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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선규 Sep 20. 2019

원형적인 꿈

젊은 의사의 꿈

꿈의 세계로부터의 일례


다음의 꿈은 원형이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행동으로 나타나는지 잘 보여준다. 이 꿈은 프랑스 의사의 것이다. 그는 내과의사이고 35세였으며 대단히 합리적인 사람이었다. 명석한 개념화(공식화)의 재능과 타고난 지적 정열의 소지자였다. 그는 환자들이 치유되면 자신의 재능의 결과라 여겼고, 특히 자신의 의지 가운데 내재하는 특별한 능력에 대해서 자부심이 강했다. 이러한 자아의 팽창으로 인해 어린 시절의 창조적 재능에 대한 의식적 차원의 관심은 설 자리를 잃게 되었다. 당연한 결과로 정서적인 힘 역시 마비되고 심리는 허약한 상태로 진입하게 되었다. 무의식은 이런 상태에 대해 경고장을 보냈다. 심리적 평형과 조화를 저해하는 의식의 일방적 태도를 고쳐 보라는 조언을 보냈다. 그 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나는 방만한 크기의 지하 동굴 속 돌벤치에 앉아 있다. 내 뒤에 조금 높게, 역시 돌벤치에 고상하고 길고 흰 의복을 입은 성직자 같은 인물이 앉아 있다. 그는 내 바로 뒤쪽(정후면)에 움직이지 않고 앉아 있다. 그의 눈만이 그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나는 어울리지 않는 야외복을 입고 있다. 돌로 된 동굴에서는 아무래도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 든다. 동굴의 천정과 벽은 온통 보석처럼 빛나는 돌이었다.
한 소녀가 들어온다.
그녀는 병원에서 입는 아주 보잘것없는 옷을 입었다.
그녀는 긴장된 상태였으며 수동적으로 내 앞의 돌벤치에 앉는다. 그녀는 완전히 접근하기 어렵고 대화하기가 어렵다.
그러던 중 나는 그녀와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나는 그녀에게 부드럽게, 친절하게, 말한다.
나는 그녀에게 천천히, 단계적으로 이야기한다.
그녀의 무관심이 사라진다. 그녀는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녀는 일어서서 결국 눈을 뜨고 건강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기 시작한다.
내 눈 앞에서 정신병자였던 소녀가 건강한 젊은 소녀로 변모한다.
변모의 과정은 계속되고 그녀가 동화 속의 인물처럼 느껴진다.
끝으로 그녀는 요정처럼 춤추고 사라진다.
그동안 그 고상한 사제(司祭)는 내 뒤에서 그의 도드라진 의자 위에 움직이지 않고 앉아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녀를 치료한 것이 바로 나를 통해 치유의 능력을 행사하는 그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꿈은 깊은 안도감과 이 사람의 모습에 대한 신뢰를 주고 나를 떠났다. 나를 관통하는 그 치유의 능력을 가진 것은 바로 그였다.”  

꿈은 자신을 해설한다. 치료의 주체는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그의 ‘뒤에 있는’, 그리고 그를 ‘관통하는’, ‘정신의 원형’이다. 그를 관통하게 함으로써 지금까지 허약했던 자신의 ‘여성적 정서’가 한층 보완될 것이라고 말한다. 훨씬 더 건강하고 쾌활한 삶이 자신의 앞에 기다리고 있음을(춤추는 요정) 그렇게 암시받는다.


꿈의 결과를 허심탄회하게 받아들인다면 그의 마비된 시적 재능(어린 시절의 창조적 재능)이 복구될 것이다. ‘현명한 노인’으로 나타나는 꿈의 권고를 받아들이는 것만이 ‘치유의 능력(자신과 타자에 대한)을 소유하는 첩경이다. <하략>
(Jolande Jacobi, Complex Archetype Symbol in the Psychology of C.G.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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