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출산까지 두 달 앞두고 다녀온 태교 여행지는 가평에 자리한 아침고요수목원이었다. 그곳에서의 추억이 7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가슴에 남았던 까닭일까. 올초 코로나로 한참 심란한 와중에 아침고요수목원에 관한 기사가 문득 눈에 들었다. 평소에 웹 기사를 유심히 읽는 편이 아닌데도 유독 그 기사만은 여느 때보다 꼼꼼히 읽었다.
기자가 원문 그대로 옮겨 적다시피 한 마지막 인터뷰에서 나는 한 글자도 눈을 뗄 수 없었다. 인터뷰 말미에 대표가 낭송하는 시가 익숙해서 검색해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한상경 대표가 쓴 시 <나의 꽃>이었다. 해당 인터뷰에 관한 유튜브 영상 또한 찾아볼 수 있었다.
중앙일보 | 아침고요수목원 한상경 대표의 파킨슨병, 그리고 ‘휘어진 소나무' (유튜브)
2004년부터 파킨슨 병을 앓고 있는 한상경 대표가 직접 입으로 말하는 영상은 기사와 동일한 내용임에도 전해지는 울림이 확연히 깊었다. 시련을 이겨낸 나무는 휘어져 다시 펴지지 않아도 꽃과 열매를 피운다, 작금의 시국에 정말이지 크나큰 위로다. 모질어진 아픔 또한 품어주겠다는 숭고한 진심에는 경외감마저 들었다.
한순간의 위로가 오래도록 가슴에 남듯이, 병 하나쯤 친구 삼아 구슬리는 게 인생이라던 한상경 대표 당신의 삶 자체가 그러했듯이. 나 또한 오랜 아픔으로 살아갈 힘을 얻는 휘어진 나무가 되어 누군가의 생에 아름다운 꽃과 열매를 피워내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고 굳게 소망했다.
이 글을 쓰고 나서 약 한 달 뒤인 2020년 9월, 한강 공원에 가자던 신랑이 돌연 운전대를 돌려 느지막이 3시 즈음 수목원에 도착했다. 수목원에서는 국화 시즌이 한창이었다.
7년 만에 여섯 식구가 되어 다시 찾은 수목원.
기존에도 규모가 컸는데 휘어진 소나무들이 멋스러운 쉼의 언덕 한 구석에선 확장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못 보던 식당, 전망 좋은 카페와 갤러리도 곳곳에 생겼고 전반적으로 자연과 잘 어우러지는 토속적인 소품이나 세트 위주로 꾸며졌다. 산림은 보다 우거졌음에도 오고 가는 길과 장소마다 정갈하니 관리하는 손길의 세심함이 느껴졌다.
울창한 수목에 둘러싸이고 나니 마스크로도 막지 못할 향긋한 풀내음도 한껏 맡을 수 있던, 지친 일상 속에서 잠시나마 누렸던 치유와 영감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