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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하 May 29. 2021

Nowhere, Now here

짧은 휴일 나들이에서의 단상.

    지난 석가탄신일에 가족들과 모처럼 서해에 들렀다. 화창한 초여름의 한낮,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자가용 행렬만큼이나 좁다란 산책길 위로 수많은 인파가 북적였다. 마실 나온 사람들, 갯벌 체험하는 사람들, 생계를 위해 호객에 열심인 사람들, 교통 체증에 쉬지 않고 경적을 울리는 사람들. 바다가 품은 모두의 가슴에 바다를 품은 속셈은 제각기 달랐다. 수천 가지나 되는 여유와 조바심과 애환이 한 데 뒤섞여 흐른다.


    길목 가장자리에 오도카니 서서 마음 가는 대로 관망했다. 평소대로라면 탁 트인 전망을 만끽할 일이었다. 왜 하필 희미한 수평선에 떠오른 외딴섬에, 수많은 가로등 중 한곳에 자리 잡은 갈매기 중 한 마리에, 우거진 풀숲에 우뚝 선 정자에, 밝은 무리 가운데 단연히 짙먹구름, 힘찬 날숨에 피어오른 방울방울 담기다가 퐁퐁 사라져 홀로 남겨진 낮달에  눈길이 묶였을까. 카메라를 들어 닿지 못할 외로운 순간을 고정했다. 



    사진을 촬영하는 동안에도 나를 둘러싼 모두가 움직였다. 오고 가는 행인도, 신나게 뛰노는 아이들도, 바닷물도, 구름도 저마다 속도가 다를 뿐 쉼 없이 변해가는 그 순간에 나만이 흐름에 동떨어져 고정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창 놀기 바쁜 아이들이 종종 나를 보며 크게 외쳤다. "엄마!" 카메라를 들어 아이들의 천진한 순간을 고정했다. 아이적 천진함은 짧고 다시 돌아오지 지만, 세월이 흘러도 깊이 뿌리내려 변함없이 제자리에 머물 사랑이다.



    바다는 부서진 햇살의 조각조각을 오롯이 끌어안으며 짠기 없는 미풍 외로움을 실어 보냈다. 잠시 고정됐던 나는 다시 흘러가기억 조우마다 감회가 다를 테지만, 모든 사진은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제자리에 머문 그리움이다.


    의 파노라마는 이렇듯 고정과 변화를 반복하며 흐른다. 굴곡마다 파고든 아픔에 켜켜이 쌓인 사연은, 다시 흐름 속에 외로움을 실어 보내며 고정되는 순간순간을 오롯이 끌어안는다.



제목 자문 : 소나정 (엄마 딸, 혈육 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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