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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 단상

사랑, 삶

고이지 않게 고이 품거나, 흐름대로 흘려보내거나

by 이선하

사랑의 속성은 입체적이고, 양가적이고, 경우에 따라선 극단적이다.


미시적이든 거시적이든, 일방이든 쌍방이든, 가볍든 무겁든, 유치하든 원숙하든, 피폐하든 안온하든, 일그러졌든 곧았든, 어떤 결이든 색이든 모양이든 전부 사랑이다.


그러니 사랑에 옳고 그름을 따지는 자체로 부조리다. 사랑은 그저 사랑이다.


다만 지나친 의존과 부정은 지양해야겠다. 사랑의 본질이 고문은 아니니까. 사랑은 파란과 같아서, 때로는 흐름대로 놔두어야 썩도록 고이지 않고 고이 품거나 흘려보내거나 할 수 있을 것이다.




비교적 따뜻하고 화창했던 오후 한 시 무렵, 산책길에 웬 민들레 홀씨가 이 계절에 떠다니나 싶어 자세히 보니 눈송이였다.


솜먼지 같은 송송이가 느리게, 느리게 춤을 추듯 공중을 유영하다 지면에 닿자마자 녹아 사라지는, 마치 인생과 닮은 찰나를 보며 생각했다.


저 화창한 대낮에 나리는 눈송이처럼 여유롭게, 찬란하게, 고고하게 춤을 추듯 살고 싶다고. 그렇게 흐르고 또 흘려보내고 싶다고. 그러다 언젠가 어딘가의 내 자리를 찾아서 기어코 안착하고 싶다고. 기어이 꽃 피우지 못한 채 사르더라도.


그렇게 살다 보면 살아지고 사라지겠지. 갈 데 없는 설움도, 채울 수 없는 결핍도, 해소 못할 욕구도, 번잡스러운 번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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