦)


일체행고, 즉 이것도 고통, 저것도 고통,

그것도 고통입니다.

물질과 마음을 지배하는 모든 충동 에너지는

죄다 고통에 지나지 않습니다.

즐겁다고 뇌가 착각하는 것조차 사실은 고통이라면

모든 집착은 의미가 없습니다.


26

애별리고(愛別離苦)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고

‘듣고 싶을 때’ 들을 수 없고

‘맡고 싶을 때’ 맡을 수 없고

‘맛보고 싶을 때’ 맛볼 수 없고

‘만지고 싶을 때’ 만질 수 없고

‘떠올리고 싶을 때’ 떠올릴 수 없어

그때마다 당신의 마음은 고통으로 내달립니다.

-장부경전 『대념처경』


27

‘원하고 원한다, 부족하고 부족하다’라는

욕망을 내려놓고 편안해지세요.


과거로부터 쌓아온 기억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지극히 가뿐하게,

쓸데없는 것을 생각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을 살아내세요.


그렇게 하면 모든 것에 ‘괜찮다’며

마음이 부드러워질 것입니다.


28

여기서 우리는 부처의 가르침을 받기 위해 다른 종교를 부정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처는 간접적으로 자신이 가르치는 것은 종교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부처의 가르침이 ‘종교’라면 그것을 실천하는 데 다른 종교는 방해가 됩니다. 왜냐하면 종교란 ‘오직 이것만이 옳다’고 주장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가 가르치는 것은 ‘유일함’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마음을 다스리는 심리적인 훈련에 가깝습니다. 그것은 종교로서의 색채를 띠지 않기에 바라문교도든 자이나교도든 이슬람교도든 어떤 종교를 가진 사람이든 누구나 다 활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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