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2사이8

사실은 잘 알고 있다.

28살 어느 여름 / 필요했구나, 스스로의 위로가.

by 이선하

Photo by. KAL VISUALS / Unsplash


낮 동안엔 실로 오랜만에 들뜬 기분에 한껏 고무됐다가, 저녁에는 하루빨리 무언가 성과를 내야겠다며 초조해졌다가, 잠들 무렵엔 퍼뜩 꿈에서 깨어난 느낌이 들었다. 더 정확히는 현실에 내팽개쳐진 느낌. 캄캄한 어둠 속에서 피로를 이기지 못한 졸음에 취해 두 눈을 감은 지 채 얼마 되지도 않아, 시간의 축지법으로 불현듯 밝아진 방 안에 당황하여 허겁지겁 기상하듯이 말이다.


나는 여전히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오히려 어린 시절엔 또래에 비해 좋고 싫음이 너무나 분명하기라도 했지 지금은 이도 저도 아닌 채 서른을 목전에 두고도 여전히 철부지다.


인생은 실전이라는데 머릿속으로 수없이 시뮬레이션을 돌린다 한들 변수는 예기치 못한 형태로 어느 순간에 툭 던져지고 그때마다 속절없이 무너진다. 이런 비관이 지속되는 걸 백날 부정한들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다. 뼈저린 현실은 거울처럼 비루한 자신을 가만히 비출 뿐이니까.


빛나던 어린 시절은 이미 온데간데없이 그저 겉돌다가, 그마저도 여의치 않으니 혼자 성화하다 가라앉기를 반복하며 어느새 자기 자신을 조금씩 놓아버렸다. *차라리 돌처럼 살게 해달라고 당신의 하나님께 빌라는 마르타의 대사가 19살 땐 어렴풋이 이해했다면 곧 29살인 지금은 가슴으로 와 닿게 됐다...


... 며 갈 데 없던 하소연은 기실 그 방향성이 정확했다. 모든 정황은 거슬러 올라 오직 하나만을 가리켰다. 오래도록 괴롭혀왔던 우울감, 좌절감, 무기력함의 원인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었다. 길을 잃은 것도, 두 발을 붙들어 매는 질퍽한 늪도 스스로가 자초했음을 사실은 잘 알고 있다.


그렇다한들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다. 다만, 잠에서 깨어나듯 어느 순간 포착된 내면의 음성에 가만히 귀 기울 일뿐이다. 그저 위로가 필요했구나. 다름 아닌 나 자신으로부터.


그러니 나를 짓누르는 이 자격지심인지 모를 불안을, 무늬만 어른이 된 지금까지 연속되는 이 조바심을 걷어내고자 한 발자국 떼어본다. 악순환의 고리를 단번에 끊기란 몹시 어려울 테지만, 볼품없는 몸부림일지언정 스스로에게 작게나마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절대 생애 끝까지 완벽한 만족에 닿을 순 없겠지만 그에 가깝게 충족해 줄 이는, 아니 그만한 위로라도 건넬 수 있는 이는 결국 다름 아닌 나 자신 뿐이라는 걸. 사실은 잘 알고 있다.



* Albert Camus /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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